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술
일시: 7월 14일(수)
누구랑?: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좋았던 점: 이 술로 인해 올시즌 100번째의 술을 마셨다.
나빴던 점: 나쁜 곳에 갔다. 흑흑.

101번째 술
일시: 7월 15일(목)
누구랑?: 써클 충남지역 모임이 있어서...
마신 양: 소주를 꽤 마셨고, 맥주로 입가심을...
좋았던 점: 선배가 밥값을 냈다.
나빴던 점: 술에 취해서 기차에다 책을 놓고 내렸다....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내게는 47년째 놀고 있는 삼촌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는 운전 하나는 편안하게 잘 하며, 길눈도 밝을 뿐 아니라 차 닦는 것도 좋아한다. 당연하게도 주위 사람들은 그에게 "택시 운전 하면 어떠냐"고 얘기한다.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택시운전사면 내 딸 수경이(가명) 시집 못가!"
그럼 하는 일 없이 놀고 있으면 시집을 잘가냐, 이런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넘어가자. 어쨌거나 그의 말은 택시운전사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난 택시운전사들에게 별 감정이 없다. 택시에 빠뜨린 지갑과 휴대폰이 돌아오지 않을 때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거야 일반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게다. 무엇보다 그들의 존재가 있기에 내가 지하철이 끊기는 것과 상관없이 술을 마실 수 있지 않는가. 유례없는 불황이 계속되어 택시들이 손님을 싣지 않은 채로 다니는 걸 보면 괜히 미안하고, 합승 단속까지 심하게 하니 사납금은 채우는지 걱정도 된다. 하지만 난 서울역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택시들만은 매우 싫어한다.

내가 술에 취해 영등포에서 내리지 못한 채 서울역까지 가버릴 때면, 난 집에 가는 데 굉장히 애를 먹는다. 서울역에도 택시가 많이 있지만, 그들은 결코 내가 원하는 곳에 가지 않는다. 장거리로 한탕을 뛰려는 택시가 대부분이며, 택시 안에 이미 세명을 태워놓고서 또다른 한명을 태우려고 손님들과 흥정을 벌인다. 어제도 그랬다. 써클 여자후배가 집이 당산역 근처라, 데려다 주고 가려고 택시를 잡았다. 하지만 택시들은 당산역을 외치는 내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비도 오고 피곤했기에 난 돈을 더 주겠다고 유혹을 했다. 탐욕스럽게 생긴 아저씨가 2만5천원을 달란다.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알았다고 했다. 그를 따라 택시에 가보니, 승객 둘이 이미 타고 있었다. 막 타려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이런다.
"안되겠어. 할증도 되고 하니까 선불로 3만원은 내야겠어!"
짜증이 확 일었다. 이 인간이 정말 택시로 팔짜를 고치려고 하네? 관두라고 하고 후배랑 다른 곳으로 갔다. 아저씨가 내 팔을 붙잡으면서 "그냥 2만5천원만 내!"라고 했지만, 난 응하지 않았다. 몇분을 헤매다 다른 아저씨에게 "더드릴께요"라고 했더니 "2만원은 줘야 되는데"라고 한다. 결국 난 그 택시를-그 택시도 나중에 한명을 더 태웠지만-타고 후배를 데려다 줬다. 5천원 벌었다....

대학로에서 술을 마셨을 때, 정신을 잃은 나를 친구들은 택시에 태워 보냈다. 근데 그게 마침 경기도 택시였나보다. 우리집에 어찌어찌 간 그 택시기사는 내가 안양에서 왔다고, 경기도 번호판이 안보이냐며 엄마를 협박해 2만원을 뜯어냈다. 내가 택시를 탄 시각과 우리집에 도착한 시각을 따져봐도 안양에 들렸다 올 수는 없었다. 그게 정신을 잃은 내 잘못인 걸까.

수원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로 갈 때, 2만원에 가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미터기를 꺾는다.
나: 미터기는 왜 켜세요?
아저씨: 그냥 얼마나 나오나 알아보려구요.
우리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미터기 요금은 2만3천원인가가 나와 있었다. 2만원을 내미는 나에게 아저씨는 이렇게 우겼다. "미터기가 저렇게 나왔으니 돈을 더 달라!"
물론 더 안주고 내렸지만, 그런 사람들이 택시 운전사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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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7-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1등!!

마태우스 2004-07-1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1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님이 아니셨다면 이 글에는 코멘트가 하나도 없을 뻔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sweetmagic 2004-07-16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서재에 들렀다 오느라 한발 늦었네요 ~
갈대님 오랜만에 1-2등을 다퉈보는 군요 다음글은 제 차롑니다......
어제 새벽에 고수부지를 갔다왔더니 늦잠을 잤지 뭡니까.
아... 택시비 아까워

마태우스 2004-07-1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님/택시비가 아깝다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님은 설렁탕 두그릇이나 드셨잖습니까. 그것도 '특'으루요. 제가 보기엔 본전은 충분히 빼신 듯 싶사옵니다.

비로그인 2004-07-1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원에서 잡은 택시 아저씨요. 맘만 먹으면 부당요금으로 고발 건이네요. 법적으론 택시도 완전월급제 시행명령이 내려서 그렇게 운행해야 하는데 사주들이 하려고 하지 않죠. 완전월급제와 영업용이 질적으로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타 본 사람은 알 겁니다.

부리 2004-07-1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여기도 코멘트가 거의 없군. 너의 시대는 이제 간거야. 아니, 너의 시대라는 게 있기는 했던가? 사람들은 이제 네게 식상한 거라구. 식상!!!! 이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가!!! 오싹--

부리 2004-07-16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저도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월급제로 해야죠. 그들이 목숨을 건 질주를 계속하게 만드는 건 사실 사납금제지요.

ceylontea 2004-07-1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침에 지현이 보다가... 괜히 지현이한테 참견하다가 늦게 집을 나와 택시를 자주 타게 됩니다... 또는 일이 늦게 끝나면 집에서 졸음을 겨우 참으며 저를 기다리고 있을 지현이 보러 빨리 가려고 택시를 타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주로 퇴근길에 그렇긴 하지만.. 택시 운전하시는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더군요... 많은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너무 고맙고 좋은 분에서부터... 화가 머리 끝까지 나게 하시는 분들...

플라시보 2004-07-1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 살때 뭐 살일이 있어 택시를 탔는데 사투리를 썼더니 아저씨가 빙빙 돌아서 1500원 나올 거리를 3000원을 나오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 친구랑 저랑 그 동네에 산다고 하니까 아저씨가 몹시 무안해 하더라구요. 뭐 무안해 하시니까 그냥 1500만 주고 내리긴 했지만 영 기분이 찜찜했더랬습니다. 세상에는 양심적인 택시운전기사 아저씨도 무지하게 많겠지만 간혹 아닌분 한두분들이 물을 흐리는게 아닌가 싶네요.

클리오 2004-07-1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시골 살아도 택시 정말 짜증나요. 일명 콜 택시. 3분이면 갈 거리를 요금에, 콜비에, 해서 3000원 넘게도 받고, 초보자에게는 더한... 택시가 길거리에 다니는 동네에 살고 싶어요..

미완성 2004-07-16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동안 만나봤던 택시아저씨들과 다 사이좋게 잘 놀다 택시를 내려서 나쁜 기억은 없어요. 같이 정치얘기하고, 아저씨 자식들 얘기하고, 술얘기하다보면 어떤 때는 아저씨나 저나 헤어지는 게 아쉽기도 했었고요;;

근데요, 택시아저씨들이 제발....운전하시면서 아무때나 '빵빵!'거리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또 익숙할 땐 괜찮은데, 깜짝깜짝 놀랠 때가 더 많거든요..아무때나 빵빵!은 너무 괴로워요...
(멋진 진지멘트였어..! 우어어어어어~~~)

panda78 2004-07-1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사과님 대단하세요- 전 택시 기사분들이 말 거는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어서..ㅡ..ㅡ;;;
정말 월급제로 하면 그런 기사분들 좀 없어지려나.. 서울역 앞에서 택시 잡기 정말 괴로와요.
요즘은 뭐 잡을 일도 없지만.

미완성 2004-07-1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니임~~저도 제정신일 땐 말거시는 게 좀 그랬는데요.
어차피 제가 택시를 탈 때는 이미 술에 취해 막 아저씨 몰래 트림하고 그러면서 타고가기 때문에..함께 얘기나누는 것도 꽤 재밌답니다~ 호홋~
생각해보니 아저씨들도 처음 보는 초특급미녀랑 얼마나 대화를 하고 싶으시겠어요?

기본적인 환경이 잘 조성되어서..다른 사람을 등쳐먹지 않고는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슬픈 일들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하얀마녀 2004-07-16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울 올라와서는 택시타기가 꺼려지더군요. 택시비도 만만치 않지만 세번에 한번 정도의 비율로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다보니 지금은 대중 교통이 끊기기 전에 술자리를 파하게 됩니다.

아영엄마 2004-07-1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택시를 거의 안 타니 별로 할 말은 없지만 우리의 우정의 연결고리를 튼튼히 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코멘트...^^;;
실은 우리 남편이 술마시고 안양에서 서울까지 택시타고 오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택시비로 2만원 이상씩 날리다니...쩝~ 피자가 두 판인디... 마누라가 인상 그리는 거 무서워서 그냥 회사에서 자던가, 후배 집에서 잘 때가 많죠! ㅋㅋㅋ

이누아 2004-07-1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그제 방송한 추적 60분을 보셨나 했더니 그 얘기는 아니군요. 택시측이 잘못하는 일이 많은데도 마음껏 뭐라 하기가 그렇습니다. 불법행위를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존중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택시운전자들에게 적절하고, 상식적인 대우가 주어져야 그들에게 서비스를 받는 우리들도 택시에서 상식적인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털짱 2004-07-1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코멘트를 분석해본 결과 이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1) 알라디너는 크게 한낮활동가와 심야활동가로 분류되며
2) 이 둘 사이는 활동시간의 격차로 심한 단절감에 휩싸여
3) 결국 자아분열을 초래한다. 예시:마태우스-부리

오늘의 교훈: 코멘트가 늦어도 초조해하지 맙시다. 미모만 축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