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보안법은 남북화해시대에는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법이며,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의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수많은 인권탄압 사례를 낳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요진단>에 출연한 한나라당의 장윤석은 언제 올지도 모르는 통일 때까지 이 법이 있어야 하며, UN에도 가입한, 엄연한 국가인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보안법 2조 1항의 개정에 반대한다. 보안법으로 인권이 탄압당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듯, "혹시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이라고 하질 않나, "그런 주장이 있다"고 하질 않나. 직함을 보니 '인권옹호 한국연맹'이란 희한한 단체의 이사를 맡고 있던데, 그가 인권이 뭔지 제대로 알긴 하는 걸까 의문스럽다. 시종일관 궤변으로 일관하는 그를 보면서 한나라당에 가면 멀쩡한 사람도 저렇게 되는 건가, 아니면 저런 사람들만 모이는 건지 궁금했다.
열린우리당 측 출연자는 임종석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그는 서태지보다 먼저 오빠부대를 거느렸던 사람이다. 불패신화를 낳았던 전대협 의장이었던 임종석은 수려한 외모에 무시무시한 언변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 시절 대학을 다니던 여학생들이라면 한번은 그를 마음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보면 학생운동의 스타들은 잘생긴 사람이 많다. 지금은 변호사인 이정우는 서울대 학생회장 시절 신출귀몰한 것으로 유명했는데, 얼굴이 이쁘게 생겨서 여장을 잘 했다고 한다. 나중에 철새로 이미지를 구기긴 했지만, 김민석 역시 잘생기고 말도 잘해 팬이 많았다. 그러니 정치적인 지도자가 되는데는 카리스마와 더불어 잘생긴 얼굴도 필요한 할 것 같고, 대중매체가 발달할수록 얼굴에의 의존도는 더 커질 것 같다. 박근혜가 영 안이쁜 여자였다면 지금같이 인기를 끌 수 있었을지 의문이고, 부산에서 노혜경과 붙어서 이긴 김희정의 승리는 미모의 승리이기도 하듯이.
저 잘생긴 임종석이 대머리라면? 그랬다면 지금처럼 국회의원 중 스타는 고사하고 재선의원이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차인표가 대머리였다면 탤런트가 못되는 것은 물론 신애라와 결혼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며, 눈빛이 그윽하기로 유명한 정우성의 머리숱이 적었다면 한국 연예계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대머리는 기회주의적이라, 잘생긴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더 흔하게 찾아온다. 내 주위만 봐도 그런데, 일곱명이 모여서 노는 모임 중 하필 몸매도 별로고 얼굴도 안생긴 친구가 대머리고, 대학 동창들 중 일찍이 대머리가 된 친구는 이모, 윤모 등 얼굴이 나랑 비까비까한 친구들이다. 다른 모임을 떠올려 봐도 잘생긴 애가 머리숱이 없는 경우는 별로 없는 듯하다. 머리를 심은 이덕화가 거의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잘생긴 사람의 대머리는 안타까움과 동정의 대상이 될지언정 비극은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머리는 엎친 데 덮친 격이며 동정은커녕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한달여 전에 자른 머리가 눈을 가릴 정도가 되었다. 내 머리는 이렇듯 빨리 자라고 숱도 많지만, 이런 활황세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 대머리가 안생긴 사람을 습격한다는 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고, 난 거기에 더해 유전적 소인까지 있지 않는가. 지금이야 "저랑 놀아요!"를 외치는 처자들이 많아도, 머리가 빠지고 난 뒤에는 모두들 나를 외면할 거다. 계속 머리숱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만약에 대비해 대머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누그러뜨리도록 노력해야겠다. 참고로 그전에 이같은 목적으로 시도되었던 '대머리가 정력이 좋다'는 루머는 효과를 보기는커녕 '대머리는 음흉하다'는 부정적인 딱지만 덧씌워졌다. 그런 단순한 전략보다는 치밀하고 복잡한 전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