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마리'가 중요합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고 하자 벤지는 여느 때처럼 슬픈 눈으로 날 바라봤다. 녀석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빨리 올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거짓말임은 벤지나 나나 모두 잘 알고 있다. 툭하면 그러듯이 난 오늘 술에 떡이 되어 밤 11시가 넘어 들어갈 것이고, 그때까지 벤지는 소파에 누운 채 오지 않는 날 기다리겠지.


벤지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 열일곱이니 개로서는 장수한 편이고, 내가 정성스럽게 주는 식사는 웬만한 개보다는 훨씬 나을 테지만, 개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것만이 아니다. 개를 혼자 두지 않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주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게 바로 개들이 원하는 것이리라. 그런 면에서 난 그다지 좋은 주인은 아니었다. 학생 때는 공부한다고, 졸업한 후에는 술먹는다고 늘 늦게 들어왔다. 집에 사람이 많을 때는 좀 나았다. 여동생이나 남동생은 벤지를 높은 곳에 올려두는 등의 가혹행위를 했지만, 벤지는 아마도 그들이 모두 출가해 텅 비어버린 지금보다는 그때가 행복했을 것이다. 책도, TV도 볼 수 없는 와중에, 언제 올지 모르는 나를 기다리는 것은 정말 지루한 일이 아닐까.


엊그제 간 커피집에는 허쉬퍼피로 생각되는 개 두 마리가 있었다. 암컷과 수컷으로 구성된 그 개들은 서로 핥고 장난치고 싸우기도 하면서 너무도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순간 난 집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벤지 생각이 나, 마음이 짠했다. 나는 도대체 벤지를 어떻게 키운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개를 키우려면 두 마리를 사는 게 옳은 것 같다. 집을 자주 비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난 그걸 뒤늦게 알았다. 벤지가 열세살 때, 난 벤지의 외로움을 덜어줄 목적으로 미니핀-이름이 ‘루루’였다-을 한 마리 샀다. 하지만 그건 때늦은 일이었다. 이미 내게 길들여져버린 벤지는 루루를 질투했고, 그 개를 데래온 나를 원망했다. 내가 불러도 오지 않았고, 녀석에게 빼앗길까봐 신경질적으로 밥을 먹어댔다. 루루가 귀찮아서 그런지 소파 위로 피신해 있는 벤지의 모습을 본 나는 할수없이 루루를 다른 사람에게 줘야 했다. 그 집에 간 루루는 간지 6개월이 안되어 아이스크림 막대를 삼키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한번 더 그런 시도를 했었다. 다른 집에서 얻어온 개를 벤지와 놀게 한 것. 이번에도 벤지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때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바람에 이번에도 난 개를 다른 사람에게 줄 수밖에 없었고, 그 뒤에는 그런 시도를 일체 하지 않는다. 그냥 몇 달쯤 같이 길러보면 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미련도 없었던 게 아니었지만, 한 주인에 대해 충성도가 유난히 높은 벤지의 성격으로 볼 때 기대하기 힘든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래, 더 이상 벤지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 녀석도 이제 나이가 들어, 고집이 보통이 아니니까. 고수부지에 나가면 비둘기를 쫓고, 나보다 훨씬 빨리 뛰어 날 헐떡거리게 했던 벤지, 그는 이제 더 이상 빨리 달리지 못한다. 고운 눈은 백내장이 와 뿌옇게 되었고, 인형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던 미모도 이미 퇴색했다. 그런 벤지에게 스트레스를 주다니 내가 나쁜 놈이지. 9월까지 술마시는 걸 다 정리하고, 벤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 주련다. 벤지로부터 너무도 많은 것을 받았으니, 이제 녀석에게 되돌려 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벤지 이후에는 개를 기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나지만, 혹시 기르게 된다면 무조건 두 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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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9-2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햄스터는 한마리만 키우는 것이 옳지만 강아지는 사교성이 있는 동물이라 사람이 늘 애정을 표현하던가, 두 마리 이상 키우는 것이 옳을 것 같네요. 개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고양이랑도 한 공간에서 잘 지내더라구요. 이미 벤지는 마태우스님에게 온 마음은 다 바쳐서 다른 동물은 애정을 앗아가는 적으로 비추어지는군요... 그러니 마태우스님은 정말 술을 멀리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셔야 합니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안 돌봐주면 얼마나 슬프겠냐구요!! ^^;;

노부후사 2004-09-2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년이면 정말 오래 기르셧군요. 제가 보니까 개들은 나이가 10살이 넘어가면 거의 사람이 되더라구요. 그때 즈음 해선 주인이 말하기 전에 뭐라고 할지 대충 눈치를 챕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죠.

그리고 두 마리를 기른다고 하셨는데... 그거 솔직히 어렵습니다. 저도 경험자입니다만 소형 애완견들은 생후 1년 정도 그러니까 암컷인 경우에는 첫번째 발정을 시작할 무렵까지는 서로 엄청나게 싸워댑니다. 소형견들이 지배욕이 더 많다고 아버지께서 그러시던데요. 저희 집에서도 시츄 한 마리와 푸들 한 마리를 길렀는데 그런 사정으로 인하여 집안 사람들이 잠을 제대로 못잤죠. 시도 때도 없이 싸워대니까요. 결국 한 마리는 집에서 나가 아버지 병원에서 기른답니다. ^^;;

그리고 밥에 대한 개들의 집착은 엄청납니다. 자기 새끼들이 자기 밥 먹는 것도 엄청나게 신경질 내죠. 일례로 병원에 나간 푸들은 자기가 낳은 새끼랑 같이 사는데 새끼가 자기 밥 먹었다고 목 언저리를 무는 바람에 일곱 바늘 가량 수술해야 했죠. ^^;;

추천컨대, 두 마리 따로 가져와서 기르시는 것보다 암컷 한 마리를 기르신 다음에 새끼를 낳아 그 새끼를 기르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종들보다 덜 싸우거든요. ^^

비로그인 2004-09-2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리고 개를 키우는 집은 나중에 꼭 2마리나 3마리가 되더라구요. 저도 이번 추석 끝나면 유기견을 하나 같다 키우려는 계획이 있었는데...시댁과 친정에서 너무 강력하게 나와서...주춤거리고 있답니다. ^^::

starrysky 2004-09-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이모네서도 개를 한 마리 키우는데, 거의 한밤중까지 혼자 있거든요. 가끔 그 집에 가보면 얼마나 사람 손길을 그리워하는지 딱해 죽겠어요. 무서운 엄마 땜에 집에 데려올 수고 없고.. ㅠㅠ

플라시보 2004-09-2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뭘 길러도 짐승은 두마리씩 기르더라구요. 외롭다고. (물고기는 외로우면 죽어버리기도 한다는데 확인해보진 못했습니다. 외로워 죽었는지 어째 죽었는지 물어볼수도 없고^^) 개는 한마리도 잘 기르던데 대신 사람들이 잘 놀아줘야지요. 벤지가 나이도 많은것 같은데 이제 많이 남지 않은 날들일테니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재벌이시니 비싸고 좋은 밥은 이미 제공하실것 같구요. 많이 놀아주시길. 님께 그토록이나 충성을 다 하니까요.

werpoll 2004-09-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햄스터를 2마리 길렀는데......
근데 수컷이 암컷을 잡아먹었다는... ㅜㅜ...
그 뒤로는 햄스터는 못기르겠어요..;
(앗; 주제는 강아지군요;)

sweetmagic 2004-09-2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좀 올려주세요 보구 싶어요~~ 벤지 ~!!
*지, 벤지 웬지 동생같다는 ... ㅎㅎ

_ 2004-09-22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마태님의 벤지사랑에 눈물겹습니다. ㅠ_ㅠ

비로그인 2004-09-2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야 오래살어!

하얀마녀 2004-09-2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 집에서 키우고 있는 진도개도 질투가 참 많더군요. 지금이야 거의 능구렁이 수준이라 별로 질투도 하지 않지만 확실히 뭐 먹을 때는 아직도 티가 많이 납니다.

nugool 2004-09-2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는 거지만 17살은 정말 경이로운 나이... 아마 마태우스님 곁에서 굉장히 행복하게 살아서 장수하는 걸 거예요. 생각하시는 것 처럼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을 듯.. 벤지 한번 보고 싶어요.. ^^

비로그인 2004-09-2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서도 강아지를 한마리 키우지요. 모든 식구들이 외출을 할 때면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한 체, 쓸쓸한 표정을 하고는 식구들을 쳐다보더군요. 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이던 때부터 우리와 함께 했으니, 벌써 9년이나 되었는데...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래도 이별(?!)은 늘 힘들더군요. 제법 똑똑해서 식구들이 올 시간이 되면 현관 앞에서 안절 부절,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오면 운다지요... 어우~~~ (강아지가 늑대라도 되는 것 마냥..;;)

2004-09-22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9-23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정말 벤지는 마태님이 좋은가 봅니다. 그래요. 생각 잘 하셨어요. 벤지가 앞으로도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지만, 언제까지 살런지 모르잖아요. 그때까지 마태님이 놀아주시면 벤지가 더 이상 마태님 곁에 있지 않게될 때 마태님이 덜 슬플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제니 보낼 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어요. 사람하고 똑 같더라구요.

stella.K 2004-09-2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마태님이 절 울리시네요. 제니가 왜 이렇게 보고 싶지? 몰라요. 마태님 책임지세요. 흥~

panda78 2004-09-23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마에 입을 맞추고 출근하시는 마태님의 모습이 떠올라 한번 씽긋 웃었습니다.
정말 건강도 챙기시고 벤지도 챙기실 겸 조금 일찍 들어오셔서 벤지를 무르팍 위에 올려놓고 서재질을 하시지요. ^ㅡㅡㅡ^ 히히.

2004-09-23 0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2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그럼 좋은데 벤지 녀석은 제 무릎을 싫어한답니다. 제 지근거리에서 저를 보좌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하는지, 꼭 1미터 내외를 유지하더군요.
쥴/전 맘이 그리 모질지 못해서, 늘 마음아파한답니다....
스텔라님/흐흑, 제니는 스텔라님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살아 있을 거예요...
여대생님/그래도 그집은 식구들이 많잖아요. 저흰 딱 둘인데, 저랑 엄마랑 맨날 바쁘다고 집을 비우니...
너굴님/얼마전 진돗개를 잡아먹은 사람에게 8천만원 소송을 낸 사람이 있지요. 다른 사람들은 이해가 안갈지 몰라도, 더불어 살아온 세월은 참 소중한 것이지요....
하얀마녀님/개들이 바라는 것은 변함없는 주인의 사랑이 아니겠습니까. 주인도 지조를 지켜야죠^^
버드나무님/말로만 그러는 겁니다...어제도 전 12시가 다 되어 들어갔습니다. 그때 밥을 줬죠...
스윗매직님/저도 디카만 있으면...으흐흑!
체셔고양이님/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할텐데...
플라시보님/그래요, 밥보다 놀아주는 게 더 좋지요...
스타리님/그 개가 불쌍해요. 세상의 모든 개들이 해방되는 그날까지 아자아자!
폭스님/유기견이 뭐예요?????? 유기농이랑 비슷한 건가요?
에피메테우스님/안좋은 일들을 많이 겪으셨군요. 으음, 개들이 서로 싸운다구요. 그래도...외로운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아영엄마님/나이 들면 외로운 게 제일 서럽죠. 우리 할머니도 많이 심심해하시더군요. 제가 전화 한번 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시구...

토깽이탐정님/귀염성은 햄스터가 더 뛰어나겠지만, 머리는 역시 개가 낫죠^^

즐거운김양~ 2004-09-2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집에 강쥐를 키우고 있는데 사람들이 저보고 그래요.. 집에 애키우는 사람 같다고.. 친구들 약속잡아 나가는 것도 왠지 우리 강쥐한테 미안하고 그래서 저희는 동생들과 교대로 약속을 잡아요 무조건 한명은 집에서 강쥐를 봐야 한다는 규칙이 있거든요.. ^^ 뭐 좋은거 보면 우리 똘이 (이름이 좀 촌스러워요 먹돌이라고.. 그래서 사람들 많은 밖에선 풀네임으로 잘 부리즈 않고 똘이라고만..^^) 생각나서 사다주고 싶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죠.. 스스로 생각해도 애키우는 엄마 같아요.. 저도 그래서 우리 똘이 혼자 두고 나가려면 항상 마음이 아파요.. 저도 언제나 나가기 전에 똘이한테 얘기해요 일찍올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