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해의 한계는?

아산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 1인실 방값이 너무 비싸 비어있는 2인실로 입원을 시켜드렸다.

첫날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그 다음날 저녁, 빈 침대에 70대 할머니 한분이 입원을 하셨다.

그때 난 병실에 있었는데, 민폐가 거의 확실했기에 보호자에게 말씀을 드렸다.

"저희 할머니가 밤에 잘 못주무시거든요. 소리도 좀 지르시구요. 폐를 끼칠까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할머니의 아들로 짐작되는 보호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유, 폐라뇨. 다들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서로 이해하며 돕고 살아야죠."

다음날, 며느리로 짐작되는 보호자는 병원 측에 입원실을 바꿔주지 않으면 나가겠다고 얘기했고,

결국 할머니는 1인실로 옮기셨다.

하루 방값 293,000원을 감당할 수 없어 거기 며칠 계시다 일산병원으로 가셨는데,

할머니를 본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6인실은 안됩니다. 이 상태면 1인실에 계셔야 합니다."

지금도 할머니는 일산병원 1인실에 있는데,

그곳 1인실도 25만원이니 결코 만만치는 않다.

다행히 수술 부위가 다 나아 다음주 월요일엔 퇴원하실 수 있다지만,

그 다음에 가실 노인요양병원에선 어떻게 지내실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난번 호수병원처럼 쫓겨나는 건 아닐까...


2) 신앙의 힘

간병인에게 병실을 맡기고 나오면서 불안불안했다.

'저 간병인은 도대체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까?'

일단 안주무시고 계속 소리를 지르는 게 한가지 불편이고,

낮에도 하루종일 그러시니 밥 먹을 시간도 내지 못하는 게 또 한가지다.

그래서 한번은 불고기뚝배기 한그릇과 치즈케잌을 잔뜩 사가지고 갔더니

안그래도 종일 굶었다며 정신없이 드신다.

식사 후 몇마디 얘기를 나눴다.

"여러가지로 죄송합니다. 많이 힘드시죠?"

간병인이 말한다.

"사실 첫날밤 지내고 많이 놀랐어요. 그만두자는 생각도 했구요.

월요일날 그만둔다고 말해야지 했는데(그 사람은 토요일부터 근무했다)

할머니 짐에 묵주가 있더라구요.

알고 보니까 천주교 신자시던데, 저도 그렇거든요.

그래서 생각했죠.

다 주님의 뜻이다, 같은 신자끼리인데 내가 성심껏 돌봐드려야겠다고요."

평소 종교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해왔던 나지만

그 말을 듣고는 좀 감동했다.

고맙다고 백번 절하고 그곳을 나왔는데,

다음날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민아, 큰일났다. 간병인 그만둔단다."


주말에 퇴원을 하시니 그때까지만 봐달라,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빈 끝에

간병인은 며칠만 더 있겠다고 했는데,

그 후 새벽 두시, 세시를 가리지 않고 계속 엄마에게 전화를 해댔단다.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내지는

"지금 소리 지르는 거 들리시죠? 이러니 제가 잘 수가 있나요?"


같은 환자들간의 이해심도, 신앙의 힘이란 것도 우리 할머니 앞에서는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같다.

남에게 손톱만큼의 폐도 끼치기 싫어하시던 할머니셨는데....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돌이 2008-08-31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프네요. 마태우스님 얘기속에서 느껴지던 그 단아하던 모습의 할머님이 병으로 고생하시는 모습을 들으니.... 좀 나아지셔야 할텐데,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그나저나 서울의 병원들은 정말 살인적인 가격을 자랑하더군요. 저도 전에 어머님이 아산병원 입원하셨었는데 수술후 상태가 많이 안좋으셔서 2인실 계셨거든요. 정말 돈이 악소리가 절로 나더라구요. 밥값도 왜 그렇게 비싼지... 먹기도 힘들게 맛도 지질이도 없더니... 부산 왠만한 병원의 딱 두배더라구요.

최상의발명품 2008-08-3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님을 예뻐하시는 정 많은 할머님, 빨리 나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순오기 2008-08-31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님께서 빨리 좋아지셔야할 텐데...잘 늙고 잘 가는 게 복이라는 노인들 말씀이 새삼 새겨지네요. 신앙을 말씀하신 간병인이었으면 조금 더 견뎌주셨으면 좋았을 걸~ 말의 책임을 지는 게 참 어렵죠.ㅜㅜ

BRINY 2008-08-31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상시 쓸 현금이 많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세실 2008-08-3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꼿꼿하고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시던 분이.....
할머님도 많이 힘드신가 봅니다.
남은 여생 편안하게 사셔야 하는데....

마노아 2008-08-3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할머님도 가족들도 많이 힘들텐데, 꼭 좋아지셨으면 합니다. 맘이 아프네요...

비로그인 2008-09-0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이야기를 썼다가, 다 지워버렸습니다. 어느 것도 위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김 훈의, 위로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가 이럴 때 쓰일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기운 내셔야 합니다.

조선인 2008-09-01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세요.

레와 2008-09-0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세요. 마태우스님!

물만두 2008-09-0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세요.

2008-09-01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깜소 2008-09-02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가족분들 모두 힘내시길~ 할머님도 쾌차 하시길....먼저 보낸 형님의 3개월 병수발중 마지막 한달동안 의식도 없이 내지르는 고통의 신음소리와 링겔 호스와 코로 삽입한 호스를 무시한 뒤척임을 겪어봐서 그런지 간병인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2008-09-02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메르헨 2008-09-0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그저 그 말밖에는...

마태우스 2008-09-05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르헨님/네 감사합니다. 사실 전 별로 하는 게 없어요 엄니가 힘드시지...
속삭님/어맛 그렇구나. 마주칠 뻔하다니!! 그나저나 살짝 서재 오고, 고생이 많구나.
깜소님/아...형님을 먼저 보내셨군요. 필경 아직 젊으실텐데요. 전 아버님을 그렇게 보내봐서, 할머니가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버님에 비하면 할머니는 좀 덜하신 편인데, 느끼는 고통은 어째 더 큰 것 같아요.
속삭님/네 감사합니다. 엄니가 많이 힘들어하셔서 걱정이어요. 엄니도 70이신데 이제, 인생을 좀 즐기셔야 할텐데요
물만두님/어맛 안녕하셨어요.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레와님/반갑습니다 힘 낼께요!! 할머니가 좀 편안해지시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조선인님/말씀 감사드립니다. 님도 많이 바쁘시지요? 둘 키우는 거, 그게 얼마나 힘든데요..
주드님/공감하는 댓글이네요. 늘 위로와 격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노아님/할머니를 보면서 나이듦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세실님/그러게 말이어요 당신을 위해 사신 적이 별로 없으신 분인데, 말년도 그리 편하진 않네요... 말씀 감사드립니다
브리니님/맞아요,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순오기님/어...저는 그 간병인이 이해 가요. 웬만한 사람이라면 견디기가 쉽지 않지요. 잠 안자는 거, 큰 고통이자나요...'
발명품님/님 댓글에늘 감사드려요..참, 제가 말씀 드렸나요? 할머니 대퇴골 목이 부러졌어요... 그 바람에 큰수술을 하셔야 했고, 요즘 황달도 있답니다..
바람돌이님/그러게 말입니다. 방값이 왜 그렇게 비싼지요...지금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셨어요. 휴.... 어찌되었건 댓글 감사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