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에게 메일을 받으면 일단 놀라게 된다. 유명인은 대개 바쁘고, 그래서 답을 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 살아가면서 유명인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그리 많지 않지만, 운이 좋아서 그런지 대부분 답을 해줬다.
1. 김정란(시인.상지대 교수)
김정란님이 안티조선을 주제로 한 100분 토론에 나간 적이 있다. 그녀의 홈페이지가 어찌어찌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리로 몰려와 욕을 해댔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시를 쓰냐”는 식으로. 얼마 되지 않는 재주지만 이럴 때 돕는 게 팬의 의무라고 생각한 난 거기 도배된 글들에 열심히 반박을 해댔다. 사태가 진정되고 난 뒤 김정란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그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그렇게 편을 들어주니 고마웠다고. 물론 난 감격을 했고, 그 메일을 인쇄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김정란님의 아이디는 rourou(루루)인데, 내가 그 즈음에 산 미니핀에게 ‘루루’라는 이름을 붙인 건 다 그 때문이다. 루루는 벤지와 잘 못지내 다른 집에 보내졌고, 거기서 사탕 막대를 먹는 바람에 죽어버렸다. 불쌍한 루루...
2. 진중권(설명이 필요할까^^)
<시칠리아의 암소>를 읽다가 뜻을 모르는 단어가 몇 개 있어서 메일로 질문을 했다. 검색 같은 걸 찾아본다는 생각을 그땐 못했었는데, 물어본 단어란 게 ‘앙시앙 레짐’같이 쉬운 단어들이라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다. 그래도 진중권님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줬고, 그의 친절에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메일도 인쇄해서 보관했고,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은 잃어버렸다. 진중권의 아이디는 ‘교코’인데, 그게 일본인 아내의 이름이 아닐까 싶다.
3. 지승호(전문 인터뷰어)
인터뷰의 대가인 지승호님은 내게 여러번 메일을 보내주셨다. 심지어 책 날개에 ‘마태우스’라는 내 아이디를 언급해 주시기까지 하셨으니 내가 어찌 감격하지 않겠는가. 다른 저자와는 달리 지승호님은 알라딘에 올라온 독자들의 리뷰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는 성실함을 보이는데, 그가 보이는 인터뷰의 성실함은 바로 삶의 성실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
4. 노혜경(시인)
신경숙이 쓴 <기차는 일곱시에 떠나네>에 통렬한 비판적 리뷰를 쓴 초등학교 5학년생이 있었다. 원고를 넘겨받은 잡지사 측은 진짜로 그녀가 썼는지 검증을 하기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그녀의 어머님이 바로 노혜경님이었다. 난 노혜경에게 “정말 훌륭한 딸을 두셨네요. 엄마 닮아서 그랬나봐요”라는 메일을 보냈고, ‘그리 말해줘서 고맙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다른 일로-박남철 시인의 성희롱에 관련된 일-문의를 했을 때, 그녀는 회신을 안해줬다. 그땐 서운했다.
5. 김순덕(동아일보 기자)
김순덕이 쓴 <마녀가 더 섹시하다>를 읽고 별반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어 메일을 보냈는데, ‘제가 답장을 보냈던가요’라고 시작되는 메일을 보내줬다. 그녀는 내 말도 일리가 있다고 인정해 줬는데, 어찌되었건 저자가 독자의 메일에 반응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흐뭇했다.
6. 권성우(문학평론가. 덕성여대 교수)
요즘은 책을 잘 안써서 뜸해졌지만 한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평론가는 권성우였다. ‘문지’의 황태자가 될 수도 있던 권성우는 당시 화두였던 문학권력을 비판하고, 문지의 전설인 김현에게도 비평의 메스를 들이대는 불경죄를 저질러 왕따가 되고 말았다. 하여간, 그가 쓴 <비평의 희망>을 읽다가 그답지 않게 상찬으로 점철된 비평을 쓴 글이 있기에 메일을 보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책을 펴낸 출판사의 사이트에 내 메일 주소와 함께 글을 남겼다)
“평소엔 그러면 안된다고 하더니 여기선 왜 이러셨나요?”
그는 친절하게도 “그건 일반적인 비평문과 다르고, 원래 그렇게 하는거다”라는 답변을 해줬는데, 나중에 장정일이 <독서일기>에서 그가 쓴 주례사 비평을 비난한 걸 보니 ‘원래 그런’ 건 아닌가보다. 아무튼 난 그의 밑에서 배우는 덕성여대 학생들을 부러워했는데, 내가 로또가 된 후 문창과 청강생이 된다면 무조건 덕성여대로 갈 생각이다(여자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니다!).
이상이 내가 받은 유명인의 메일이었다. 유명인의 메일은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어 주는 법, 혹시 내가 유명인이 된다면 내게 오는 메일에 성실히 답해줄 생각이다. 그럴 확률은 물론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