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를 보려고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를 틀었다가, 멋지게 생긴 남자 하나를 봤다. 웨이브진 머리에 매력적인 눈빛의 남자. 그런데 이상하게 낯이 익다. 드라마를 별로 본 게 없어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데 말이다. 여친에게 물어봤더니 글쎄 김래원이란다. 세상에나, 김래원이 저렇게 변신했단 말야?

내가 김래원을 처음 본 건 <순풍 산부인과>에서였다. 거기서 그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었다. 송해교를 따라다니지만 번번히 퇴짜만 맞는 그런 역할. 너무 멋없게 생겨서 “쟤 누구야?”라고 물었더니 <학교>에서는 그래도 멋지게 나왔단다. 설마 그럴까, 했다. 이런 장면이 생각난다. 송해교의 집에 김래원이 놀러왔는데 해교는 없고 선우용녀만 있다. 래원이를 본 용녀, “내가 요즘 침 놓는 거 배우는데, 너 한번 맞아볼래?” 김래원, “네, 어머님”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침을 맞은 김래원의 입이 돌아가고 만다. 김래원은 그걸 빌미로 송해교와 데이트를 강요하고, 해교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마스크를 벗어 돌아간 입을 보여준다. 그래서 송해교와 밥도 먹고 극장도 가는데, 어느날 또다시 마스크를 벗어 협박을 하려는데 입이 원래대로 된거다. 데이트를 허락해주지 않자 래원이가 한 말, “어머니, 전 그때나 지금이나 어머님에 대한 마음이 한결같은데 어머님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그럴 수가 있건없건, 내가 선우용녀라도 래원이같은 스타일을 자기 딸이 사귀는 걸 싫어할거다. 외적 매력이 없으면 웃기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니까.

그랬던 김래원이 어쩜 저렇게 멋져졌을까. 부리부리한 두 눈은 남자인 내가 가슴이 뛸 정도고, 그래서 그런지 키도 훨씬 커보인다. 그가 <옥탑방 고양이>에서 떴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처음에 동명이인의 김래원이 있는 줄 알았다 (같이 뜬 정다빈도 내가 배우로는 꽝이라는 진단을 내렸던 터라 나로서는 더욱 머쓱할 수밖에). TV 드라마에서 그런 마스크로 성공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한번 뜬 건 그렇다쳐도, 그렇게 멋있어진 비결은 도대체 뭘까. 오늘 아침에 주위 사람들에게 “김래원 혹시 성형했냐?”라고 묻자 다들 아니라고 한다. 비결이 뭘까. 역시 사람은 뜨고 볼 일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