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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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바벨탑 공화국』, 부제는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저자는 강준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논객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살피고 드러내며, 우리의 대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저자의 묵직한 울림이 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제목부터 짚어보자.

바벨탑하면 기독교 성경에 등장하는 건축물, 탑이다.

구약 성서 창세기 11장에 나오는데, 그야말로 인간의 욕망으로 지어진 탑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 해당 부분을 인용한다.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다.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이르러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그들은 또 말하였다. ",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자는 마음으로 올린 탑이기 때문에 욕망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그러한 바벨탑에 우리 현실을 투영해본다.

우리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전제하에 여려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목차를 통해 살펴보기로 하자.

 

머리말 : 왜 한국은 바벨탑 공화국인가?

1장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 초집중화

2장 왜 지주들의 소작농 수탈은 여전히 건재한가? : 부드러운 약탈

3장 왜 조물주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 젠트리피케이션

4장 왜 사회는 없고 내 집만 있는가? : 게이티드 커뮤니티

5장 왜 휴거라는 말이 생겨났는가? : 소셜 믹스

6장 왜 한국은 야비하고 잔인한 갑질 공화국이 되었나? : 전위된 공격

7장 왜 무릎 꿇리기라는 엽기 만행이 유행하는가? : 학습된 무력감

8장 왜 지방민은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 소용돌이 정치

9장 왜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파멸인가? : 지방 소멸론

10장 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치는가? : 지방분권의 함정

 

이 책은 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분석해 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분석해 낸 것은 무엇일까?

바로 바벨탑 멘탈리티.

우리 사회가 바벨탑을 쌓아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 무엇보다도 바벨탑 멘탈리티인 것이다. 그 멘탈리티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가 여기저기 불쑥불쑥 그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말로 바벨탑을 근본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악마의 모습을 드러낸다.

 

사회는 없고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바벨탑 멘털리티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83)

 

이 책을 읽는 방법 중 하나

 

<바벨탑을 도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가능하겠지만 나는 바벨탑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그것이 나오게 된 맥락에 주목함으로서 세상 모든 일의 명암을 동시에 보려는,,,,,,>(19)

 

반갑다, 이런 책 소개

 

<미국 정치학자 버트럼 그로스(Bertram Gross 1912-1997)는 고전적 파시즘 체제가 보여주던 외양은 사라졌지만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의 지배와 정경 유착 구조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민주적 권리가 억압받는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부드러운 파시즘(friendly fascism)’이라는 말을 썼다.>(66)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언가 떠오른 게 있었다. ‘부드러운 파시즘’, 아니 그 뒤의 영어 표시 friendly fascism. 어디서 봤더라? 얼마 전에 읽은 책 친절한 파시즘그 책의 영어 원제가 바로 friendly fascism였던 것이다. 그 책을 한 문단으로 정리한다면 바로 위에 인용한 내용이 되겠다.

 

그 책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것, 바로 그 책의 우리말 제목. 친절한 파시즘

억압하는데 친절하다, 는 말보다는 부드럽게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소환하여 재음미해보는, 책으로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 기뻤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일상이야말로 그 모든 혁명이 실패하는 원인. - 앙리 르페브르, (74)

 

정의를 이룰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불의를 저지르려는 인간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필요하다. - 라인홀드 니부어 (100)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다른 각도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우리 사회를 비쳐주는 거울로 읽어보면 어떨까?

 

또한 저자가 보여주는 사례들은 옆집 이야기,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읽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로 읽기가 두렵거든, 최소한 '우리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이 책이 말하는 약발이 먹히는 것이다.

 

더하나, 이 책은 바로 나의 자화상이다, 라는 고백도 이 책을 읽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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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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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중력인데, 소설이다. 무엇을 말하는 소설일까?

우리가 물리 시간에 배워 알고 있는 중력을 이야기하는 과학 소설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중력이 작동하는 곳에서 작동하지 않는 곳으로의 여행, 곧 우주여행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우주인을 선발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쓴 소설이다.

 

작가와 저작 상황을 살펴보니, 저자 권기태는 <2006년에 있었던 대한민국 우주인 선발 경쟁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중력은 그 무렵 작가의 눈에 들어온 한 탈락자의 퇴장에서 비롯되었다. “공군사관학교의 교관인 그는 이뤄질 수 없는 꿈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송진처럼 굵고 뜨거운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작가는 그렇게 삶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설의 세계를 만들 수만 있다면하고 바랐다. “이 소설은 구상하고 취재를 시작한 지 십삼 년 만에 나왔고 집필하는 사 년 동안 적어도 서른다섯 번 개고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바가 그대로다.

이 소설은 마치 작가가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을 다큐멘타리 기법으로 정리해 놓은 듯, 사실적이다. 그 모든 과정을 세밀하고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런 문장들이 그렇게 생각되는 것들이다.

<그 무렵에 김태우가 기록 작가에게 남긴 이야기이다.>(205)

<김유진이 남긴 이야기다.>(220)

 

등등, 주인공의 시점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을 기록 작가들이 남긴 이야기로 보충하면서 그 내막을 자세하게 서술해 놓고 있으니, 이 책은 기록문학으로 불러도 될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은 이진우, 용인에 있는 생태보호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 그에게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우주에 가보는 것, 다시 말해 우주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주인을 뽑는다는 공고가 붙는다.

그것을 보고 응시한 주인공은 다섯 개의 관문을 거쳐야 하는 선발 절차를 하나씩 하나씩 통과하면서 드디어 최종 단계인 4명 안에 들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

 

여기서 말하는 중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에서 작동하는 중력이 아니다.

일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짓누르는 중력, 그것도 포함하는 중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중력의 압박감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 상황을 보면, 그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원에서 그는 압박을 당한다.

강한 압력이 작동하여, 그를 코너로 몰아 넣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런 말로 그렇게 발버둥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424)

거기에 한마디 덧붙인다.

제 생각은 평범해지겠다는 것이에요.”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 경우를 이런 말로 표현하면 어떨까?

마지막 우주인이 되어 우주로 갔다가 귀환한 김유진이 쓴 글이다.

 

< 땅에 내려앉은 귀환선의 해치는 열리지 않았는데 우리는 벌써 몸무게를 느낄 수 있었어요. 무중력의 감각이 사라져서 아쉬웠지만 우리를 환대하는 그 무엇이었어요. 내가 이 정겨운 땅에 돌아왔구나 하는 느낌이 차올랐어요. 생의 느낌, 내 발이 땅에 탁 닿는 느낌, 내 원래 삶으로 돌아온 느낌, 그래서 아직 열리지 않은 귀환선 안에서 가슴이 먹먹해졌어요.>(437)

 

무중력의 세계에서 다시 중력의 세상으로 귀환한 순간, 느끼는 가슴먹먹함, 우리는 그걸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가능성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이 단단한 현실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지 못한다.> (4)

 

<세상은 원래 무대가 아닌가요. 어느 무대에 서느냐? 그게 중요하지요. 우리는 무대만큼 살고 배역만큼 살아요. 어떤 사람은 누가 볼 새라 슬그머니 드나들고, 어떤 사람은 떵떵거리면서 객석을 울리고 웃기지요. 나는 여기를 거쳐서 더 큰 무대로 갈 거야, 지구를 내려다보는 저 높은 곳으로, 그런 생각, 휴학까지 하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60)

 

이 세상은 무대라는 셰익스피어의 발언이 생각나는 문장이다.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318)

 

다시, 이 책은?

 

결국 주인공 이진우는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하고 다시 돌아온다.

그가 돌아온 곳은?

중력이 살아 작동하는 이 지구다.

 

그는 새로운 연구소에 입사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에게 동료들이 하는 말, “너는 생각의 규모가 달라진 것 같아.”(443)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생각의 규모가 분명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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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하창수 지음 / 연금술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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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이다. 제목은 미로, 이 제목에 따라오는 부제는 <내 기억이 찾아가는 시간>.

시간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게 펼쳐지는 공상과학 소설이다.

 

공상과학 소설이라 했는데, 그것은 시대 상황이 현재가 아닌 204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와는 매우 다른 과학적 시대가 주 무대이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에 의하면 <한국일보문학상과 현진건문학상 수상작가인 하창수의 장편소설 미로는 미래 2041년을 배경으로 하는 뉴사이언스 소설이다.>

 

'뉴사이언스 소설', 그 정의가 궁금하다.

 

저자는 하창수.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많은 소설을 썼고, 많은 책을 번역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소설 제목에 등장하는 미로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자.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미로인데미로 하면 떠올리게 되는 개념 미로(迷路)를 활용한 이름이다. 이런 대목이 보인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의 미로(美路)가 아닌 미로(迷路)이라는 뜻으로 부르길 좋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막힌 이름이야. 모두들 아름다운 걸 좋아하지만 진정으로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美路에 도달하기 위해선 迷路를 헤매야 한단 말이야. 하하!”

아버지는 아들 미로에게 메일을 보낼 때마다 래버린스(Labyrinth)에게라는 제목을 달았다.>(64-65)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죽은 사람이 14년 뒤의 아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317)

 

죽은 사람은 미로의 아버지 클린워스 박사,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만나기를 힘쓰는 아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 미로다.

 

그 미로는 과학자다.

세계적 우주산업체 슈퍼퓨처사 산하의 스피릿 필드 연구소에서 연구원이다.

연구원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

모픽 필드, 물질의 생성에 필요한 에너지의 장 이란 개념과 사이킥 필드, 정신이 만들어지는 운동장이란 개념이 등장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ADM(After Death Machine). 죽은 사람의 혼령과 만날 수 있는 장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줄거리보다도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이 사이에 들어있는 과학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서술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그 과학적 진술들이 모두다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닐지라도, 그런 방향으로, 그런 모습으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이 소설을 끌고 가는 힘이라 생각된다.

 

거기에는 저자가 소설로서는 드물게 기획한 장치 <인터벤션>이 존재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 중간에 적혀있는 <인터벤션>의 존재다.

이 부분을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는 그 자체로서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소개가 늦었다. 불쑥 끼어들어 얘기하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작가? 아님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아니다. 내레이션? 아니다.

그럼 누구? 어쩌면 당신의 무의식일 수도 있다. 아님 주인공의 무의식?>(25)

 

그런데 이 <인터벤션>에 저자는 상당히 공을 들여, 저자가 하고 싶은 말들을 모아 전하고 있다. 과학으로부터 철학, 예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소설의 줄거리 진행에 맞추어 제공하고 있어 소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어쨌든 이 부분을 독자들이 궁금해 할 것에 대하여 저자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만든 장치, 주석, 보충 해석, 보충 해설,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다시, 이 책은?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소설 속에 들어있는 과학에 관한 서술, 진술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다는 점, 그리고 제시하고 있는 책, 저서들과 저작자들이 실제인지, 가공인지, 실제인물인지 아니면 가공의 인물인지 그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자가 <일러두기>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사물, 사건 등은 작가의 창작에 의한 허구적인 것과 실재했거나 실재했던 것들이 혼재되어 있으며, 별도로 구분해서 표기하지 않았다.‘고 하니, 차라리 그 것을 하단에 각주 정도로 명기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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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몽룡의 동주열국지 5 - 전국시대
풍몽룡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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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몽룡의 동주열국지 5

 

이 책은?

 

[열국지(列國志)]는 중국 역사소설로 동주(東周)부터 진()의 천하통일까지의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다룬다. 정식 명칭은 [동주 열국지(東周 列國志)]이다.

 

열국지 (列國志)’가 아니라. ‘동주 열국지 (東周 列國志)인가?

 

()나라는 서쪽 오랑캐에 쫓겨 도읍을 호경(鎬京)에서 동쪽의 낙양(洛陽)으로 옮겨 동주(東周)라 칭하게 되는데, 이 때인 BC 770년부터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는 BC 221년까지 춘추전국시대 550년간의 중국역사를 다루고 있기에 [동주 열국지]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저자는 명나라의 문장가 풍몽룡(馮夢龍) (1574 - 1645)

명나라 말기에 활약하였으며, 그는 통속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졌으나, 특히 그의 죽음에 대해서 청나라 군사와 싸우다가 죽었다는 설도 있는 것을 보면,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바뀌는 왕조 격변기에 역사의 흥망성쇠의 이치를 밝히는 역사 소설을 펴낸 것도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그런 저자가 민간에 전해져오던 판본을 개작하여 현재의 형태로 완성하였다. 그러니까 이 작품 속에는 저자의 역사관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이다,

 

풍몽룡은 처음 만나는 게 아니다. 그의 책 지경(智經)에 이어 두 번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신동준이 번역한 동주 열국지 (東周 列國志)5권으로 되어있는데, 각권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다음과 같다.

 

1권 제환 시대 齊桓 時代

2권 진문 시대 晉文 時代

3권 진초 시대 晉楚 時代

4권 오월 시대 吳越 時代

5권 전국 시대 戰國 時代

 

역자는 동주 열국지(東周 列國志)의 시대 구분을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중간에 오월시대를 인정한다. 즉 춘추와 전국 시대로 양분하는 게 아니라, 오월 시대를 집어넣어 삼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오월 시대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다.

 

춘추시대

- 제환공의 시대

- 진문공의 시대

- 진초시대

오월시대

전국시대

 

이 책, 5<전국 시대 戰國 時代>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중원의 진()나라가 3분되는 것을 계기로 중국천하가 전국칠웅으로 정립된 이후 기원전 222년 진시황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천하를 통일하기까지의 약 180년간의 역사를 말한다. 춘추시대가 끝나자 전국시대가 열렸다.>

 

주요 등장 인물

 

이 책에서 그간 만나지 못했던 인물들을 만난다.

그 예가 귀곡자(鬼谷子). (120쪽 이하)

귀곡자를 비롯하여, 손빈, 소진과 장의, 여불위, 등이 실제로 이야기 안에서 움직이며 역사를 움직여가는 드라마를 보게 된다.

 

열국지는 사자성어의 보고(寶庫).

 

동주 열국지읽을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책에는 수많은 고사성어가 들어있다. 자세한 유래와 함께 그 내용을 읽을 수 있으니, 사자성어의 보물창고인 셈이다.

 

옥성지덕(玉成之德)’이란 사자성어는 소진과 장의의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219)

상대가 성공을 이루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은덕을 말한다.

소진은 장의가 작은 성공에 안주할까 우려해 고의로 업신여기며 본노를 촉발하게 하여 결국 큰 뜻을 이루게 하였다.

 

이 밖에도 많은 사자성어를 만날 수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 지식과 상식을 골고루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한자를 친숙하게 만드는 번역

 

이 문장 한 번 읽어보자.

<진소양왕이 손뼉을 치며 옳소를 연발하는 고장칭선(鼓掌稱善)을 했다.>(425)

 

이 문장은 운율에 맞춰 읽을 수 있다. 저절로 입이 움직여지며 읽힌다.

그 다음에 한문을 공부할 수 있다.

역자는 한문의 뜻을 그냥 풀어놓은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에 해당하는 한자 성어를 같이 병기해 놓아, 한자와 그 뜻을 익힐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와 같은 번역이 연이어 나온다.

 

<저의 머리털을 다 뽑아 헤아릴지라도 오히려 부족한 탁발난수(擢髮難數)입니다.>(433)

<은덕을 베푼 사람에게 보답코자 하는 마음인 보덕지심(報德之心)을 모두 발휘할 수 있으면 신은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451)

<천하에는 뜬금없는 재앙인 무망지화(務望之禍)와 뜬금없는 복인 무망지복(無妄之福), 또 뜬금없는 사람인 무망지인(無妄之人)이 있습니다. 군은 그 뜻을 아십니까?>(607)

 

그래서 이 책을 접하면서, 혹 한자 한문 때문에 읽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자와 오히려 친숙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수레의 종류

 

이 책에는 수레가 많이 등장한다.

사람과 물자를 실어나르는 수레, 주로 말이 끄는 운송수단이다.

 

역자는 수레를 지칭하는 용어를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을 설명하는 말을 덧붙여, 수레가 여러 종류가 있음을, 그 수레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알게 해주고 있다.

 

<부들풀을 수레바닥에 깔고 바퀴에 감아 승차감을 좋게 한 포거(蒲車)를 보내 입조케 했다.>(154)

<손빈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군수 운반용 수레인 치거(輜車)속에 앉아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157)

<즉시 사람을 시켜 역참 전용 수레인 전거(傳車)를 이용해 모셔오게 했다.>(421)

<나는 이번에 4필의 말이 이끄는 대거(大車)를 타고 왔네.>(431)

 

비단 수레뿐만 아니다. 당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들이 풍부하다. 이런 자료들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그 당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 주머니, 동주 열국지

 

중국의 고전 치고 재미있는 이야기 아닌 것이 없지만동주 열국지는 더더욱 그렇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넘쳐흐른다. 더구나 저자가 글을 연재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으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당겼다, 놓았다 하고 있으니, 이야기의 표본 격인 셈이다.

 

매 회 끝마무리를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그의 목숨이 어찌될지 알 길이 없으니 다음 회를 보라.>(42)

<어떤 현신이 응모해 올지 알길이 없으니 다음 회를 보라.>(101)

 

요즘 말로 치면 신문 연재소설이나, TV 연속극처럼 이야기가 독자들의 심장을 졸깃졸깃하게 만들면서 진행되고 있다. 그중 어떤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저자의 글솜씨 때문에 그래도 독자를 휘어잡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주석 고맙다.

 

역자는 188쪽 하단에 이런 주석을 붙여 놓았다.

 

<사서등에 위혜왕양혜왕이라고 부르게 된 것도 도읍을 안읍에서 대량으로 옮긴 데 따른 것이다. 사기위혜왕양혜왕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반면 맹자는 첫 편이 양혜왕으로 되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양혜왕만을 사용하고 있다. 맹자는 위나라가 대량으로 천도한 뒤 처음으로 양나라를 찾아가서 유세한 바 있다.>

 

이런 자료는 다른 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정보는 사서사기를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역사

 

일단 동주 열국지는 소설이다. 그러니 정식 역사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소설이라고 해서, 단순히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저자인 풍몽룡은 열국지를 저술하면서 춘추전국시대에 관한 각종 사료를 토대로 하여 저술을 한 것이다.

 

그러니 동주 열국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역사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그렇게 역사를 읽어가면서 인간의 역사를 알게 된다.

 

이 책, 동주 열국지- 속으로 깊숙이 더 들어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피는 것도 역사와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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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대한민국까지, 재판으로 보는 세계사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콜라보 3
권재원 지음 / 서유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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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이라 너무 평이하다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해서 부제까지 눈여겨봐야 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대한민국까지, 재판으로 보는 세계사>

 

저자는 권재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사회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 지역 공립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며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콜라보 시리즈 9번째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파악함에 있어 주의할 게 하나 있다.

바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이 재판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법리 논쟁이 아니라 사건 그 자체를 다룬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재판에서 다룬 사건이 가지는 사회상, 시대상이다. 즉 재판이라는 창문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드러내 보려고 하는 것이다. (4)

 

이 책은 다음과 같이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고대 그리스 로마의 재판

2장 전통사회 중국의 재판

3장 조선시대의 재판

4장 근대의 전환점이 된 재판

5장 미국의 재판

6장 현대 한국의 재판

 

이 책이 살펴보고 있는 재판은 장소로는 동양과 서양을 망라하며, 시간적으로는 고대와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루 다루고 있어, 특히 청소년이 세계사 이해를 위해 필요한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다.

 

이 중에서 중요한 것이라 여겨지는 것을 몇 개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보라, 악법의 결말을! 소크라테스 재판 (11)

법은 법을 다루는 자에게 가장 엄격해야 한다 브루투스의 재판 (44)

개인에게는 불행, 인류에게는 행운 이릉의 재판 (·84)

역모의 수레바퀴 남이의 옥 ·(134)

옥사를 활용한 정치투쟁 끝없는 환국 (143)

과학혁명의 시대를 예고한 사건 갈릴레오의 종교재판 (163)

나는 고발합니다 드레퓌스 재판 ·(193)

 

위에 기록한 재판은 모두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유명한(?) 재판이다.

소트라테스는 그 재판을 통하여 사형을 언도받았고,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갈릴레이 재판 역시 역사적으로, 또한 과학사적으로 새겨 보아야 할 사건이다.

드레퓌스 재판은 청소년들이 꼭 기억해야 할, 프랑스 사회를 결정적으로 바꾼 사건이다.

 

특별히 <6장 현대 한국의 재판> 중 다음 두 가지 사건은 우리 근현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자료가 되니, 세심히 살펴 읽어야 한다.

우리 역사상 법원이 어떻게 정권에 봉사해 왔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판결이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법부 농단 재판과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의 재현인가, 새로운 흑역사의 시작인가 조봉암 간첩 조작 법살 사건 (·249)

30년 만에 받아낸 무죄 선고 박정희 정권의 사법 살인들 (·264)

 

사법살인이라고까지 불리는 사건들이다. 두 개의 재판 모두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여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다시, 이 책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문제가 되는 재판 기록을 모아놓고 보니, 재판이 역사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끼쳤나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해서 지금 한창 진행중인 사법부 농단 사건에 대한 처리 귀추가 주목된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는 물론 성인 독자들에게도 재판을 통한 역사의 변화,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가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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