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왜 술을 안마시냐는 질책을 여러 번 받았다. 내수 침체로 경제도 어려운데, 내가 너무 몸을 사렸던 게 아닌가 싶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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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5월 21일(금)
마신 양: 그래도 꽤 마신 듯... 무엇보다 새벽 4시까지 깨어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부제: 잔 돌리기

남자들 중에는 술 마실 때 잔을 돌리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하면 빼는 사람 없이 공평하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여기까지 쓰다가 모르고 방귀를 뀌었다. 냄새 죽인다...-주고받는 잔을 통해 연대감이 싹트기도 하는 모양이다. 뭐, 나도 그런 점이 있다는 건-아, 냄새 진짜... 창문을 열었는데도 안빠진다. 내 히프 뒤쪽에서 자던 벤지가 놀라서 고개를 든다. 이게 인간의 방귀일까?-인정한다. 문제는 그게 그다지 위생적이지 않다는 것.

언젠가 지도교수가 내게 잔을 줬는데, 큼지막한 고춧가루가 묻어있다. 먹기 싫었지만 어쩌겠는가-아이 씨. 냄새가 왜이리 안빠져?-다른 쪽으로 해서 먹었다. 그리고는 그 고춧가루가 내 소행으로 오인될까봐 깨끗이 잔을 닦은 뒤 선생님께 드렸다. 투명한 소주를 마시는데 그 큰 고춧가루가 안보이는 걸까?

그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난 잔을 받으면 내 잔을 비우고 받은 잔의 술을 내 잔에 따른다. 그리고는 다시금 잔을 돌려준다. 혹시 내 잔을 줘야 할 때는 물에다 열심히 씻어서 휴지로 닦은 뒤 잔을 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무 착한 것 같다.

문제는 폭탄주를 마실 때다. 폭탄주는 대개 잔을 하나만 만들어 돌리게 마련. 다 마신다 해도 밑바닥에 남은 거품에는 상당량의 침이 섞여 있을 터, 잔도 많은데 왜 그렇게 마셔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방귀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역사에 남을 방귀인 듯...). 그런데도 폭탄주가 언제나 인기를 끄는 걸 보면, 남자들은 희한한 곳에서 연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는가보다. 그렇고 그런 곳에 단체로 몰려가며 비밀을 공유하는 것도 그 일환이리라.

진정한 연대는 성, 연령, 종교 등이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목적을 위해 모였을 때 이루어진다.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그 좋은 예다. 음침한 곳에 모여 음침한 방식으로 다지는 연대는 이제 그만 했으면 싶다.

*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오늘 또 그런 모임에 끌려갈 것 같다. 친구들 중 목소리가 높은 강경파가 있는데, 그놈이 문제다. 그 앞에서 오늘 뀌었던 방귀나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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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2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요?? 방귀냄새 때문에 글이 안 읽히자나요??

진/우맘 2004-05-22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잔 돌리기 전에 예의 차린답시고 손이나 물수건으로 닦고 주는 사람이 더 싫습니다. -.-
물수건이 얼마나 드러운 건데....

메시지 2004-05-2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취하십시오. 그러면 신경 안쓰입니다. 못쓰는 걸지도..

마립간 2004-05-22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에서는 대작만 주도로 통하고 있지만 저는 수작이 참 좋습니다.
대작 : 자신의 술은 남이 따라주고, 남의 술은 자신이 따라 주고. 정이 있어 보이지만 남에게 술을 권한다는 단점이 있음.
자작 : 자신이 마실 술을 자신이 따르므로 술을 못하는 사람도 술자리에 참여하여 분위기를 즐길수 있고, 과음하는 경우가 적다. 인정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수작 : 건배를 하더라도 잔을 모두 비우지 않고, 자신의 양것 마신 후 비운만큼 채우준다. 오고 가는 것도 있고 과음도 안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첨잔은 예의가 아닌고로...

이파리 2004-05-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 돌리기... 아직 해 본적은 없지만서두... 뉴스에서 굉장히 위험하다구 했던게 기억나네요. 워~낙 무서운 세상이다보니...
잔 돌리기 대신... 먹여주기 하믄 안될까요? 상대방의 술잔으로 먹여주는 겁니다. 그럼... 술 안먹는 사람 없고, 정도 싹트고... 우헐~ 이파리의 주저리였음다.

starrysky 2004-05-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사람이나 상사, 클라이언트가 주는 잔은 정말 안 받을 도리가 없죠. 위생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제가 술을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원샷을 해야 한다는 게 더 큰일. 끔찍해요. 술자리 문화도 싹 좀 물갈이가 됐음 좋겠어요. 우리의 술 대표선수 마태우스님이 앞장서 주세요. ^^

LAYLA 2004-05-2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음_ 정말 착한 마태우스 님 ㅎㅎ ^_^

ceylontea 2004-05-23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저는 각자 알아서 마시고 싶은 만큼만 마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많이 마시고.. 조금 마시고 싶은 사람은 조금 마시고..

마태우스 2004-05-2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그러게 말입니다. 술을 강요하는 문화는 정말 없어져야 합니다.
LAYLA님/아네요, 제가 착하긴요. 님이 더 착하면서^^
starry sky님/제가 앞장이야 서겠지만...따라오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날이 발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파리님/그러게요. 그냥 잔이 비면 따라주고 이러면 되지, 왜 잔을 돌려가며 술을 강요하는지...
마립간님/술을 많이 먹는 저도 잘 모르고 썼던 말들을 풀이해 주셨네요. 님은 어쩔 때 보면 신선 같아요^^
메시지님/후후, 전 취하면 정신을 잃어서 안됩니다. 글을 보니 님도 한술 하시는 것 같은데 언제 한번..^^
폭스님/치--- 폭스님도 방귀 뀌잖아요!
진우맘님/그쵸. 그 수건 참 더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