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뎀!”
육상스타 칼 루이스가 우리나라에 도착하자마자 한 말이다. 잠실 주경기장이 완공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선 몇몇 선수를 초청해서 그랑프리 육상대회를 가졌는데, LA 올림픽에서 4관왕을 차지한 칼 루이스는 그 중에서 최고로 유명한 선수였다. 신문에서는 칼 루이스가 온다고 대서특필했고, 육상의 불모지 한국에서도 그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몰려든 관중은 예상외로 많았다. 100미터 참가선수가 18명이라 6명씩 뛰는 예선을 거친 뒤 결승전을 치러야 했지만, 뭐가 그리 불만인지 칼 루이스는 “한번 이상 뛸 수 없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런 말도 안되는 어거지에 우리나라는 쉽게 굴복하고 말았다. 그럼,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18명이 우르르 뛰어 1등을 가렸을까? 아니면 따로따로 뛰어 기록이 가장 높은 선수에게 금메달을 줬을까. 칼 루이스에게 예선만 뛰게 하고 금메달은 다른 선수를 주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지만, 그렇게 못하겠다면 이 두가지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예선 세경기를 모두 결승전으로 인정, 각조 1등 세명에게 금메달을 공동으로 수여한 것. 은메달도, 동메달도 모두 세명씩이었다. 이런 희대의 코메디가 벌어지는 걸 TV로 보면서, 난 약소국의 설움을 실감해야 했다.
스즈끼 이치로. 현재 84년 묵은 257안타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천재 야구선수 이치로는 미국에 가기 전에도 일본에서 7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스타 플레이어였다. 그의 수비위치가 우익수인 탓에, 그가 나오는 경기 때는 내야보다 외야가 먼저 차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한국에 온 적이 있다. 그가 소속된 오릭스와 우리나라 팀이 경기를 갖기로 한 것. 그가 온다는 소식에 괜히 나까지 흥분했었는데, 늘 1번타자로 나오는 것과는 달리 그날따라 이치로는 9번 타자로 나왔다. 3회초, 드디어 그가 타석에 들어설 차례. 하지만 놀랍게도 대타가 기용되고, 이치로는 경기에서 빠졌다. 그건 분명 한국 팬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뉴스에서는 이치로가 인터뷰 도중 했던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국 사람에게선 김치 냄새가 난다”
그가 지금 메이져리그를 정복하는 것에 열광하고 있는 나는 자존심도 없는 놈이 아닐까.

사라포바가 왔다. 윔블던 대회 우승으로 10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던 그녀가 총상금이 14만달러인 한솔 코리아오픈에 참가한 것은 만만치 않은 뒷돈을 받고 온 것이리라. 오늘자 한겨레 기사다.
[...사라포바는 경기 뒤 스트레칭을 하고 식사를 하는 등 50여명의 취재진은 아랑곳 하지 않는 태도였다. 전날에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주니어 테니스클리닉을 당일 아침 갑작스레 취소해 어린이들을 실망시켰다... <샤라포바의 샤라포바를 위한…>]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지금껏 우리나라에 왔던 선수들과 비교를 해본다면 사라포바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녀가 1회전에서 탈락해 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없진 않았지만, 그녀는 1회전, 2회전을 통과해 8강에 올라 준준결승을 앞두고 있다. 열심히 테니스를 치고, 팬들에게 손키스를 보내는 그녀. 뾰로통한 표정으로 있다가 간 칼 루이스나 못올 곳을 왔다는 식으로 처신한 이치로를 생각하면, 그녀의 해맑은 미소가 더 빛나 보인다. 참고로 난 사라포바가 이뻐서 편을 드는 건 결코 아니다. 믿으시라. 믿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