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의 제목은 내용과 너무 관계가 없구나...
오늘 아침, 벤지 밥을 주려고 넓디넓은 마루를 가로질러 부엌에 가다가 오른쪽 고관절에 엄청난 통증을 느껴 버렸다. 한걸음도 못걸을 것 같아 그대로 마루에 누웠다. 고관절이 너무 아팠다. 내 머릿속에는 딱 한가지 생각밖에 안났다. 대퇴골두의 무혈성괴사(이하 AVN).
김재현이 바로 그 병이었다. 대퇴골에 혈액공급이 잘 안되서 썩는 것. 치료는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것이지만,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해도 격렬한 운동은 할 수 없다. 김재현이 1루에 나가면 곧잘 대주자로 교체되는 이유가 바로 그건데,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김재현은 2루 주자로 있을 때 안타가 나와도 홈에 뛰어들지 못했다. 원래 발이 빠른 김재현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 컸었는데, 내가 그 병이라면 테니스도 이제 끝이고, 러닝머신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거다. 테니스를 칠 때 내 빠른 발이 얼마나 빛을 발하는데...
AVN의 원인은 현재 알려진 게 두가지다. 스테로이드와 알콜. 술 때문에 그런 병에 걸렸다는 사례는 뉴스에 몇 번 난 적 있고, 혈소판이 자꾸 깨져 스테로이드를 먹던 선배는 양쪽 다 AVN이 와서 수술을 하기도 했다. 그 선배가 성격도 좋고 미모도 뛰어나 문병을 간 자리에서 뭐라 할말이 없어 안타까워하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조금 누워 있으니 괜찮은 것 같아 절뚝거리며 부엌에 갔고, 따뜻한 물로 샤워까지 했다. 그래도 아픈 것 같아 정형외과를 하는 매제에게 전화를 했다.
-AVN 증상이 어떤 거야?
=아프고, 움직임이 제한되죠.
-나 아픈데?
=그거 요즘은 잘 없어요. 술을 이틀에 한번 먹는 사람이면 모를까.
-나 이틀에 한번 먹는데?
=이런,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이 점점 더 그쪽으로 몰고가네요. 아픈 쪽 다리를 굽혀서 4자 모양으로 만든 다음에 바깥쪽으로 다리를 움직여 보세요. 그때 어디어디가 아프면 검사해 봐야 하는데...
기차에서 내려 조금 달려 봤다. 괜찮은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설마 그거겠어? 검사는 무슨 검사야,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생각해보니 내가 좀 오버한 것 같기도 하다. 대퇴골두는 좀더 깊숙이 있고, 내가 아픈 부위는 그보다 바깥쪽. 잠을 잘못자서 그리 된 거겠지. 만일 내 친구가 이런 일로 상담을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김재현이 걸린 거 있잖아. 너 그걸지도 몰라. 당장 검사해 봐야 돼!”라고 협박을 하면서 결국 그 친구를 병원에 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안가냐고? 무서우니까. 그래, 난 병원에 가서 나쁜 진단이 나오는 게 정말 무섭다.
혹시나 싶어 매제 말대로 다리를 4자로 하고 바깥으로 움직여 본다. 별로 안아프다. 역시 아는 게 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