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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어느 미녀분의 선물 덕분에 미야베 미유키 여사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 읽은 책은 재벌의 사위로 들어간 남자가 겪는 일상을 그린 <누군가>였다. '아, 이런 것도 추리소설이 될 수 있구나'는 신선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미미 여사가 왜 대단한 추리 작가인지 깨닫게 하기엔 좀 부족했다. 그 부족함은 <이유>로 인해 남김없이 채워졌고, 미미여사는 이제 내 머리속에서 선호하는 몇 안되는 추리작가가 되었다.
"현대 일본의 빛과 어둠을 드러내고 사회와 인간을 폭넓게 그린 발자크적인 작업"
평소엔 책 뒤에 박힌, 과장으로 점철된 미사여구들을 보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리고 내가 발자크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내가 옮겨온 저 문구는 이 책의 핵심을 잘 짚어내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단순히 범인만 잡는 추리소설이 아니다. 일가족 4명이 살해된 걸로 책이 시작되긴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인생역정이 너무도 흥미로워 범인이 누군지는 제쳐놓게 된다. 각 인물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조명해 더더욱 생동감이 느껴지는 이 소설 속에는 공감가는 구절들이 아주 많이 나온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요즘은 이웃이란 의지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서로 못본 체하고 사는 것이 딱 좋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각광받는 이유는 재산 증식의 수단도 되지만 편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며, 아파트가 편한 이유는 원치 않는 이웃들과 말을 트고 지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경매 물품을 살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교훈이다.
660쪽에 달하는 이 책 덕분에 난 그 일주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는데, <이유>를 다 읽은 지금도 별반 슬프지 않을 수 있는 건, 이 책이 내가 읽은 미미 여사의 두번째 책이기 때문이다. 성큼 다가온 이 여름을 미미 여사와 더불어 보낼 생각이다. 아마도 올 여름은 작년보다는 덜 덥게 보낼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