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을 본 건 내가 보는 영화잡지에 이 영화에 대한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며 줄거리까지 나열되어 있었는데, 읽는 순간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팍 왔다. 하지만 난 이미 줄거리를 읽어버린 걸? 어느 분이 그러셨다. 진짜 좋은 영화는 줄거리를 알아도 재미있다고. 스포일러를 봤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 영화는 원래 재미가 없는 영화였다고. 과연 그랬다. <타인의 삶>은, 정말 숨이 막히도록 재미있는 영화였다.

아, 야한 영화는 아닙니다


문제는 내 뒤에 있는 남자였다. 요즘 극장 매너가 정착되어 휴대폰 울리는 사람이 없고, 가끔 문자 확인하는 불빛만이 내 심기를 건드리는데, 그 인간은 대담하게도 내 의자를 발로 찬다. 그것도 수시로. 짜증이 울컥 치밀었다. 아니 아직도 이런 놈이 있나? 놈이 또 내 의자를 찼을 때, 더 이상 못참겠다 싶었던 난 무서운 얼굴을 한 채 뒤를 돌아보았다. 그쯤 했으면 알아서 하겠지 했는데 놈은 또다시 내 등짝에 발의 압력을 가한다. 난 영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숨막히게 재미있는 영화를 발길질로 망친 나쁜 놈 같으니. 안되겠다 싶어 난 고개를 돌려 좀 더 오래 그를 째려봤다. 녀석은 구제불능이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내 의자를 발로 찼으니.


그 후부터 내내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한마디 하자. 누군 다리가 짧아서 오므리고 있는 줄 아냐고. 일말의 불안감. 혹시 놈이 조폭처럼 생겼으면 어떡하지? 그래서, 내가 아까 째려본 걸 가지고 먼저 시비를 걸면 어쩌지? 걱정도 팔자였다. 불이 켜지고 나서 확인한 녀석의 얼굴은 어린 나이와 더불어 그가 주먹을 전혀 못쓰는 샌님임을 말해 주었으니까. 합기도가 초단이고 마흔이 넘은 지금도 덤블링을 할 줄 아는 내가 상대하기에 녀석은 너무 약한 존재였다. 동정심이 생긴다. 옆에 여자까지 데리고 왔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면 무안하기도 할 거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다른 사람을 괴롭힐 텐데? 에이, 그냥 말하자. 최대한 정중하게. 이런 생각을 하다 뒤를 보니 내 뒤를 따라오는 줄 알았던 녀석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오늘의 결론. 재미있는 영화는 스포일러를 읽어도, 뒷사람이 훼방을 놓아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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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2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태님 요즘 어린분들이 참 버릇도 없으시지...
뒷사람의 발길질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영화, 봐야겠어요. 꼬옥^^
근데 님 합기도 초단에 덤블링까지, 헉, 놀랐어요^^

비로그인 2007-03-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전 차라리, 제일 뒷자리를 선호합니다.

레와 2007-03-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도 제일 뒷자석에서 이 영화를 봤답니다! ^^

[씨 인사이드]도 혹시 보셨나요??

전 어제 두편을 동시에 봐버렸는데요, 너무너무너무 잼있었어요!!

moonnight 2007-03-2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의자를 자꾸만 발로 차는 사람들 이해를 못하겠어요. 참다참다 돌아봐도 아랑곳않고 -_- 요즘은 뒤에 앉은 사람이 제 팔걸이에 발을 떡하니 올려놓기도 하더군요. 예의라는 개념 자체가 없나봐요. 투덜투덜;; 어쨌든, 저 영화. 넘 재미있죠? 감동감동. ^^

깐따삐야 2007-03-2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아주 재밌는 영화라는 말씀이군요. 영화 이야기는 언제 나오나, 했습니다. ㅋㅋ

Mephistopheles 2007-03-2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극장 갔다가 영화 다보고 나오면서 통로쪽에 팝콘 걸쳐놓은 비매너남의 팝콘
봉지를 무의식적으로 발로 뻥 차버린 M모님이라는 누군가가 생각나는군요...^^

비연 2007-03-26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 반가와라...저도 오늘 이 영화 봤는데..정말 재밌더군요..감동적이구.
군더더기없이 전달할 거 다 전달하면서 짜임새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그나저나 도대체 극장에서 그렇게 매너 없는 사람들은 어떻하면 좋을까요? ㅜㅜ

다락방 2007-03-2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 영화가 하는지도 모를정도로 일에 치여 살고 있어요. 좌절좌절..보고싶다... orz

작은앵초꽃 2007-04-1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너무 좋아요. 반가운 마음에 불쑥 댓글 답니다. (100만년 전에 여기 왔었는데 기억이나 하실련지. 큭큭)

마태우스 2007-04-15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앵초꽃님/아앗 솔직히 기억은 안나지만...다시 오심 꼭 기억할래요!
다락방님/넘 열심히 일하지 마세요 건강과 미모 챙기시길!
비연님/아아 님도 보셨군요 이 영화는 알라딘 분들만 보신 듯...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봤더이다.... 매너없는 애들은 전기충격을 ....호홋.
메피님/그 m이란분하고 놀지마세요^^
깐따삐야님/하아, 영화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영화 얘기 안하는 게 제 컨셉이죠^^
달밤님/요즘 너무 연락도 뜸하셔서 님이 댓글만 달아도 반가움이 왈칵...
레와님/시 인사이드는 안봤어요... 봤으면 좋을텐데.... 주말마다 두세개씩 몰아보는데도 계속 볼영화가 밀리네요
주드님/흐음, 앞으론 뒷자리를 눈여겨 봐야겠군요 미녀가 있는지..^^
배혜경님/제가 할줄 아는 게 그게 답니다 덤블링....^^

작은앵초꽃 2007-04-1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기억 못 하시는 게 당연한 걸요.(100만년 전이었다니까요)
그럼에도 따뜻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마태우스 2007-04-18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앵초꽃님/100만년 전이라면 제가 알라딘에서 막 뜨기 시작한 그때를 말씀하시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