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입술이 너무 아프다. 하두 아파 거울을 보니 가늘게 벤 상처가 나 있다. 당분간 쓸 일이 없긴 하지만, 입술이 아픈 건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입술을 왜 베었을까. 면도하다가 그랬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어이없게도 난 김밥을 먹다가 그랬다.
영등포 역 앞에는 김밥을 파는 아줌마가 있다. 그 맛있는 김밥이 한줄에 천원이다. 그래서 난 이따금씩 사먹곤 하는데, 어젠 점심 시간을 아껴가며 수업 준비를 하려고 두줄을 샀다. 12시가 되었을 때, 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김밥을 먹었다. 그러다 베었다. 어디에? 김밥을 싼 알미늄 호일에. 베이고 나서야 아차 했지만 때는 늦었다. 종이에 손을 베는 건 들어봤어도, 김밥 먹다가 입술을 다쳐본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저께는 손가락을 다쳤다. 어두운 차 안에서 수첩을 꺼내려다가. 아니, 이번엔 수첩에 베기라도 했나? 그건 아니다. 가방에 손을 넣고 뒤지다가 거기다 넣어 둔 면도날에 손가락을 벤 것. 베이고 나서도 잘 몰랐는데, 손가락에 축축해 불을 켜보니 그게 피다. 왼손 셋째 손가락에는 두줄기의 상처가 나 있고. 가방에 왜 면도기를 넣어 뒀을까? 면도를 못해 일회용 면도기로 면도를 한 뒤, 한번 쓰고 버리기가 아까워 넣어 둔 거다. 그렇다면 뚜껑이라도 덮어 둘 일이지! 물론 덮어 뒀다. 하지만 내 가방이란 게 워낙 다이나믹해, 뚜껑이 붙어 있을 리가 만무했다. 면도기에 손을 베는 경우는 있어도, 가방 뒤지다 면도날에 베인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내가 생애에서 가장 황당하게 다친 건 대학교 1학년 때다. 자리에서 일어나다 긴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앞으로 자빠진 것. 그 바람에 난 앞니가 부러졌고, 그것 때문에 돈도 돈이지만 오랫동안 고생을 해야 했다. 이를 해넣고는 조심해야 하는데, 갤러그를 하다가 이를 악물었고, 그 바람에 새로 해넣은 석회가 떨어진 것. 서른셋에 다시 이빨을 덧씌울 때까지, 움푹 들어간 내 앞니는 나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스스로가 한심해지지만, 꼭 그럴 일만은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투수 케빈 브라운은 감독이 마운드에서 내려가라고 했더니, 분을 못이기고 덕아웃에 들어가 벽을 때렸단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손목이 부러져 몇 달간 쉬어야 했다. 쉬는 동안에도 연봉은 나오니 손해날 건 없지만, 40이 가까운 대투수가 그런 짓을 했다니 놀랍기만 하다. 어떤 선수는 케이크를 자르다가 손을 베기도 했고, 한화 투수 정민철은 취객과 싸우다 차 사이드를 주먹으로 쳐 손이 부러지기도 했다. 그래, 나만 바보는 아니다. 난 손가락과 입술을 다쳐도 지장이 없지만, 손은 그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 그러니 나보다 그들이 더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