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 소심한 글쟁이의 세상탐구생활
김소민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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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이 책은?

 

이 책 제목은 이해하거나 오해하거나, 언뜻 들으면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알 듯 말듯한데, 책을 읽다보면 아! 하면서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미리 도움이 되게끔 소심한 글쟁이의 세상 탐구 생활이란 말이 책 표지에 적혀있다.

그래도 책을 펼쳐 읽기 전에는 잘 모른다. 그러니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의 내용은?

 

저자 소개가 워낙 두루뭉술해서 손에 잘 잡히지 않으니, 책 소개에 나온 내용을 먼저 훑어보자.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글은 달라지는 법이니. 저자에 대한 탐구가 절대 필요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겁이 엄청 많은데 세상이 궁금하다. 사람이 두려운데 만나고 싶다. 양쪽을 오락가락하다 마흔이 넘었다. 한겨레신문에서 13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주제를 잊고 사소한 팩트에 집착하는 습성이 있다. 자괴감에 질식하겠다 싶을 즈음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그 길이 독일, 부탄으로 9년 동안 이어졌다. 타향살이하며, 별별 사람들을 만났다. 이해는 듣기부터 시작한다는 걸 배웠으나, 여전히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말도 잘 듣지 못한다. 2016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했다. 현재는 백수로 경기도 일산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겨레 21]김소민의 아무거나를 연재하고 있다.> 이상이 저자에 대한 소개들이다,

 

한겨레 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산타아고 순례를 떠나, 그 길로 여러 나라를 순례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이게 저자의 약전(略傳)이다.

 

해서 그런 저자이니, 이 책의 처음 글은 산티아고부터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펴들면 다짜고짜 독일인 베른트가 등장한다.(8)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독일인이 아니라, 독일에서 살고 있는 독일인이다. 그렇게 독일에서 독일인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그 시점은? 글 속에 거기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그날 그날. 그 시간에 일어난 일들, 생각들을 기록한 다음에 시간 관계없이 주욱 글을 펼쳐 놓은 듯하다. 이게 바로 오해라는 점, 먼저 밝혀둔다.

 

그야말로 글은 종횡무진, 아무런 말도 없이 불쑥불쑥 나타난다.

그런데 읽다보면 같은 사람이 여기저기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독일인 베른트, 그는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그가 은행원이라는 것 밝혀진다. 사람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내는 소설의 기법처럼, 인물이 서서히 드러나는 듯하고, 읽는 나도 그를 다시 만나 기쁘다.

 

또 있다,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이.

이번에는 부부다. 금혼식을 맞이하는 한스와 크리스텔 부부.(22)

그들은 동프로이센에서 피난을 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향은 괴니히스베르크, 칸트의 고향이길래 공연히 반갑기까지 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피난와서 정착하여 집을 짓고 살아온 모습이 뒤에 등장한다. (108)

 

이런 즐거움이 있다니, 저자가 기록한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다 보면, 인생의 모습을 잠깐 잠깐씩 엿보는 재미가 있다. 아주 쏠쏠하다.

 

그렇게 사람들만 만나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모습 여지없이 드러난다.

독일 공항에서 검색을 당한 일, 그래서 만인주시하에 가방 맨 위에 널브러져 있는 빤스까지 다 보인 일들. , 여기에서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 밝히면 성차별이라고 할지?

 

하여간 재밌다. 에세이 치고 이렇게 재미있는 글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

물론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까지 있다.

그래서 오해를 넘어 이해하게 되고, 의미까지 새삼 새겨보게 된다.

 

이런 글 새겨놓고 싶다.

 

얀 로, 밤마다 식당가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얼굴을 그려, 용돈은 버는 사람이다,

일명, ‘한번 그리살라우맨

그가 이런 말을 하는데, 새겨 놓고 싶은 명언이다.

 

<그림 그리면 세상을 훨씬 더 강렬하게 이해하게 돼. 사람 얼굴이 세상에서 제일 흥미로운 평면이지. 웃을 때 입꼬리가 어떻게 올라가나, 눈을 어떻게 찡긋하나.... 매 순간 한 얼굴에서 에너지가 바뀌거든. 한 사람 한 사람 다 달라. 그림 그리면서 사람을 배우는 거지.>(48)

 

그림 그리면서 사람을 배운다, 에 굵게 굵게 밑줄을 그었다.

 

다시, 이 책은?

 

그럼 언제 산티아고가 나오냐고?

나온다, 274쪽부터 나온다. 이 책은 전혀 시간순이 아니다.

그러니 그걸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순간 순간이 독자 앞에서 휙휙 하고 지나간다.

 

총평을 뒤로 뒤로 아끼고 싶은 책이다. 다른 이야기가 할 게 많은 책이라는 말이다.

순간 순간을 기록하는데. 매의 눈으로 포착하여 솔거의 붓놀림으로 그려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저자의 글 솜씨, 읽다보면 분명 글을 읽었는데 마치 그림을 본 듯지금 활동사진을 보고 있는 착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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