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가 있다.
산유국이고 우리랑 축구를 몇 번 했다는 정도의 지식만 있는 나라,
그 사우디에서 우리 학교로 학생들을 보낸단다.
그러니까 훌륭한 의사를 만들기 위해 위탁교육을 시키는 건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리학교가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됐다.
분명 축하할 일이고, 우리 학교의 이름이 전 아시아로 퍼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
그런데 문제는, 한두명이 아니라 40여명의 학생이 온다는 거다.
사우디 학생들은 올해 1년간 한국어 공부를 하고 내년부터 의대에 입학한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1년 만에 한국어 강의를 알아들을 만큼 공부가 될 것 같진 않다.
언어가 다른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강의할 수는 없으니
필히 우리 학교 학생들과 분리해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즉 의과대학이 하나 더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교수 숫자는 그전과 똑같으니 1인당 2배의 시간을 투자해 강의를 해야 한다.
게다가 그 학생들과 얘기하려면 영어 강의를 해야 한다.
우리 학교 교수들 중엔 영어강의가 되는 분들이 꽤 있겠지만,
미국 근처에도 안가본 나로서는 영어강의가 걱정이다.
게다가 무슨 영문인지 우리 학장님은 날 의대 ‘사우디 대책반장’으로 임명해
사우디 학생들을 지도하는 책임을 맡겼다.
오늘 한시간 여 동안 거기에 관한 회의를 하다 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이 된다.
그래서... 연구실에 돌아가자마자 아랍어 회화책과 우리말 사전을 샀다.
명색이 사우디 대책반장인데 아랍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 학장님을 감동시킬까 해서다.
늘 그렇듯이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5년만 젊었다면 1년 안에 아랍어를 마스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늘 아침에 먹은 것도 잘 기억이 안나는 나이인데,
얼마나 공부를 할 수 있으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