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9월 6일(월)
누구랑: 치과를 하는 후배랑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소주 세병을 나눠먹고 2차로 후배가 양주를 쐈다....
1. 살
잇몸치료를 안받는 대신 난 후배랑 자주 스켈링을 하기로 타협을 했다. 하지만 그게 맘같이 안된다. 잇몸이 안좋아 스켈링을 받는 것도 엄청나게 아픈데, 그 생각을 하니 치과에 가고픈 마음이 사라진다. 버티고 버티다 6개월만에 그 후배의 병원을 찾았다. 드디어 스켈링. 난 아픈 걸 참을 때 가슴을 꼬집는 버릇이 있다. 그러면 좀 덜아픈 것 같으니까. 그런데 어젠 꼬집으려 해도 살이 잘 안잡힌다. 붙잡아도 번번히 미끄러지는 게, 살을 너무 뺐나보다. 내가 생애에서 가장 날씬했던 96년에는 자동문에 서면 문이 안열리고 그랬는데, 그날 이후 처음으로 뿌듯함을 느껴본다.
2. 미녀
남자들이 다 그렇겠지만, 난 미녀를 좋아한다. 하지만 막상 미녀를 만나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 쳐다보기조차 어려워한다. 미녀가 내게 말이라도 걸어줄 때면 황송해 죽겠다.
후배 치과를 다니기 전에 난 친구 치과를 다녔다. 그땐 그 친구가 미혼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엄청난 미녀 간호사 둘을 고용했었다. 개업식 때 치과에 온 사람들이 모두 놀라자빠졌으니,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미녀였다. 다른 친구랑 둘 중 누가 더 이쁘냐를 가지고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을만큼 둘은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이뻤다. 우린 그 친구에게 “회식 때 나도 꼭 불러 주라”고 했고, 친구는 진짜로 회식날 오라고 전화를 했었는데, 다른 약속 때문에 못갔다. “다음 회식은 꼭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그만두는 바람에 망했다. 역시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었다.
하여간 난 친구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 게 영 거북했다. 그 미녀가 내 입에 손을 넣고, 내 침이 그녀의 손에 닿는 것이 어찌나 미안했는지. 후배 치과의 간호사에게도 미안함을 느끼지만, 솔직히 그때만큼은 아니다. 역시 난 지나친 미녀 밝힘증이다.
내가 원장이었다면 그런 미녀는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거다. 하지만 그 친구는 미녀에 대한 존경심 같은 게 별로 없는 듯했다. 이런 적도 있다. 친구가 예비군 훈련을 가는데 얘들이 자기 없다고 일찍 퇴근할 것 같으니, 오후 다섯시 반쯤 전화를 한번 해보라고. 친구 부탁이라 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안받는다. 하지만 미녀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 난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 “어, 전화 받더라” 나란 인간을 잘 아는 그 친구, 웃으면서 이런다. “거짓말하지 마. 내가 전화 해보니까 안받던데?”
그 친구는 그걸 빌미로 미녀들의 월급을 깎았단다. 무서운 놈, 도무지 미녀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니까. 하지만 그는 3년 전, 대단한 미녀와 결혼을 했다. 세상은 꼭 공평한 건 아니다....
3. 술
간만에 술을 많이 마셨다. 후배의 주량은 소주 다섯병이 넘는다. 둘이서 마실 때는 그래도 보조를 맞춰야 하는지라 대작을 하다보니 주량을 넘어섰나보다. 맘이 잘 맞는 사람과의 즐거운 술자리이긴 했지만, 오늘 아침에 지각을 해버렸고, 내가 잘가는 지하통로를 통해 내 연구실로 가야 했다. 하루 종일 피곤했다.
오늘은 푹 쉬어야지 했는데, 밤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홍대 앞인데 나오세요!”
버티고 안나갔더니 삐졌는지 다른 곳으로 2차를 간단다. 미안하긴 해도 내가 살아야지 않겠는가! 글 그만쓰고 운동 좀 하다 자야겠다. 내일은 지각 안해서, 떳떳이 현관문으로 해서 내 연구실로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