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전쟁 - 잔혹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여성을 기록하다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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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전쟁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여자 전쟁, 섬찟한 제목이다.

그러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 있다. 원제는 The War on Women

 

저자는 수 로이드 로버츠, 이 책을 집필하던 중 고인이 되었으며, 그녀의 자녀들이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여 펴냈으니, 더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는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다.

저자는 냉정한 감시자요, 열렬한 행동가이다.

 

냉정하다는 평은 여성할례를 막기 위하여 운동을 하던 중, 감비아에 가서 이맘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데 그의 말이 상식에 어긋나고 사리에 맞지 않은 말이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나는 인터뷰에 응해주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29)한 점이 그러하다.

이 리뷰에 옮길 수 없을 정도의 발언을 해대는 이맘 - 이슬람 종교 지도자 - 에게 할 말은 하면서도 절제를 잃지 않는 냉정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열렬한 행동가라 함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지역을 살펴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감비아,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사우디 아라비아, 구소련 국가들, 보스니아와 코소보, 파키스탄과 영국, 요르단, 인도, 콩고.

다양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과감히 드러내 각성을 촉구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여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은 선진과 후진을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럼 각 지역에서는 어떤 문제 때문에 전쟁인가? 목차에 선명하게 드러나니 목차를 살펴보자.

 

1 가장 잔인한 칼날, 여성 할례: 감비아

2 5월광장의 할머니들: 아르헨티나

3 종교가 박해한 타락한 여자들’: 아일랜드

4 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 감옥: 사우디아라비아

5 민주화를 외치는 광장에서의 성폭력: 이집트

6 인신매매로 사라지는 소녀들: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

7 유엔 평화유지군이 지나는 자리: 보스니아와 코소보

8 두 도시를 잇는 강제결혼 셔틀: 파키스탄과 영국

9 명예 없는 명예살인: 파키스탄과 요르단

10 세계에서 여자로 살기 가장 어려운 곳: 인도

11 강간이라는 전쟁 무기: 보스니아와 콩고민주공화국

12 제도화된 여성혐오: 영국

 

이런 일이 일어나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

 

여성할례의 경우를 보자. .

기독교에서는 남성 할례는 행하지만 여성할례의 경우가 없고 이슬람에서만 일어나는 일인데, 그렇다면 이슬람에서는 어떤 근거로 그런 일을 자행하는지?

저자는 이에 대하여 <기독교나 이슬람교가 아프리카 대륙에 도달하기 훨씬 이전, 파라오의 무덤들에는 소년소녀 모두 할례를 받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해야 한다는 신념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29) 고 한다.

 

기독교 역시, 남성중심주의라는 것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훔친 이래로, 초기 기독교 교부들은 여성을 믿을 게 못된다고 경고해 왔다.>(29)

 

여자 전쟁의 의미

 

그럼 여자 전쟁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자.

일단 전쟁의 주체는 여성이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인가?

성기 절제를 강요받는 여자들, 딸과 아들을 잃고 국가권력과 맞서는 여자들, 낙인찍힌 채 착취당하는 여자들, 선택의 자유 없이 갇혀버린 여자들, 부당한 임금차별을 겪는 여자들이 전쟁의 한 쪽 당사자가 된다. 여성이 다른 무엇과 다른 누구와 싸우는 것이다.

 

여성이 벌이는 전쟁의 대상은?

잘못된 관습, 독재 정권, 잘못된 성문화, 전쟁으로 인한 피해, 혐오 범죄. 등등.

그리고 전쟁의 대상중에는 여성도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일랜드의 타락한 여인들를 살펴보자.

'타락한 여인들'이란 다름 아니라, 강간등에 의하여 아이를 가지게 되고 보호소로 들어가게 된 여성들을 말한다.

 

이들을 위하여 수녀원 수녀들이 일하고 있는데,

타락한 여인들과 그러한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수녀들과의 관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아니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학대다.

 

<우리가 아일랜드 편에서 다루는 건 여자들에 의한 여자와의 전쟁이다.

(.........)

아일랜드의 가톨릭 가정은 전통적으로 대가족을 이뤘고, 다섯 번째 혹은 여섯 번째 딸은 종교에 귀의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먹여야 할 입을 하나 줄이는 동시에 지역사회에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93)

 

이렇게 종교에 귀의한 딸들이 소명의식이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수녀원에 들어간 수녀들은 (여기 피해를 당한 여자들) 에게 가혹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수녀들이 품은 건 도덕적 우월감, 시기심, 분노, 좌절감인지라, 그것을 피해자들에게 발산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때 여성이 전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종교요, 여성인 것이다.

이렇듯, 남성이라면 하지 않았을 전쟁을 여성을 치뤄야 하는 것이다.

 

또 이런 경우, 인도를 보자.

인도에서 여자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가족 내 잉여 구성원 취급을 받는다. 집안 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음식만 축내는 군식구로 여기는 것이다, (288)

 

그러니 여자는 태어나서면서부터 인간으로서 취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에서 여자는 나면서부터 전쟁을 치른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저자, 수 로이드 로버츠는 여성 기자의 취재 영역이라 여겨지는 곳을 벗어나 험지를 누비며 잠입취재와 위장취재에 성공한 BBC 의 저널리스트이다.

 

저자가 곳곳을 누비면서 제기한 문제들은 여성으로서 태어나면서부터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 그게 전쟁이라는 말로 표현할만큼 크고 무거운 것이다. 벌어지는 장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진국 후진국이 따로 없으며, 시간 또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러한 것을 드러내고, 국제적인 운동을 벌여 여성전쟁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열말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러한 여성 전쟁의 고리를 끊는데, 이 책은 일정 역할을 하리라 본다.

하루빨리 여성이 전쟁을 벌이는 시대가 지나고, 여성이 주도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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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습, 책을 지적 자본으로 바꾸는 10가지 습관 - 삶의 격을 높이는 1% 독서법
윤영돈 지음 / 예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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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습, 책을 지적 자본으로 바꾸는 10가지 습관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독습, 책을 지적 자본으로 바꾸는 10가지 습관, 부제로는 <삶의 격을 높이는 1% 독서법>이다.

 

독습이란 게 무슨 말일까?

한자로 표기하면 이해가 조금 빨라질 것이다.

독습(讀習).

원래 독습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글을 읽으며 스스로 배워서 익힘'인데

저자는 이 말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 독서

(), 습관을 들이는 것, 해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윤영돈, 윤코치연구소 소장,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커리어코치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이런 말 읽어보자. 모두 독서와 관련된 말이다.

 

문독 問讀, 선독 選讀, 수독 手讀, 숙독 熟讀, 낭독 朗讀,

연독 連讀, 만독 慢讀, 탐독 耽讀, 해독 解讀, 적독 積讀,

 

뜻을 대충 알 것도 같은데저자가 의도하는 바 그 정확한 뜻을 알아보자.

 

문독 問讀, 질문하며 읽는다

선독 選讀, 뽑아서 읽는다

수독 手讀, 손으로 읽는다

숙독 熟讀, 생각을 무르익혀 익는다

낭독 朗讀, 소리 내어 읽는다

연독 連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는다

만독 慢讀, 느리게 읽는다

탐독 耽讀, 집중하여 읽는다

해독 解讀, 풀이하여 읽는다

적독 積讀, 쌓아 두며 읽는다

 

책 읽는 방법이 참으로 다양하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이 책을 통하여 모르고 있던 책 읽는 방법들에 대하여, 아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책 읽는 것은 좋아하고 또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운적이 없는지라, 이 책으로 그 방법론, 배우고 익혔다.

 

그렇게 열 가지의 독서 방법을 알아가는 한 편으로 독서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접하게 되고 깨닫게 되었다, 그 중 일부분만 소개해 본다.

질문은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34)

 

질문(質問) : ‘알고자 묻다

의문(疑問) : 의심스러워 묻다

탐문(探問) : 찾아가 묻다.

 

정보를 접하기 어렵던 시대의 책읽기와 정보가 넘치는 시대의 책 읽기는 달라야 한다.(60)

 

밑줄 긋기는 틀림없이 뇌를 활성화한다. 글자를 읽을 때 사용되는 뇌부위와 펜을 잡고 밑줄을 그을 때 뇌부위가 전혀 다르다. (78)

 

묘계질서 (妙契疾書)

주자의 <장횡거찬(張橫渠贊)>에 나온 말로 번쩍 떠오른 깨달음을 빨리 쓴다는 뜻이다. (79)

 

책을 뭐하러 읽어?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지식이 내 안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 지식이 없는 상태를 무지라 한다.

머릿속에는 지식이 없어 인터넷 망에서 검색해야만 알 수 있다면, 그 것은 무지의 상태가 아닐까? (151)

 

상호 텍스트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들 수 있다. 에코는 이 소설을 다른 텍스트들로 짜인 직물, 일종의 인용문들의 추리소설’, 책들로부터 만들어진 책이라고 묘사하면서 책들은 항상 다른 책들에 대하여 말하고 있으면, 모든 이야기는 이미 행해진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실제로 텍스트와 텍스트가 상호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155-156)

 

고민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서 술술 풀리기 시작할 때, 진정한 독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168)

 

심리학자 대니언 카너먼은 경험하는 자기기억하는 자기의 개념을 제안했다.

우리에게는 현재 순간을 경험하는 자기가 있고, 나중에 그 경험을 기억하고 회상하면서 새롭게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가 있다.

커너먼은 이처럼 2가지 자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에도 2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다.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만족과 기분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삶 전체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168)

 

독서의 의미를 찾았으면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라. 간단하게 블로그에서 서평이라도 써야겠다는 목표를 가지면 끝까지 독파할 수 있다. (186)

 

보르헤스

우리의 도구들은, 인간이 만들어온 도구들은 단순히 손을 연장한 것일 뿐이니까요. 칼이 그렇고 쟁기가 그렇죠. 망원경이나 현미경은 눈을 연장한 것이고요. 그러나 책의 경우 그보다 훨씬 많는 게 담겨 있어요. 책은 상상력의 연장이고 기억의 연장이에요.” (189-190)

 

책을 읽고 정리할 때도 이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라는 연결 포인트를 생각하면 활용성이 높아져요.(216)

 

저자, 확실하다.

 

<탐독을 할 때는 궁즉통(窮則通)’을 기억하자.

궁즉통은 궁하면 통한다는 뜻으로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를 줄인 말이다.

여기서 궁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궁핍하다는 뜻이 아니라, ‘극에 달하다는 뜻이다.>(192)

 

여기서 저자가 말한 궁의 뜻, 맞다.

그런데 다른 책에 보면 대개 궁을 궁핍하다’, 또는 궁지로 이해를 하고 '궁하면 통한다'는 말을 '막다른 곳에 처해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는 안타까운 책들을 보게 된다. 저자는 이를 바로 해석해 놓았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바로 잡아야 할 게 하나 있다.

바로 '모차르트 효과'라는 것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125)

모차르트 효과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인터뷰이들의 한 마디.

 

각 장, 열개의 독서 방법마다 해당 방법에 관련된 인사를 인터뷰한 내용을 실어 놓고 있는데, 그들로부터 한 마디씩 추려 소개해 본다.

 

박영준,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38)

김주미, 하나의 책에서 내 마음에 와 닿는 하나의 문장만 찾아도, 그것만으로 책 읽기가 의미 있다. (67)

정진호, ‘내손으로 남겨야 내 안에 스며든다.’(89)

최효찬, ‘책을 읽어 묵혀서 초서하라’(114)

김보경, ‘낭독은 전두엽을 춤추게 하고 몸 속으로 이야기가 스며들게 한다.’(142)

이동우, ‘책이란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도구다.’(160)

고두현, ‘느리게 사는 것이 풍요롭게 사는 지름길.’(175)

유영만, ‘책이라는 거울로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197)

김성회, ‘오래 남은 것들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고전은 씹어도 씹어도 다른 맛을 줍니다.’(219)

강경태, ‘책은 우선 쌓아두는 것만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요.’(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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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 소심한 글쟁이의 세상탐구생활
김소민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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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이 책은?

 

이 책 제목은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언뜻 들으면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알 듯 말듯한데, 책을 읽다보면 아! 하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미리 도움이 되게끔 소심한 글쟁이의 세상 탐구 생활이란 말이 책 표지에 적혀있다.

그래도 책을 펼쳐 읽기 전에는 잘 모른다. 그러니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의 내용은?

 

저자 소개가 워낙 두루뭉술해서 손에 잘 잡히지 않으니, 책 소개에 나온 내용을 먼저 훑어보자.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글은 달라지는 법이니. 저자에 대한 탐구가 절대 필요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겁이 엄청 많은데 세상이 궁금하다. 사람이 두려운데 만나고 싶다. 양쪽을 오락가락하다 마흔이 넘었다. 한겨레신문에서 13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주제를 잊고 사소한 팩트에 집착하는 습성이 있다. 자괴감에 질식하겠다 싶을 즈음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그 길이 독일, 부탄으로 9년 동안 이어졌다. 타향살이하며, 별별 사람들을 만났다. 이해는 듣기부터 시작한다는 걸 배웠으나, 여전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말도 잘 듣지 못한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했다. 현재는 백수로 경기도 일산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겨레 21]김소민의 아무거나를 연재하고 있다.> 이상이 저자에 대한 소개들이다,

 

한겨레 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산타아고 순례를 떠나, 그 길로 여러 나라를 순례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이게 저자의 약전(略傳)이다.

 

해서 그런 저자이니, 이 책의 처음 글은 산티아고부터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펴들면 다짜고짜 독일인 베른트가 등장한다.(8)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독일인이 아니라, 독일에서 살고 있는 독일인이다. 그렇게 독일에서 독일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그 시점은? 글 속에 거기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그날 그날. 그 시간에 일어난 일들, 생각들을 기록한 다음에 시간 관계없이 주욱 글을 펼쳐 놓은 듯하다. 이게 바로 오해라는 점, 먼저 밝혀둔다.

 

그야말로 글은 종횡무진, 아무런 말도 없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그런데 읽다보면 같은 사람이 여기저기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독일인 베른트, 그는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그가 은행원이라는 것 밝혀진다. 사람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내는 소설의 기법처럼, 인물이 서서히 드러나는 듯하고, 읽는 나도 그를 다시 만나 기쁘다.

 

또 있다,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이번에는 부부다. 금혼식을 맞이하는 한스와 크리스텔 부부.(22)

그들은 동프로이센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향은 괴니히스베르크, 칸트의 고향이길래 공연히 반갑기까지 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피난와서 정착하여 집을 짓고 살아온 모습이 뒤에 등장한다. (108)

 

이런 즐거움이 있다니, 저자가 기록한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다 보면, 인생의 모습을 잠깐 잠깐씩 엿보는 재미가 있다. 아주 쏠쏠하다.

 

그렇게 사람들만 만나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모습 여지없이 드러난다.

독일 공항에서 검색을 당한 일, 그래서 만인주시하에 가방 맨 위에 널브러져 있는 빤스까지 다 보인 일들. , 여기에서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 밝히면 성차별이라고 할지?

 

하여간 재밌다. 에세이 치고 이렇게 재미있는 글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물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까지 있다.

그래서 오해를 넘어 이해하게 되고, 의미까지 새삼 새겨보게 된다.

 

이런 글 새겨놓고 싶다.

 

얀 로, 밤마다 식당가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얼굴을 그려, 용돈은 버는 사람이다,

일명, ‘한번 그리살라우맨

그가 이런 말을 하는데, 새겨 놓고 싶은 명언이다.

 

<그림 그리면 세상을 훨씬 더 강렬하게 이해하게 돼. 사람 얼굴이 세상에서 제일 흥미로운 평면이지. 웃을 때 입꼬리가 어떻게 올라가나, 눈을 어떻게 찡긋하나.... 매 순간 한 얼굴에서 에너지가 바뀌거든. 한 사람 한 사람 다 달라. 그림 그리면서 사람을 배우는 거지.>(48)

 

그림 그리면서 사람을 배운다, 에 굵게 굵게 밑줄을 그었다.

 

다시, 이 책은?

 

그럼 언제 산티아고가 나오냐고?

나온다, 274쪽부터 나온다. 이 책은 전혀 시간순이 아니다.

그러니 그걸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순간 순간이 독자 앞에서 휙휙 하고 지나간다.

 

총평을 뒤로 뒤로 아끼고 싶은 책이다. 다른 이야기가 할 게 많은 책이라는 말이다.

순간 순간을 기록하는데. 매의 눈으로 포착하여 솔거의 붓놀림으로 그려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저자의 글 솜씨, 읽다보면 분명 글을 읽었는데 마치 그림을 본 듯지금 활동사진을 보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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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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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화곡, 소설이다.

저자는 윤재성, 이 책으로 두 번째 소설을 펴냈다.

 

그런데, ‘화곡의 뜻은 무엇일까?

불이 소재로 등장하는 소설이니, 화곡의 화는 불 화()자임이 분명하데, 그 다음 자 은 어떤 말인지?

몇 가지 단서를 찾아보니, 우선 등장하는 장소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이라는 단서.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화곡동이란 이름은 禾谷, 땅이 기름져 벼가 잘되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그러니 불이 붙어 문제가 되는 이 책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해서 불타는 골짜기라는 의미의 화곡(火谷)이 아닐까, 정도로 생각해 둔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등장인물을 추려본다.

 

주인공 격인 문형진, 경찰 지망생이었던 그가 화마의 희생자가 되어, 그 불을 붙인 범인을 찾아 다니며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여주인공격인 김정혜, 잡지사 기자다. 우연히 문형진을 만나게 되어 같이 불을, 아니 불지르는 범인을 쫓아다니게 된다.

그 반대편에 선 인물인 박창우, 그리고 장무택 의원. 나중에 시장이 된다.

, , 또 있다, 형진의 형인 문형문. 검사를 거쳐 현재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는 #방화광(298).

 

줄거리는 ?

 

이들이 모여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스릴러물이 따로 없다.

 

정유정은 스릴어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스릴러는 살아남기가 목적인 장르다. 당연히 생존게임의 성격을 띤다. 추리소설과 달리 범인 찾기에 주요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대개 소설 전개부에서 범인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 지승호, 141)

 

정유정이 내린 스릴러물의 정의에 이 소설은 부합한다.

단 범인의 얼굴이 후반부에 나타나는 것 빼고. 그래도 독자들은 다 안다. 범인이 어딘가 있다가 나타날 거라는 것을, 그러니 범인은 초반 전개부에 이미 나타난 것이나 진배없다.

 

영화와 같은 구조, 스토리

 

숨 막히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의 추적 드라마. 딱 영화화 하기 좋게 진행되는 구도로 진행이 된다.

작가도 아마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간 것 같다.

장면, 주도 인물이 바뀔 때마다, ‘# 형진’, ‘# 정혜하는 식으로 표시를 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니, 시나리오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 형식보다도 더 영화화를 생각하게 하는 것은 바로 스토리다,

독자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사정없이 우리의 주인공들이 적지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게 함으로서 독자들을 가만 두지 않는다. 아마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면 관객들은 사들고 간 팝콘에 손대지도 못하고 시선 고정하고 스크린에 몰두할 것이 분명하다.

 

소설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만난다.

 

인간은 미워할 거리를 기막히게 찾아내는 동물이다. (276)

 

살다보면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해지거든. 그래야 내 인생이 덜 억울하니까. 마음속으로 불 한 번 안 질러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294)

 

다시, 이 책은?

 

우리 사회에는 이 소설의 방화범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거기에 그런 방화범을 부추겨서 자기의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시장 장무택 같은 사람도 많다.

 

소설은 세상사의 은유라는 정의도 여기서 들어맞는다. 그래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소설 속에 담겨 있는데, 이 소설 우리 시대를 관통해서, 보여주는 게 많다. 생각할 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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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 브렉시트와 EU 권력의 재편성
폴 레버 지음, 이영래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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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부제는 <브렉시트와 EU 권력의 재편성>인데, 현재 유럽의 권력지형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원제는 Berlin Rules, ‘베를린이 지배한다고 번역할 수 있겠는데, 독일이 유럽을 지배한다, 즉 좌지우지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저자는 폴 레버, 영국에서 최고의 유럽 전문가로 통하는 전직 외교관으로 주 독일 대사를 지낸 바 있다.  

<1972년 영국이 EEC(유럽경제공동체) 조약에 가입할 당시 외교관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40여 년간 독일 리더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1997년부터 6년간 독일 대사를 지냈으며 그밖에도 외무부 유럽국장, EU 집행위원회와 영국 합동군사정보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런던에 위치한 싱크탱크 왕립군사문제연구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지 않아도 영국이 브렉시트 문제를 가지고 혼돈을 겪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었다. 더하여 유럽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도 궁금했었다

매스컴을 통하여 간간히 유럽 여러 나라들의 소식을 듣고는 있지만,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갈무리는 안 되고 있으니, 그저 궁금해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이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독일의 뜻대로 움직이는 유럽연합 국가들 

2장 탄탄한 경제가 힘의 기반 

3연방만큼 중요한 지역’ 

4장 과거가 없는 나라 

5장 프랑스와 독일의 돈독한 관계 

6장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유럽연합 

7EU군의 행군을 보게 될 것인가 

8장 앞으로의 모습 

 

목차만 보아도 독일이 유럽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인 ' Berlin Rules (베를린이 지배한다)' 는 말이 빈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독일의 통일 과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이 통일된 후 집약된 힘을 가지고 유럽에 강자로 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통일 약사(略史)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김에 독일의 통일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1989119일 베를린 장벽 붕괴 

그런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다음 바로 독일이 통일된 것으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 후로도 많은 절차가 남아있었다. 그런 절차를 거쳐 통일이 된 것은 1990103일이다. 

 

1990822일 전독총선을 위한 선거협약이 체결.  

1990823일 동독인민의회는 기본법 제23조에 의거 1990103일을 기해 동독이 독일연방공화국(서독)에 편입하기로 결의

1990103일 독일의 통일이 선포되었고,  

1990104일 베를린 제국의사당에서 최초의 전독의회가 개최되었다. 

 

독일, 알아두어야 할 것들 

 

그저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말로만 알고 있던 독일, 이 책으로 2차 대전 후의 참혹한 실상, 그리고 폐허에서 벗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음을 알게 된다 

 

독일의 경제 규모

 유럽에서 가장 크다. 25천억 유로에 이르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프랑스나 영국보다 약 25퍼센트 정도 높다. 8천만 명 정도인 독일의 인구 역시 마찬가지다. EU의 총 GDP 123천억 유로 가운데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를 약간 넘는다 

 

유의할 사항은 독일이 단일 경제로는 최대지만, 다른 나라의 경제를 모두 왜소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1인당 GDP 면에서도 독일의 성과는 특출하지 않다. 덴마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심지어 한때는 아일랜드까지 포함한 다른 여러 EU 회원국들이 최근 1인당 GDP 면에서 더 나은 성적을 냈다. (71) 

 

해서 독일 경제의 특이한 점은 그 규모가 아닌 성격에 있다.

 저자는 그 것을 네 가지로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72쪽을 참조하시라 

 

또 다른 독일의 방식  

 

여기 기록해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독일이 과거사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독일이 과거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현대 독일 민주주의의 여러 훌륭한 특성 가운데 하나다. 이는 일본, 러시아, 중국, 스페인 등 20세기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기 꺼리는 다른 나라들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176) 

 

이 부분을 특별히 읽어보면, 그 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배울 게 많다

독일의 과거사로부터, 2차대전 후 패전국으로서의 고통 (그렇다고 해서 그 고통만 일방적으로 안타깝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단되고, 그 고난을 겪고 이겨내기까지, 그런 다음에 유럽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나라로 변하기까지, 이 책은 배울 게 참 많다. 아니 독일이란 나라가 그렇다.   

 

더하여 유럽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놓은 저자의 통찰력 덕분에 유럽의 모습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제 6장과 7장의 항목들 -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유럽연합>,

< EU 군의 행군을 보게 될 것인가>은 EU 를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서론>에서 저자는 이 책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특이하게도 독일의 힘은 군사력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 독일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가진 힘에 자부심을 갖지 않으며 그것을 높이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힘은 오늘날 유럽의 근본적인 실체다. 나는 이 책이 그것을 이해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23)


그러니 이 책을 통하여 무엇보다도, 유럽에서 실체로 존재하는 독일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독일의 힘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독일을 아는 것은 유럽을 아는 것이기도 하다. 해서 이 책은 접하기 어려운 유럽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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