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2월 1일(수)


마신 양: 소주 한병 플러스 알파


누구랑: 조교들과




1. 우리 조교


작년만 해도 조교선생들과 술자리를 가끔 했었는데, 게을러져서 그런지 더 바빠진 탓인지 올해는 거의 못했다. 올 한해 날 위해 고생해 준 게 미안해 어제 술자리를 마련했다.




내 담당조교는 참 귀엽게 생겼다. 안그래도 귀여운데 쌍거플 수술까지 해 한층 더 귀여워졌지만, 아직 남친은 없다. 미녀에겐 일부러 불친절하게 대하는 성격 때문에 그녀와 2년간 있으면서 별반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어제는 술을 좀 마시자고 그녀를 꼬셨다. 차가 있다고 안마신다는 걸 대리운전비를 주겠다며 설득했는데, 겨우 승낙한 그녀, 겨우 소주 두잔을 마시고 어지럽단다. 난 또 한술 하는 줄 알았는데, 겨우 두잔이라.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의 아버지로 나오는 한진희가 소주 한잔을 먹고 쓰러진 장면이 떠오른다.




2. 여친의 친구


밤 11시, 서울역에서 여친을 만났다. 여친이 자기 친구에게 날 선보이는 자리, 유유상종이라고 그녀의 친구도 범상치 않은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우린 서울역 앞에서 맥주 큰병을 나누어 먹었는데, 친구분의 집이 인천이라 조금 걱정이 되었다. 서울역 앞에서 밤 12시에 떠나는 삼화고속 막차를 타고 간다는데, 맥주를 마시면 아무래도 소변이 마렵지 않겠는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왔고, 만족한 듯한 얼굴로 돌아왔다. 말은 못했지만 난 알고 있었다. 진정한 소변은 맥주를 마신지 30분 후에 나온다는 것을. 그건 대변도 마찬가지여서, 술을 먹은 다음날 설사를 한번 했다고 자신있게 버스에 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럴 땐 추가 설사가 나올 때까지 20분이고, 30분이고 기다렸다가 나가야 한다.




여친과 오붓하게 놀고 있는데, 그녀의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나 오줌마려워 미치겠어”


시간을 보니 12시 32분, 난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답을 해줬다.


“허벅지를 지긋이 꼬집으시면 조금 더 참을 수 있습니다”


그녀의 답변, “하느님, 절 지켜 주세요”


재차 내 답변, “하느님은 당신의 실수를 용납하실 겁니다. 아멘”


내 메시지는 효과가 있었다. 웃기면 소변을 참는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마련, 그녀는 결국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결국 못참고 중간에 내렸다”




멀리 출퇴근을 하는 나에게는 버스 안에서의 소변 혹은 대변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한둘이 아니다. 지금은 추억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있지만, 그 순간의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법이다. 내가 기차로 전환한 이유 중엔 그런 것도 고려되었는데, 장거리를 가는 버스에 변기를 만들어 놓는 일은 어려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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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4-12-0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내용도 내용이지만 밤 12시 30분이 넘도록 여자친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낸것에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군요. 하하핫. 잠이 부족하시겠어요. ^^

마태우스 2004-12-02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앗 혹시 다른 상상을 하시는 건 아니죠?? 전 그저 손만 꼭 잡고...........................................

미완성 2004-12-02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민한 장을 가진 저로썬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을래야 가지 않을 수 없는 글이로구만요..흙흙..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밤 12시 32분, 한 손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치고, 그럼 다른 한 손은 어디로.....?

깍두기 2004-12-0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 대리운전비를 받았는데, 님은 주시는군요^^

2번 에피소드는 정말 공감입니다. 전 술마시고 화장실 안 가는 사람이 너무 신기해요.

날개 2004-12-0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의 조교처럼.. 저도 술이 약해서 소주 한잔이면 어지럽고, 두 잔이면 바로 오바이트입니다..-.-;; 취할때까지 술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취하기도 전에 오바이트니, 더이상 마실 수가 없다구요..ㅜ.ㅠ

그나저나 마태우스님의 술일기.. 무지 잦군요..흐흐흐~

비로그인 2004-12-0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흣.. 전 맥주 마시면 한 번 화장실 가기 시작하면 거의 10분에 한번꼴로 계속 가줘야 하는;;;; 고로 술자리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지요;;; 아무래도 저의 장은 일직선인듯;;

플라시보 2004-12-0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재밌네요. 님의 재치있는 답변 때문에 결국 님의 여자친구분의 친구분이 중간 내린 대목에서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진정한 소변은 맥주 마신뒤 30분 후. 깊이 공감합니다. 참고로 저는 한 한시간쯤은 화장실 안가고 버티다가 일단 물꼬가 트이면 5분에 한번씩 다녀옵니다. 그럼 주변사람들이 탈수증 걸릴까봐 맥주를 더욱 가득가득 부어준답니다.)

비연 2004-12-0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유상종이라고 그녀의 친구도 범상치 않은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아..! ^^

제가 아는 사람 중에도 술만 먹으면 지하철에서 항상 아무 정거장에나 내려 일(?)을 보는 사람이 있죠. 그래서 지하철마다 화장실이 어떻게 생겼나 잘 안다고 자랑하는..^^;

하얀마녀 2004-12-02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그 분은 문자를 보낼 여유는 있었던 모양이네요. ^^

sunnyside 2004-12-0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조직은 술마시고 화장실 안가는 내기를 하곤 한답니다. ^^

진/우맘 2004-12-0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서니님, 무서운....조직입니다!

니르바나 2004-12-03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주말에 내려갈 때 보니까 고속도로 휴게소가 중간에 있어서 다음날 맥주를 마신 후에 겁도 없이 직행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차가 밀리니까 시간 아끼려고 휴게소에 들어가지 않고 앞차와 빈틈을 주지 않으려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더군요.

영국왕족들이 훈련한다는 로열키드니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도 참기어려우면

말하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저만 유독 심했던 모양입니다.

오줌보가 터지기 일보직전에 기사님에게 소리쳤습니다.

'오줌싸겠어요. 차 세워주세요.'

몇 번인가 간청한 끝에 화장실 없는 갓길에 차가 섰는데 이게 왠 일,
선착순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을 보니 급했던 거는 승차한 손님 모두였습니다.

저만 맥주로 만든 술기운에 체면을 구긴거 였습니다.

원초적인 모습은 길가에 쭉 늘어선 군상들이었구요.

그 이후 술 먹는 일이 없다보니 이런 일을 다시 치르지 않았지만

지금도 그때 일만 생각하면 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체면이 뭔지...

비로그인 2004-12-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니님!! 부라보!! 푸하하하하~~

마태우스 2004-12-0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제게도 부라보 한번 해주세요!

니르바나님/모르는 사람이랑 있으면 체면 좀 구겨도 되지 않을까요^^ 저도 심야고속버스에서 내려 갓길에서 소변본 적이 있어요. 바람이 불어 소변이 바지에 튀곤 했던 쓰라린 기억이...

진우맘님/그러게요..

서니님/음, 소변을 참는 건 좋지 않습니다. 소변이 역류하고 세균이 신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설이...

마녀님/네, 그러게 말입니다.^^

비연님/'아'라는 감탄이 돋보이는 댓글입니다. 지하철 화장실 구조를 안다고 자랑하시다니, 매우 특이한 분이시네요^^

플라시보님/소변이 마려울 때면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에 대해 생각하게 되어요. 5분마다라 호홋.

여대생님/님은 십분마다라니...으음, 플라시보님과 상의해서 방법을 찾아보시는 게 좋겠다는..

날개님/12월의 페이퍼는 대개 술일기로 채워질 것 같다는^^

깍두기님/안가는 사람도 내면의 고통은 있을 겁니다.^^

사과님/어머 제 순수성을 모함하다니, 옳지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