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길을 건너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별궁식당>이라고, 기가 막히게 청국장을 잘하는 집이 있다. 난 청국장에 대한 향수가 별로 없다. 어릴 적 콩을 갈아서 강제로 먹였던 어머님 때문에 콩으로 만든 건 뭐든지 안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별궁식당>에 갔을 때, 청국장 색깔의 대문에서부터 풍기던 기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청국장을 시키고 말았다. 난 그렇게 맛있는 청국장은 처음 먹어 봤다. 그게 계기가 되어 지금은 가끔씩 청국장을 시키지만, 지금까지는 <별궁식당> 청국장이 단연 최고다.
첨, 이 사진은 구글에 나온 거 무단전재한 겁니다...
미녀와 인사동에 갈 일이 있었다. 저녁 때가 되었기에 혹시 청국장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싫어한다고 해도 거길 가려던 참인데 미녀는 좋아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쌈과 청국장 하나를 시켰다.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만 썰 거 같은 우아한 미녀는 보쌈이 맛있다며 그리 작지 않은 보쌈고기를 한입에 넣었고, 청국장이 죽인다며 연방 청국장 국물을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기엔 음식이 너무도 맛있었기에 나 역시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웠다. 맛있는 음식은 양이 많아도 부족하기 마련, 우린 결국 청국장 한그릇을 더 시켜야 했다.
내 짐이 좀 많았기에 택시를 잡아탔다. 아저씨가 갑자기 창문을 열더니 이렇게 물었다.
"혹시...청국장 드셨어요?"
우린 갑자기 미안해졌다.
"네... 냄새 많이 나나요?"
"저는 괜찮은데 손님들이 뭐라고 할까봐요. 그나저나 청국장 먹고 싶네."
그 택시 아저씨는 우릴 내려주고 청국장을 먹겠다고 했다. 우리가 내린 뒤 그 택시를 탄 다른 손님들은 우리가 풍긴 청국장 냄새를 맡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에이, 청국장 냄새!"라고 할까, 아니면 "어, 이상하게 청국장이 땡기네?"라고 할까. 다음부터 청국장을 먹고 난 후엔 박하사탕이라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