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성치의 팬이다. <도성> 이후 그를 좋아하게 된 지가 벌써 20년이 다되어 가지만, 그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까지 인기있는 배우는 아니다. 나처럼 유치한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의 영화를 볼 뿐, 다른 사람은 “저게 뭐야?” 그럴거다. 그를 처음 만났던 <도성>의 명장면 하나.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대결을 위해 도박장에 들어가는데 주성치는 슬로비디오로 들어간다. 난 필름을 늦게 트는 줄 알았는데 옆 사람들은 빨리 걷고, 주성치 혼자만 느리게 걸었던 것. 그의 유머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그의 유머를 20년간 봐온 난 그게 전혀 지겹지 않다.

<쿵푸 허슬> 역시 주성치의 이전 영화들처럼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유치하다. 줄거리가 중요한 건 아니다. 주성치가 언제 어떻게 웃기느냐, 내 관심의 초점은 그거였다. 물론 난 만족했다. 그의 귀여운 유머는 여전히 날 웃게 했고, 심각한 상황에서 터지는 유머에 난 자지러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관객이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별반 웃은 것 같지 않다. 내 뒤에뒤에 뒤에 또 뒤에 앉은 여자 관객만 시종일관 껄껄껄 웃어댔을 뿐, 나머지는 잔잔한 미소 정도가 고작이었다. 매니아를 거느린 영화를 ‘컬트영화’라고 내 맘대로 정의한다면, 주성치의 영화는 컬트고, 난 매니아다. <폴리스 스토리>를 비롯한 성룡의 영화들은 정의가 언제나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는 듯하지만, 주성치의 영화는 그런 비장함이 없어서 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아아 주성치, 언제나 귀여운 나의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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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1-1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은 <쿵푸허슬>의 날이로군요.. 플라시보님도 올리시더니..^^

날개 2005-01-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로드무비님 이벤트에 뽑히셨네요.. 축하드려요..^^

깍두기 2005-01-1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 > 이 괄호 하지 말라 그랬죠!

마태우스 2005-01-1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글구 저 플라시보님이랑 같이 본 거 아녀요!!

깍두기님/탱크스 투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sooninara 2005-01-14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성치 데이^^

LAYLA 2005-01-1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이라면 주성치는 도대체 몇살인거죠? ^^

플라시보 2005-01-1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마태우스님도 이거 보셨군요. 제가 본 도시에서는 관객이 꽉 차고 또 반응도 몹시 좋았습니다. 꼭 주성치 팬들이 단체 관람을 온것같은 분위기였어요. 이렇게 좋은 분위기는 예전에 매트릭스 3편 관객들이 영화 시작하기도 전에 모두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을때 이후로 가장 좋았던것 같습니다.

북극곰 2005-01-1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극지왕부터 저도 팬이 됐지요. 변하지도 않은 그의 연기와 유머에 박수를~!! '귀엽다'는 말이 정말 딱 맞지요? ^^

숨은아이 2005-01-14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못 봤지만 "주성치의 008"(원제는 모릅니닷)은 예전에 비디오 보면서 막 깔깔깔 웃었어요.

비로그인 2005-01-1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식신'을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고 다른 패러디시리즈도 두루 섭렵했구요.
주성치는 제생각엔 마이크 마이어스 같은 천재가 아닐까요? ^^

마태우스 2005-01-1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한 50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플라시보님/님과 같은 날 영화를 보다니, 반갑습니다
에슐리님/귀엽죠 정말...
숨은아이님/저는 케이블로 그거 봤어요. 얼마나 웃었는지...
체셔고양이님/천재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왜 '식신'을 안봤을까... 빌려봐야겠네요.

2005-01-15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 2005-01-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성치는 62년생이랍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꾸밈없고 편안한 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마태우스 2005-01-1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님/안녕하세요? 주성치가 62년생이면 제 생각만큼 나이가 많지는 않군요! 흐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2005-01-22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우주 2005-01-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성치 좋아해요. 홍콩 영화배우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죠. 너무 귀엽지 않나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