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을 땐 비를 맞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서른살 이후엔 비가 싫다.
일요일은 항상 테니스를 치니까 주말에 오는 모든 비가 짜증나지만
오늘 내리는 비는 유난히 더 짜증스럽다.
이유인즉슨 이렇다.
테니스를 칠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역할분담이 되어 있는데
마실 음료수를 사는 이외에
시간이 되는지를 전화로 묻고 코트를 알아보는 건 내 역할이다.
또다른 친구는 차로 우리를 코트까지 실어 나르고, 공을 산다.
나머지 두 친구는 별반 하는 일이 없어서
우리가 “주차비라도 내라”고 하는데 그것도 잘 안낸다.
3천5백원인데 2천원밖에 없다고 우기거나
어쩔 때는 돈이 없다고 나자빠진다.
하여간
언제 비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난 늘 일기예보에 관심을 갖는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잽싸게 실내코트를 예약한다.
최소한 목요일 정도까지는 결정을 해야 하는데
비 온데서 실내를 예약했는데 실제로 비가 오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3주 동안 난 계속 실내를 예약했고
그때마다 날씨는 좋았다.
웃기는 건 사람들의 태도.
걔네들은 코트를 어디로 정할지 전전긍긍하는 내 수고를 알아주지 않고
“아니 오늘같은 날 왜 실내를 예약했냐?”며 내게 따진다.
3주간 그랬기에 이번주는 “비가 약간 오겠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실내 예약을 안하고 버텼는데
오늘 비가 오는 거다.
비가 오면 땅이 젖어서 내일 날씨가 맑더라도 실외에서 치기가 어렵다.
아차 싶어서 테니스장에 전화를 걸었더니
“예약 다 찼습니다.”라는 야속한 대답이 돌아온다.
얄미운 봄비 같으니.
비가 와서 테니스를 못치는만큼 배가 나오는데
그간 온 비가 얼마나 많았던가.
오늘의 결론; 내 배는 다 비 때문이다.
배를 탓하지 말고 비를 탓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