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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서재순위는 30위, 하지만 나보다 앞선 분들도, 그리고 뒤졌던 분들도 열심히 글을 쓴다. 진우맘의 말씀대로 5천원은 서재폐인에게 알라딘이 주는 공로패같은 것일게다. 그러니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상징성이 중요하고, 그걸 통해 한주간의 노력을 보상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당연히 받는 거였지만, 요즘은 주말이면 불안해 죽겠다. 지난주에도 30위 안에 들었다고 일요일을 결석했다가 38위의 성적표를 받지 않았는가. 새터데이 매직님은 주말에 열여섯편의 리뷰와 그 숫자만큼의 페이퍼를 쓰셨다. 저 밑에 있던 사과님도 열심히 리뷰를 올린다. 1위인 파란여우님이 표 다지기로 리뷰를 몇 개 올리셨다. 31위였던 마냐님도 리뷰와 페이퍼를 쓰셨다. 30개의 티켓 중 22개가 늘 타는 사람들에 의해 확정된 지금, 난 그 여덟 개 중 하나를 놓고 치열하게 접전을 펼치고 있다. 그냥 자려고 했는데 도저히 잠이 안왔다. 그래서..순위 진입을 확실하게 하고자 아무것도 모르는 채 이촌동에서 자고있을 여동생을 팔기로 했다. 한때 “뭘 30명이나 주냐. 열명만 주지...”라고 했던 내 망언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한다. 주중에 열심히 한 댓가로 주말에 쉬고 계시는 바람구두님이 부럽다.
제목: 돈은 사람을 망가뜨린다
일전에 여동생의 깜찍한 짓거리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용인에 땅을 속아서 샀는데, 엄마한테 그걸 팔아넘기려다 좌절됐다고. 근데 내가 잘못 알았다. 3천만원이 맞긴 맞지만 그건 땅이 아니라 아파트 분양권이었고, 이달 말까지 잔금을 안치루면 그 돈이 날라갈 위기다. 그래서 동생은 요즘 날 들볶는다.
처음부터 일은 잘못되었다. 아는 여자가 “언니가 부동산을 하는데 좋은 물건이 있다”고 했을 때, 정작 그 여자는 왜 그 물건을 안사는지 한번쯤 따져봤어야 했다. 그 언니가 “원금은 보장한다”고 했을 때, 효력은 없을지라도 각서 정도는 받아 놓았어야 했다. 좀더 현명했다면 투자에 원금보장이 무슨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따져 봤어야 했다. 그리고 아파트를 한번 가보고 위치나 전망 같은 것도 살펴봤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을 안해놓고서 원금을 내놓으라고 그 언니를 윽박지른들 뭘 하겠는가.
확실히 돈 앞에선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다. 금방 두배로 뛴다는 말에 혹한 나머지, 어릴 적부터 십원 하나에 벌벌 떠는 동생이 확인도 안하고 돈을 지불했으니. 동생이 어떤 인물인지 한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누나가 이사를 가면서 피아노를 팔려고 했다. 여동생 왈, “그거 나 주라!”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피아노 배달비를 누나한테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누나와 그 문제로 열나게 싸웠다. 결국 배달비는 누가 냈을까? 보다못한 우리 어머니가. 이런 일도 있었다. 여동생과 누나가 만나서 점심을 먹었는데, 점심값 만2천원을 누가 내느냐로 싸우다가 결국 더치 페이를 했다는 믿지 못할 얘기도. 그런 여동생이 한두푼도 아닌 3천을 날리게 생겼으니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주위 친구들에게 상의를 해봐도 별 수가 없다. 그냥 돈을 잃고 교훈을 얻던지, 아니면 1억을 더 보태 아파트를 아예 사버리던지. 물론 후자는 힘들다. 집을 넓히면서 진 은행빚에다 또 대출을 받아야 한다니, 이자 부담이 너무 크지 않는가. 게다가 일가구 이주택으로 중과세를 물어야 한단다. 그래서 난 전자를 종용했지만, 하지만 동생은 막무가내였다.
그냥 막무가내면 모르겠다. 그 언니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줄테니 날더러 협박전화를 하란다. 게다가 “시어머니가 재력가래. 큰오빠가 한번 만나줄래?”라고 한다. 만날 때 오빠라고 하지 말고 ‘노사장’이라고 하란다. 참나, 동생을 잘둬서 해결사 노릇을 해야할 판이다. 철없는 우리 누나가 이미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바쁘다는 핀잔만 듣고 전화를 끊었단다. “여자라서 그러니까 큰오빠가 좀 찾아가 봐” 세상에, 아무리 돈이 아쉬워도 그렇지 얌전하기로 이름난 오빠를 해결사로 만들고, 죄가 별로 없어 보이는 시어머니를 괴롭혀야 하다니. 내 제수씨 문제로 누가 우리 엄마를 협박한다면 내가 가만 있겠는가? 하지만 여동생의 깜찍한 상상력은 좀 다른 것 같다. “시끄럽게 하면 돈을 내놓지 않을까” 이게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괜찮은 대학을 나왔다는 애의 말이다.
남편은 이 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착하디 착한 그 매제,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소리치는 동생한테 구박만 받고 있는 중이다. 보통의 경우, 아내가 그런 일을 하면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낸다. 근데 동생은 거꾸로 매제에게 왜 일을 해결 안하냐고 화를 내고 있는 중,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 한번 잘 만났다. 경우를 바꾸어 매제가 그런 일을 벌였다면? 아마 펄펄 뛰면서 당장 집을 나가라고 했을거다. 날더러 “형제끼리 이럴 때 도와야지”라고 닦달을 하는 여동생, 그게 정말로 두배, 세배가 뛰었다면 나한테 돌아올 국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도와줄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전혀 안도와준 것은 아니다. 변호사인 내 친구를 소개해 줬으니까. 두시간에 42만원의 수임료를 받는다는 내 친구는 공짜 면담에 밥까지 사줬다!! 결론은 물론 어렵겠다는 것. 법이 못하는 일을 괴롭혀서 받아내는 건 조직 하나 없는 우리로서는 어림도 없다.
난 동생이 이번 일로 교훈을 얻기를 바랐다. 일확천금을 노려서는 안된다는 것은 기본이고, 돈이란 것은 이렇게 없어질 수도 있으니 그렇게 각박하게 굴지 말고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계속 나한테 전화를 해 괴롭히는 동생을 보니까 그게 괜한 기대였는가 싶다. 사람이 바뀐다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동생의 작전대로 엄마한테 그걸 팔아넘겼다면, 그래서 엄마가 그 돈을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자기는 손해를 안보더라도 모녀관계를 아예 끊을 생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