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부터 담배값이 500원 인상되었다. 이왕 인상할 거 새해부터 할 일이지 왜 연말에 올리는 건지 조금은 의아하다. 이번 인상은 다른 건 몰라도 담배값만은 선진국 수준으로 하겠다는 정책의 일환이란다.. 담배값이 비싸면 담배 피우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논리를 동원해서.
하지만, 정말 담배를 끊게 만들려고 값을 인상했다면 왜 500원만 인상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등동물인 박테리아도 서서히 항생제 농도를 올리면 내성이 생겨 높은 농도의 항생제에도 잘 사는데, 복권 한 장 값도 못되는 500원을 올린다고 얼마나 많은 숫자가 담배를 끊을까?
TV에서 한 시민을 인터뷰한다. 한 남자가 “담배값이 올라서 담배를 끊겠다”고 말한다. 왠지 낯이 익은 사람 같다. 개인적으로 안다기보다, 전에 TV에서 한번 봤던 사람인 것 같다. 혹시 일전에 담배값이 인상되었을 때도 나와서 “담배 끊겠다”고 말한 사람이 아닐까? 이건 물론 사실이 아니겠지만, 그때 사용했던 필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건 아닐까. 금연초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호들갑 역시 지난번의 재판이다.
500원의 효과가 며칠은 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동안 몇차례 담배값을 인상했지만 흡연율이 별로 줄지 않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말이다. 정말로 정부가 담배값을 인상해 흡연율을 줄이고자 한다면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담배값이 갑자기 5천원이 된다면 어떨까. 직장인들 중 상당수는 담배를 끊을 것이고, 담배 시장에 막 진입하려는 청소년들은 과연 이 길을 가야 할지 꽤 망설이게 될 것이다. 담배란 것이 한번 맛을 들이면 끊기 어렵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애시당초 담배를 못배우도록 하는 게 중요하며, 담배값 인상이 금연의 효과를 가져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정부가 아무리 말을 번지르르하게 해도, 실상은 국민의 건강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담배값에 포함된 세금을 여기저기 써먹는 정부로서는 국민들이 전부 담배를 끊을까봐 내심 걱정하고 있지 않을까. 정부가 담배 판매를 전담하는 것도, 담배인삼공사의 구호가 ‘담배로 잃은 건강, 인삼으로 회복하자’인 것도 정부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를 말해 준다. 그러니 이번의 500원 인상은 흡연자의 수를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세수만 더 늘일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리라.
난 아버님이 내뿜는 담배 연기에 질려 어려서부터 금연을 결심했었다. 뭔가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내 성격상 담배를 피웠다면 아마 골초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볼 때마다 한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내 결정이 자랑스러워진다. 하지만 흡연자들이 ‘세금 많이 낸다’고 내게 의시댈 이유는 없어 보인다. 내가 술을 통해 내는 간접세도 만만치 않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