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삐가 하늘나라로 간 게 16일이니,
예삐 없이 산 게 벌써 2주가 지났네요.
처음엔 텅 빈 듯한 집에서 어떻게 밥을 먹고 잠을 잘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지는 게 사람인가 봅니다.
이런 적응력이 싫고, 예삐에게 미안하지만,
어쩌겠어요. 산 사람은 살아야죠.
처음엔 아내보다 제가 더 많이 울었습니다.
아내는 첫째 강아지 뽀삐와 예삐를 비슷하게 예뻐했지만,
저는 예삐만 편애했거든요.
그래도 한 마리가 남아 있으니 위안이 될 것 같았지만,
뽀삐만 데리고 산책을 나가니 예삐의 빈자리가 너무 커보이는 거 있죠.
심지어 뽀삐가 미워지기까지 하더라고요.

얘가 뽀삐...
설거지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절 아내가 위로하던 장면도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역전이 됩디다.
아내는 요즘도 시시때때로 울고 있지만,
사흘 전부터 전 눈물이 멎었거든요.
억지로 해석해보면 이런 차이 같아요.
아내는 예삐의 의료를 담당했고 전 예삐의 산책과 놀이를 담당했거든요.
아무래도 아내가 예삐에게 죄책감이 더 생기나 봐요.
평소에 잘하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아무리 평소에 잘해봤자, 아쉬움의 크기는 더 크면 컸지 작아지진 않는다는 걸
이번에 예삐를 보내면서 느꼈습니다.
예삐가 저희에게 의존했던 것 이상으로 저와 아내가 예삐에게 의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정상적인 생활로 거의 복귀할 수 있었던 건
위로를 해준 많은 분들 덕분이어요.
당일날만 해도 몇 분이 문상을 오셨고,
그 후에도 많은 분들이 문자와 전화, 그리고 댓글로 위로를 해주셨어요.
그런 게 위로가 되겠느냐,고 생각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의외로 많은 힘이 되더라고요.
알라딘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저희 쪽 가족들에게 삐져 있는 게,
어머니를 제외하곤 예삐 일에 대해 전화나 문자 하나 없어서예요.
제게는 예삐가 소중한 자식이었는데
그들에겐 그저 개 한 마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나봐요.
이런 게 의외로 많은 걸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가족이란 게 과연 무엇인가, 때로는 남이 어려울 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구나 등등을요.
이런저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사상 최대의 태풍이 온다고 하네요.
뭐, 현 정부의 임기도 너끈히 버텨내는데 이 정도 태풍이야 못이기겠어요?
아무튼 조심하시고, 태풍이 지나면 찾아올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해 보아요.
여러 가지로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