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다니던 중학교엔 축구부가 있었다. 우리반에도 축구부인 친구가 둘 있었는데, 그 둘은 수업도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어쩌다 들어오면 잠만 잤다. 그들 중 축구를 더 못하는 한명은 우리반 애들을 괴롭히고 그랬는데, 싸움을 잘하는 애들도 축구부는 건드리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운동선수들은 이렇듯 공부와 담을 쌓은 채, 축구의 전사로 자라난다. 하지만 그 중에서 입신양명을 하는 선수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그 축구부 친구들처럼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여자양궁이 센 이유로 늘 나오는 말이 ‘동이족의 후예’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중국이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여기고 우리나라를 동쪽에 있는 오랑캐라고 불렀던 것이 뭐 그렇게 좋은 말인지 모르겠고, 우리나라가 ‘동이’라서 활을 잘 쏜다면 남쪽의 오랑캐인 ‘남만’과 북쪽의 오랑캐-‘북적’인가?-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더구나 그들의 주장대로 ‘동이설’을 수용한다 해도, 그 옛날에 활을 쏜 사람은 전부 남자였고, 남자는 단 한번도 개인전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중국 탁구가 센 이유를 “선조들이 탁구대 위에서 식사를 해서”라고 한다면 다들 어이없어 할거다. 중국엔 워낙 탁구로 입신양명하려는 사람이 많아 국내 선발전이 더 어려울 지경인데, 그토록 저변이 넓은 것이 중국 탁구가 강한 이유다. 한국 양궁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세상을 등지고 활만 쏘며,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그리고 치열하기 짝이 없는 국내선발전을 거치면서 양궁의 전사로 성장한다. 저변도 넓고 비인간적일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하는 한국 양궁이 세계 정상을 차지하는 것은 냉전 시대 때 동독이 여자수영을 휩쓴 것과 비슷하게 당연한 일이다 (남자양궁이 약한 것은 서구 애들에 비해 힘이 딸려서다. 힘이 좋으면 더 무거운 활을 쏠 수 있고, 그러면 아무래도 바람을 덜 타니까).
지금은 너무 훼손되어 없다시피 하지만, 진정한 올림픽 정신은 이런 게 아니었으리라. 다들 자기 직업을 가지고 취미로 하다가 좀 잘한다 싶어서 대회에 나가고, 그러다 보면 메달도 따는 일이 과거엔 있었다. 우편배달부가 마라톤을 우승하고, 학교 선생이 펜싱 메달을 딴 뒤 대회가 끝나면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일, 이게 훨씬 더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은메달을 따면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이는 우리 선수들과 달리 그들은 빛바랜 동메달에도 어린애처럼 좋아하곤 했다. 우리는 세계 10위에 목을 매지만, 사실 올림픽 메달은 철저히 개인의 영광이어야 하고, IOC에서 국가별 메달을 집계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물론 모든 나라가 올림픽 메달을 위해 광분하고 있는 판국에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국민들을 보고 “국가주의의 잔재”라며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10위에 목을 매는 한, 우리는 배드민턴에서 은메달을 딴 손승모에게 실망하고, 사격에서 한발 차이로 금을 놓친 정미란(맞나요?)을 보며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의 원래 사명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하지만 너무 승부에 집착해 버리면 본말이 전도되어 스트레스만 받고 만다. 10위 안에 못들까봐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자. 금 여섯, 은 열도 충분히 잘했다.
피에스: 그런데........이 글의 결론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