* 저 지금 25위거든요. 정말 몇 달만에 5천원 한번 타보려고 합니다. 그러니 ‘저질 페이퍼를 다량 양산하는군’이라고 너무 비난하지 마세요


일시: 2월 19일(토)

누구와: 매제, 매형과

마신 양: 고량주--> 맥주


내 매제가 일하는 병원은 잘사는 사람들이 찾는 곳은 아니다. 삼성병원만 해도 허리를 다친 여자가 오면 “드라이브 치다가 삐었다”고 하겠지만, 그곳에 온 여자는 “행상 바구니 머리에 이다가 삐었다”고 말한다.


의술은 인술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더 높은 윤리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고 사람들은 말한다. 허준이 그랬던 것처럼, 못가진 자들을 치료하기를 바라는 것이 의사의 본분일 테지만, 돈만이 우상시되는 자본주의의 광풍 앞에서 한 인간일 뿐인 의사 역시 이왕이면 좀더 안락한 곳에서 지체높은 환자들을 보고 싶어한다. 지금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몇 년 동안, 매제는 많이 지쳤다.


얼마 전 얘기다. 한 사람이 장애진단을 받기 위해 매제를 찾았다. 환자가 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여 매제는 “검사를 해봐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좋다고 했다. 검사 결과 매제는 아무런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진단서를 써줄 수 없다는 말에 그는 애원.협박을 되풀이했고-당신에게 30만원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내게는 큰돈이야!- 결국 난동을 부리다 쫓겨났다. 다음날, 그는 자신이 전날 말했던대로 양동이에다 똥을 한바가지 담아 왔고, 매제에게 뿌리려다 저지당하자 병원 복도에 똥을 뿌렸다.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혀갔는데, 기껏해야 하루면 훈방조치될 터, 나온 다음에 무슨 해꼬지를 할지 여동생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칼을 휘두르기야 하겠냐는 게 내 생각이지만, 100% 장담할 수 없다. 여동생은 보디가드를 고용하는 문제를 생각 중이고, 나한테 “깡패 친구 없느냐”고 묻기도 한다.


진단서를 써줬으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명백히 허위 진단서라 처벌 대상이 되고, 그 경우 친구를 데려와 “나는 해주고 얘는 왜 안해주냐”고 떼를 쓰기 마련이다. 정당한 일을 하고도 똥바가지를 맞아야 하는 매제, 거기서 겪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어찌 회의가 들지 않겠는가.


웃기는 얘기 하나. 좋은 병원의 지체높은 환자들은 촌지도 많이 준다. 어차피 나을 병을 낫게해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두툼한 봉투를 내미는 것이 그네들이다. 그 촌지는 당장의 고마움을 표시할 뿐 아니라 다음에 왔을 때 잘해달라는 보험료다. 하지만 매제내 병원은 별로 잘사는 사람이 없다보니 촌지를 주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매제는, 내가 아는 의사 중 가장 윤리적인 의사인 매제는 어쩌다 건네는 촌지를 한사코 거절하는데, 한번은 계속 거절을 하니까 환자가 봉투를 던져놓고 도망을 가버렸단다. 포장이 된 상품권을 매제는 뜯지도 않고 여동생에게 넘겼다. 매제가 열나게 자던 그날밤, 여동생이 매제를 깨웠다.

“오빠, 좀 일어나봐”

“왜?”

“상의할 게 있어”

일어나보니 여동생이 아까 받은 상품권을 뜯었는데, 액수가 10,000원인 거다. 여동생은, 혹시 자기가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매제를 깨웠다는 것. 그 사람으로서는 1만원도 큰돈일 수 있겠고, 매제 역시 한번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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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양 2005-02-2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에 감동하여 추천 눌러봤어요.

울보 2005-02-2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매제분에게 박수를 드려야겠네요.
병원에 가면 정말 거만하게 하는선생님들 계세요..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너무 아파서 갔는데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의사들도 있고,내가 아픈건 참는데 아이가 너무 아파서 울고 불고 난리가 났는데도 그 느긋함과 대충대충하는 느낌 정말 싫어진답니다.
아마 내가 좀더 나은 환경에 있었다면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드는건 아마 누구나 인간이라면 갖는 마음이 아닐까요..그래서 사람들은 좀더 괜찮은 곳을 찾아떠나는 지도 모르겠고..........................
이런 무슨말을 한건지,,그냥글을 읽다보니..
아무튼 동생분이나 매제분이나 참 이뻐보여요..

플라시보 2005-02-2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장애진단을 받으려 했던 분. 분명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거지만 정말 그 분에게는 그게 절실하게 필요했나봐요. 더구나 검사비 30만원도 큰 돈이었을 꺼구요. 안타까운 얘깁니다. (그나저나 여동생분은 언제나 저희를 즐겁게 하는군요. 흐흐)

모과양 2005-02-20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보니, 마태우스 님 주위에는 좋으신 분들이 많군요.

로렌초의시종 2005-02-20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써는 가장 비판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경우 중의 하나가 저렇게 억지로 진단서를 써달라는 식의 요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사정은 나름대로 있겠지만, 분명히 자신의 상황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그러니까 협박을 했겠죠- 그러면서도 수단 방법 안가리고 어떻게든 생떼를 쓰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리라고 믿고 다른 사람을 곤란에 빠뜨리는 저런 경우 정말 싫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라면 저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시위를 할 수도 있는데, 그쯤되면 누가 선하고 악한지도 판단하기 어려워질 정도의 상황으로 몰리는 것도 싫구요. 더구나 저런 사람에게 생활보장비-장애진단 받으면 정부 지원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를 준다면 그 재원은 결국 열심히 자기 일하고 세금 제때 내는 사람들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부유층에게서 더 걷으면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부가 그들의 능력으로 벌어들인 것이라면 상궤를 벗어난 액수를 징수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매제분은 정말 양심적인 의사 선생님이시군요...... 마태우스님의 영향인가요?ㅋ

2005-02-20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줄리 2005-02-20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다른일 때문에 여동생이 깡패친구 없냐구 물어봤었던것 같은데 그동안 깡패친구 한명 안사귀어 놓고 뭐하셨어요?^^
마태님이 애 매제를 좋아하시는지 이제 알것 같네요...

깍두기 2005-02-2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질페이퍼 아니구만요, 뭘.
매제님에게 추천 한방 날립니다^^

하루(春) 2005-02-2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군요.

마냐 2005-02-2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훌륭한 매제분과 눈이 맞은 여동생분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ㅋㅋㅋ 암튼, 5000원 따기가 이리 어려워지다니...전 이젠 꿈도 못꾸고 잇는데, 마태님이라도 꼭 꼭 해내시길 바랍니다. 양질 페이퍼가 늘어나니 좋군요...홧팅~

미완성 2005-02-2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질 페이퍼 아닌것을요~~ 저도 추천이어요!
진단서를 끊으려했던 그 사람, X통을 한바가지 들이붓고 사라졌다니...흐음...몹시 곤란하고 괴로운 복수였네요. 에휴..그래도 정말 좋은 매제분을 두셨어요.

엔리꼬 2005-02-21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질 페이퍼라뇨.... 그럼 이 글을 보고 좋아하는 우리는 저질의 알라디너들?
이런 숨겨진 이야기들 많이 들쳐내서 알려주세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너무 많네요... 그런데, 1만원 이야기는, 전혀 웃긴 이야기가 아닌데, 혼자서 껄껄껄 웃어버렸어요.. 죄송

marine 2005-02-2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병원에서 이런 경우를 봤어요 청력 장애로 장애인 판정을 받으려고 병원에 왔는데 여러 복잡한 검사를 했지만 그 분은 기준에 못 미쳤어요 할아버지가 말귀도 잘 못 알아 들으시고 행동도 굼뜬데 어지간하면 진단서 써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지만 그 의사도 불쌍하다고 다 진단서 써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여러 말로 위로하고 그냥 돌려 보내더라구요 할아버지가 병원까지 택시타고 오고, 검사비 들고 결국 돈만 버렸구나, 이렇게 한탄하면서 가는데 괜히 마음이 찡했어요 차라리 마태우스님이 말한 환자처럼 강하게 complain이라도 한다면 마음이 덜 아플텐데, 힘없이 돌아서니까 괜히 속상하더라구요

마태우스 2005-02-2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님 말씀 들으니 그런 문제가 있군요. 월남전 갔다온 사람들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진단해 달라고 보훈병원에서 떼를 쓰는 일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들에게는 생존의 문제, 의사에게는 원칙의 문제. 어려운 일이지요...
서림님/저질이 아니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에 글을 대량으로 올리면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라서 한 말입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글구 저도 그말 들을 때 웃었답니다^^
사과님/네, 제 매제, 저는 정말 좋아합니다. 사과님보다 오백원어치 덜요^^
마냐님./오랜만이어요. 글구 저 오늘 해냈습니다. 5천원 탔다구요! 킥킥!!
하루님/부끄럽습니다(제가 괜찮다는 거죠?^^)
깍두기님/매제 말고 저에게도 추천 날려 주세요. 저도 바르게 살께요!
dsx님/제가 아는 사람들 중 제가 싸움을 제일 잘합니다. 합기도 초단이거든요^^
로렌초님/님의 댓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제 매제는 착하기로 따지면 그 학번에서 1, 2위를 다투었지요. 제 매제가 된다고 했을 때 전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제 영향을 받아 악에 물들고 있지요^^
모과양님/그럼요 모과양님도 있는데^^ 추천 감사합니다.
플라시보님/그렇지요. 그분의 처지를 생각하면 안타깝긴 하죠.... 저도 열심히 적립금 타서 30만원 모으렵니다.
울보님/저도 좀 이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