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책에서 읽었다. 셋은 불안하다고. 하지만 난 셋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리가 세 개 있는 물체가 넘어지지 않는 것처럼. 오밤중에 미녀 친구가 생각나 몇자 적는다.
3년쯤 전, 어찌어찌 알게된 동갑내기 여자 두명과 노는 모임을 결성했다. 이름에 공통적으로 S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S'자가 새겨진 커플링도 만들만큼 우린 들떠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짝을 맞춘다면 필경 사귀는 애들이 나와 모임이 깨지지만, 남자 하나에 여자가 둘이고, 그 남자가 나라면 모임은 계속될 터였다. 나란 놈은 워낙에 사심이 없는 놈이니까. 게다가 둘다 내 타입이 아니기도 했다. 한명은 상위 2% 안에 드는 미모였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가 못했기에, 난 후자에게 더 잘해주려고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하지만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모임은 깨졌고, 난 석달간 두 여자를 데리고 다녔던 호강에서 쫓겨났다. 어찌되었건 그들과 노는 동안 마음이 흔들렸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안이쁜 여자도 그랬지만, 난 미모의 여인이 왜 결혼을 안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정말 누가 봐도 반할만큼 이뻤으니까. 피부도 좋아서 20대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데 왜? 그녀에 관해 들리는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 물어보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당시에 솔로였고, 내 친구였으니까.
모임이 깨진 후 난 미모의 여인을 몇 번 더 만났다. 처음 만날 때 그녀는 결혼정보회사에 다녔었다. 커플매니저, 즉 남자와 여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는데, 남자들 중 여자 만날 생각은 안하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하는 애들이 많아 골치라고 했다.
그다음에 그가 연락을 했을 때, 그는 무슨 사교모임의 주선자로 있었다. 거액의 입회비를 내고 들어가고, 호텔 같은 데서 남녀가 모여 즐겁게 노는 모임이란다. 물론 난 그녀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건 소위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그들만의 리그였고, 내 이름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난 태생적으로 그런 모임이 싫었다. 안그래도 난 잘놀고 있는데.
얼마 전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반갑게 받았다. 그녀는 웅진에서 여러 가지 물품을 팔고 있었다. 비데, 정수기 등등.... 그녀는 내가 도와주기를 바랐고, 난 그러겠다고 했다. 내가 휴지를 워낙 많이 쓰는 탓에 엄마가 "비데를 쓰자"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가격을 물어봤더니 세상에, 70만원이란다. 엄마랑 반씩 내자고 할 목적으로 비데를 쓰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싫으시단다.
"엄마, 정수기는?" 그랬더니 날더러 그걸 왜 사냐고 묻는다.
"그냥 생수 먹으면 될 걸 그 비싼 걸 왜 사?"
그러게 말이다. 여럿이 쓰는 곳이면 몰라도, 우리집은 나랑 엄마, 벤지 이렇게 달랑 셋인데? 게다가 웅진의 정수기는 100만원이나 한다니, 겁나게 비싸기도 하다. 내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게다가 미녀의 부탁인데....
* 졸려요. 이만 잘래요. 이 글 쓰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