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특강을 듣고싶다고 했더니 어느 분이 강연 내용이 올라온 유튜브 주소를 알려줬다.
http://www.youtube.com/watch?v=7yHEtPcEocU
정치인 치곤 강연을 참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이라면 삼사백명 정도의 청중을 휘어잡는 건 일도 아니다.
대학졸업 20주년 모임에 참가한 신상진 국회의원이 앞에 나와서 얘기하는 걸 보니까
"역시 국회의원은 다르구나"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는데
박근혜는, 물론 강연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서겠지만, 강의가 그리 뛰어나진 않았다.
청중들이 빨려들어가 강연자와 한 호흡으로 움직이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으니까.
학생들한테 질문할 때마다 대답하는 학생이 없던 것도 그 한 징표였다.
말이 유창하지 못한 것도 강의를 못한다고 생각한 이유일 듯.
중간에 박근혜는 묻는다.
코털과 국회의원의 공통점이 뭐냐고.
아무도 답을 못했다.
박근혜가 말한다. "신중하게, 조심해서 뽑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여기서 박근혜의 진면목이 나온다.
전혀 웃기지 않은 유머를 구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학생들한테 전가해 버린 것.
"여러분들 많이 안웃으시는 거 보니까 이 질문의 답의 뜻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안웃은 이유는 그 개그가 재미없었기 때문이지 이해 못해선 아니다.
정치인과 정자의 공통점인 "사람 될 확률이 1억분의 1"이라는 개그도 널리 퍼져 있는데
저딴 개그를 왜 이해 못하겠는가?
학생들이 안웃을 때 난 "미안하다"거나 "아프고 난 뒤 유머가 줄었다"라고 얘기를 하는 반면,
박근혜는 "니들이 이해 못한 거다"라고 한다.
자기 중심적인 삶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증거였다.

인정해야 할 것은 그의 깊은 애국심이다.
여학생으론 드물게 전자공학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건 100% 진심일 거다.
외환위기 때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이 나라가 망가지는 걸 볼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게
평생 호의호식할 돈을 쌓아놓은 그를 정치판에 불러낸 이유니까.
안타까운 건 그가 원하는 대한민국이 많은 민중들이 원하는 대한민국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
누가 뭐래도 박근혜는 가장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그런 사람이 계속 자기만의 성에서 침잠하고 있다는 건 그 자신은 물론 국민들의 불행일 수 있다.
대권행보를 위해서이긴 하지만 그가 드디어 성에서 나왔다.
언젠가 쓴 글에서 박근혜가 "주로 들을 것"이라고 한 말을 빗대어
"그게 무슨 강의냐, 청강이지"라고 조롱한 바 있지만,
지금의 박근혜에게 필요한 건 강의가 아닌, 그들 말을 듣는 게 아닐까 싶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뭔가 느끼는 게 있다면 이번 특강은 의미가 있다.
"니들이 이해 못한 거다"라는 태도까지 버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