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에도 한번 쓴 적이 있는 소재예요. 맨날 재탕해서 죄송.
머리를 자르러 학생회관에 갔다가, 그안에 있는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2천원짜리 닭볶음밥인데, 매우 맛있게 먹었고, 본의 아니게 과식했다. 그걸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주로 이용하는 병원식당 생각을 했다.
병원식당은 의대 학생들과 직원들이 주로 이용한다. 값은 2천5백원으로 학생식당보다 더 비싸지만, 맛은 한참 떨어진다. 한식이 주를 이루는 A 코스와 양식이 주인 B 코스가 있지만, 어느 걸 선택해도 맛은 별로인지라 사람들은 그중 덜 나쁜 음식을 골라 줄을 서야한다. 지난주에 만둣국을 하기에 먹어봤더니 만두는 딱 한 개 떠있고, 당근만 잔뜩 들어있는 국물은 아무리 간장을 쳐도 싱겁다. 한번은 돈까스 코너에 줄을 섰더니 바짝 말라비틀어진, 휴대폰 배터리보다 크기가 작은 돈까스가 두 개 나온다. 다른 메뉴도 대충 이런 수준이라, 사람들은 그냥 한끼를 ‘떼우러’ 식당에 갈 뿐이다.
병원식당의 가격이 오른 것은 지난 10월부터다. 기존의 2천원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게 이유란다. “밖에 나가봐. 라면 하나를 먹어도 그보다 비싸”라는 논리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밖과 비교한다면 솔직히 말해서 2천5백원도 싸디싸다. 게다가 간장 종지와 콩 서너개를 밥에다 쳐박아 놓고 ‘비빔밥’이라고 우겼던 기존 업체에 비하면, 지금 우리가 먹는 밥은 거의 진수성찬 수준이다. 업체가 바뀌기 직전, 남은 재고를 총동원하는 듯 기상천외한 음식들만 나왔던 그 악몽의 일주일을 견뎌낸 사람이라면 지금 밥도 감지덕지라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60년대와 2004년을 비교하면서 지금 사람들이 편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무시무시한 밥이 지금 나오는 밥의 정당성을 담보해주지는 못한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나머지 오후 다섯시만 되면 식당 앞을 기웃거리는-저녁식사 시작은 다섯시 반부터다-학생들을 생각한다면, 병원식당이 좀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학생회관 식당의 돈까스 가격은 2천3백원, 하지만 거기서는 말라비틀어진 돈까스 대신 맛도 제법 있고 크기는 강호동 얼굴만한 돈까스가 제공된다. 우리보다 훨씬 실속있는 부대찌개는 단돈 1700원,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걸까. 답은 규모의 경제다. 최소한 5천명 이상이 이용하는 학생회관 식당과, 학생 160, 교수 100, 인턴.레지던트. 간호사를 다 합쳐봤자 200명이 채 안되는 규모로는 그 가격에 수지를 맞출 수가 없는거다. 대책은 없을까? 전혀 없진 않다. 한가지 방안으로, 외부 사람을 받으면 된다. 환자 보호자, 외래방문자, 문병객 등 외부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을 위한 식당은 ‘보호자 식당’이 있지만, 그 보호자식당이 정말이지 죽여준다. 거기서 먹은 설렁탕은 4천원이라는 멀쩡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맛없는 음식 베스트 3에 포함될 정도며, 2천원짜리 라면마저 맛없게 끓이는 걸 보면 이 식당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질 만하다. 그러니 보호자 식당에 입주한 업체를 쫓아내고, 병원식당 업체가 두곳을 다 운영하면 규모의 경제가 조금이나마 실현되지 않을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원식당은 수익을 내서는 안된다는 믿음일 것이다. 직원들이 밥을 잘먹어야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 직원들의 식사에 좀 더 신경을 써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반찬을 너무 잘해줘서 적자가 나고, 그걸 병원 수익으로 메꿔주는 시스템이 되면 어떨까. 그런다고 우리 병원이 타격을 입을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야 오늘 맛있는 점심을 먹었지만, 아무런 희망도 없이 병원식당에 갔을 학생들과 직원들이 참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