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길을 건너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별궁식당>이라고, 기가 막히게 청국장을 잘하는 집이 있다. 난 청국장에 대한 향수가 별로 없다. 어릴 적 콩을 갈아서 강제로 먹였던 어머님 때문에 콩으로 만든 건 뭐든지 안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별궁식당>에 갔을 때, 청국장 색깔의 대문에서부터 풍기던 기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청국장을 시키고 말았다. 난 그렇게 맛있는 청국장은 처음 먹어 봤다. 그게 계기가 되어 지금은 가끔씩 청국장을 시키지만, 지금까지는 <별궁식당> 청국장이 단연 최고다.

첨, 이 사진은 구글에 나온 거 무단전재한 겁니다...

미녀와 인사동에 갈 일이 있었다. 저녁 때가 되었기에 혹시 청국장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싫어한다고 해도 거길 가려던 참인데 미녀는 좋아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쌈과 청국장 하나를 시켰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만 썰 거 같은 우아한 미녀는 보쌈이 맛있다며 그리 작지 않은 보쌈고기를 한입에 넣었고, 청국장이 죽인다며 연방 청국장 국물을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기엔 음식이 너무도 맛있었기에 나 역시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웠다. 맛있는 음식은 양이 많아도 부족하기 마련, 우린 결국 청국장 한그릇을 더 시켜야 했다.


내 짐이 좀 많았기에 택시를 잡아탔다. 아저씨가 갑자기 창문을 열더니 이렇게 물었다.

"혹시...청국장 드셨어요?"

우린 갑자기 미안해졌다.

"네... 냄새 많이 나나요?"

"저는 괜찮은데 손님들이 뭐라고 할까봐요. 그나저나 청국장 먹고 싶네."

그 택시 아저씨는 우릴 내려주고 청국장을 먹겠다고 했다. 우리가 내린 뒤 그 택시를 탄 다른 손님들은 우리가 풍긴 청국장 냄새를 맡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에이, 청국장 냄새!"라고 할까, 아니면 "어, 이상하게 청국장이 땡기네?"라고 할까. 다음부터 청국장을 먹고 난 후엔 박하사탕이라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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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코를 킁킁 거렸을 껍니다.
(콩중에 콩은 콩깍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인사동엔 사동면옥에서 만두전골과 빈대떡에 홍주 마셔도 좋아요.^^
튓마루 된장맛은 변함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옛찻집 새들은 잘 들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웽스북스 2008-01-11 00:42   좋아요 0 | URL
사동면옥 좋아요 ㅋㅋ

바람돌이 2008-01-11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국장 냄새는 정말 아닌데 맛있죠? 저희 동네도 청국장 잘하는데 있는데 저는 가서 먹기보다는 사와서 집에서 한 번끓여서 먹는걸 좋아합니다. ㅎㅎ 그나저나 오랫만에 님의 미녀타령을 들으니 갑자기 흥이 나네요. ㅎㅎ

웽스북스 2008-01-1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리한다고 생난리를 떨어가며 청국장을 끓이다가 냄새에 질리고, 그 청국장이 너무 맛이 없게 끓여져서 먹다가 토할 뻔한 이후로는 청국장을 안먹어요 ㅠㅠ (이게 다 나 때문인 사건 ㅠㅠ)

Mephistopheles 2008-01-11 01:38   좋아요 0 | URL
설마..채식과는 안맞는 웬디양님이신건가요?

세실 2008-01-11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청국장 잘 끓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청주번개때 청국장 잘하는 집으로 모실께요. (근데 그 날이 과연 올까요? 흑)

미즈행복 2008-01-11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너무 맛있겠다.
6월에 갈 집에 당근 추가!
근데 인사동 어느 골목이예요?
자세히 알려주세요. 아님 전화번호라도.

비로그인 2008-01-11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궁식당 기억할게요.
청국장 먹고 박하사탕먹어도 냄새는 별로 없어지지 않을거에요.
냄새는 입안에서 나오는것보다 옷에 밴것이 더 자극적이니까요.

깐따삐야 2008-01-1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국장 완전 좋아해요. 청국장과 보쌈이라니 쵝오네요! 미녀분 좋으셨겠어요.^^

무스탕 2008-01-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청국장 잘 끓여요. 믿거나 말거나~~~
근데 그 택시아저씨 본인이 청국장 드시고 차 운전하시면 차에 냄새가 확실히 배서 손님들이 물어볼텐데..
보쌈 먹은지 오랜데 먹고 싶어졌어요~~

순오기 2008-01-1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청국장, 우리도 요새 홈스테이 친구가 여행도 안 가고 만난 붙어 있어서 청국장 못 끓여요.ㅠㅠ 내일은 어디라도 갔다오라고 밀어낼까봐요? ㅎㅎ

프레이야 2008-01-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동에서 길 건너 골목으로 별궁식당, 저도 기억해둡니다. ^^
미녀랑 함께 한 식사라 더 맛났던 건 아니겠지요? ㅎㅎ

마태우스 2008-01-15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어...그런 것도 있겠죠? 미녀가 맛있게 먹는 걸 보는 일은 즐거우니까요^^
순오기님/청국장 끓이는 거 그리 어렵지 않나요?? 속에 든 거 보니까 전 엄두도 못내겠던데...
무스탕님/앗 글쿤요 언제 제게 실력발휘할 기회가 있을까요^^ 설렁탕집은 김치가 맛있어야하고, 청국장집은 보쌈이 맛있어야 한다는 게 별궁식당 다녀온 뒤 느낀 거라는...
깐따삐야님/그죠? 오징어랑 불고기처럼 둘이 잘 연결되는 듯.... 님을 응원했는데 아쉽네요 준우승이라...
승연님/아 입이 아니라 옷이군요 겨울이라 옷이 더 두꺼워서 그럴 수도 있군요
미즈행복님/음...전번은 모르겠구요 6월에 제가 직접 안내하죠 머^^
세실님/그러게요 청주번개의 아름다운 추억은 정녕 꿈이었을까...
웬디양님/그럴 수도 있겠군요 청국장 냄새 때문에 만들다 포기라.... 한 냄새 하는 음식이니깐요
바람돌이님/오랜만이어요 방가방가. 이상하게 청국장 잘끓인느 집은 오래된 곳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메피님/사동면옥이라..안그래도 제가 냉면에 좀 약한데, 가르쳐줘서 감사합니다 웬디양님까지 추천을 해주니 안갈 수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