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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가 바람났다
송강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삶은 비루하다. 성차별까지 겪어야 하는 여성이라면 이 사회에서 사는 게 결코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얘길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살 날이 훨씬 더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삶은 오로지 장밋빛이어야 한다. 자기 자신만 가꾸면 세상을 얻을 수 있다는 <여자 인생은 20대에..> 같은 책이 잘 팔리는 것도 그런 환상에 기인한다.
그들은 말한다. 자긴 이전 세대의 여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 거라고. 프로포즈도 먼저 하고, 커리어우먼으로서, 남자에게 매달리지 않고 쿨하게 살 거라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뭘 더 생각해? 당근 이혼이지!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남자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잘 봐 왔기에, 여자들 역시 남자의 바람을 똑같이 응징하는 게 옳다고 믿었다.
“여자들이 용서를 하니까 남자들이 더 그러는 거야.”
이랬던 내 생각은 마이클럽의 논객 캡사이신을 만나면서 허물어졌다. <내 남자가 바람났다>는 거기 실린 글들을 책으로 펴낸 것. 지금 여자들은 쿨한 게 좋은지 몰라서 바람을 핀 남편과 헤어지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말한다.
“아이가 둘이고 직업도 없는데 남편이 바람 피웠다고 이혼부터 하는 건, 지금 입은 여름 옷차림 그대로 시베리아 한복판으로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145쪽).”
이처럼 보수적인 충고에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건 저자가 비루하기만 한 우리네 삶에 대해 적나라하게 얘기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자들이 재미로 피우는 바람이 아내에겐 9.11 테러 이상의 충격을 준다고 경고하며, 찰나의 젊음을 무기로 유부남을 사귀는 처녀들에게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당신의 존재자체가 흉기고 재난입니다”(246쪽)
아내는 돈을 아끼느라 생일과 성탄절에만 딸과 같이 가는 패밀리레스토랑에 남편이 바람의 상대인 여직원과 “이틀에 한번꼴로 TGI, 베니건스, 토니로만스, VIPS 같은 곳에 갔”다는 구절을 읽으면서 흥분했고, 바람을 피우고선 일부일처제 핑계를 대는 남편에게 그의 아내가 했다는 다음 말에 통쾌해했다.
“결혼 15년 동안 내가 해준 밥 먹고, 내가 벌어온 돈으로 옷 사입고, 그 돈으로 네 공부까지 하고, 네 부모님 용돈 드리고, 출세하겠다고 나한테 자식들 다 맡겨놓는 동안 이 망할 놈의 일부일처제가 부당하다는 얘기 한번도 한 적 없었지...그 여직원이랑 놀다보니 이제와서 일부일처제가 부당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지?(43쪽)”
저자의 말대로 남편의 바람은 아내가 강도를 만나 칼에 찔린 것과 같다. 강도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처럼, 남편의 바람 역시 예기치 못한 사건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그런 사태가 발생해도 이 책만 읽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게다가 이 책은 바람을 예방하는 효과도 아주 강력하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 우리 모두 이 책을 한권씩 비치해 두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