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마음 언어 - Language of the Mind
이은경 지음 / 치읓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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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자신감이었을까? 꽤 오랜 기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지도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아이들과 잘 지낼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이를 낳으면 좀 더 수월하게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막상 내 아이를 낳고 보니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소리 지르는 아이와 더 크게 화를 내는 엄마만 남았다. 그때 알았다. 내가 참 남의 말을 안 듣는 사람이라는 것을...

둘째가 태어난 후, 육아가 참 많이 버거워졌다. 큰 아이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이유도 모르는 투정이 늘었다. 원래도 자기주장이 있는 아이이긴 했지만, 퇴행 행동이 늘어났다. 물론 그중 상당수는 아이의 마음 언어를 깨닫지 못하는 내게 원인이 있었다.

사실 기대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육아서를 상당수 읽었지만, 뭔가 시원하게 내 속을 긁어주는 책이라는 느낌을 가진 책을 찾기 쉽지 않았다. 물론 그 안에는 책과 삶을 분리하고 있는, 알고 실천하지 못한 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말이다.

찔리는 내용이 많았다. 아이가 내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를 내 뜻대로 이끌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많았던 것을 인정한다. 부모는 헬퍼(Helper)라는 문구가 참 오래 가슴에 와닿았다.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고 도와야 하는 것이 부모의 일인데, 일종의 월권행위를 했었다는 것을... 녹음을 해서 듣지 않아도 내 말에 "하지 마"가 상당수라는 것을 알았다. 물론 변명이지만 아이가 위험하거나,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 눈에 보여서(상당수는 내 편의를 위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라지만 내 언어생활도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쳤구나 싶어서 미안했다.

사실 책 속의 상당수는 익숙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나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했던 것 같았다.(물론 마음을 읽는 게 쉽지 않다. 정말로... ㅠ) 저자는 자신의 육아 경험이나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문용어가 아닌 일상이 언어로 아이와의 관계를 열어가는 법을 설명해 준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언어로 아이를 혼란스럽게 했던 적은 없는지, 하지 말라는 말로 아이의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가르치기 위한 혼이 아니라 내 분풀이를 위한 화를 낸 것은 아닌지...

개인적으로 각 장의 말미에 헬퍼 카드라는 부분을 통해 중요 키워드를 한 줄로 정리해 주는 부분이 있는데, 참 마음에 들었다. 여러 번 정독하고 싶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헬퍼 카드만 읽어도 좋을 듯싶다.

책을 읽는 중에도 여전히 나는 화를 내고, 내 감정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책의 내용을 자꾸 곱씹다 보니 적어도 10번 화를 낼 걸 9번 내게 되긴 했다. 조금의 성장이지만,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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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
하주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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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크게 와닿았다. 사실 이 책의 소식을 블로그에 전했을 때, 한 이웃분이 해줬던 이야기가 있었다.

책 제목이 정말 좋네요.

대단한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삶의 어느 순간 진짜 "아무것도 못 되었다"라는

현타가 오니까 충격이더라고요. ㅋㅋㅋ

아무나든 누군가든, 정말 내가 된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블로그 이웃 바람님의 댓글 중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제목만 보고도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내용은 과연 어떨까? 부제로 담긴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가 기대를 증폭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가진 것 없는 한 인물의 노력이 어떻게 열매를 맺게 되었는지가 담긴 자기고백의 에세이였다. 책의 저자인 할 주현(줄리아) 님은 스펙만 보자면 사실 그리 뛰어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거친 여정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소위 말하는 빽이 있거나,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거나, 학벌이 대단해야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그녀는 해낸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우연히 여행차 갔던 독일에서 고모를 도와 일을 하다가 만난 사람의 질문에 대답으로부터 그녀의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다는 대답에 호텔 로비에서 연주를 부탁한 단골손님. 그리고 그녀는 40분 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여러 곡들을 연주한다. 뛰어난 연주는 아니었지만, 호텔을 이용한 고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연주를 들은 호텔 총 지배인은 그녀에게 피아노 연주 알바를 부탁한다. 그렇게 호텔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기왕이면 조금 더 전문적으로 호텔 업무를 배워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친구와 함께 서울에 새로 생긴 호텔에 원서를 넣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상당수는 채워졌고, 남아있던 일은 인포뿐이었다. 그녀의 최대 장점은 최선을 다한다는 것. 호텔 업무를 배우는 입장이었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한다. 특히 호텔 본사 직원(외국인들)들이 업무를 위해 상당수 와있었는데, 아무래도 낯선 외국이기에 많은 것이 불편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한에서 도움을 준다. 가령 약을 구매하거나 길을 물어오는 것 같은 자잘한 업무를 도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입사 6개월 차 신입이 호텔 본사로 스카우트가 되었던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제공해 주는 것이 호텔의 이미지와 상당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가 문제였다. 학창 시절부터 제일 성적이 안 나왔던 과목인 영어. 미국에서 일을 해야 했고, 그녀가 근무하게 된 호텔은 일명 VIP라고 일컬어지는 부유한 사람들이 주로 머무는 곳이었기에 조심스럽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손님의 이야기를 잘못 알아들어 생긴 사건들이 많았다. 언어에 대한 핸디캡이 컸기에 그녀는 손님이 요구한 것 이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차(tea)를 이야기하는 손님에게 커피와 주스까지 준비해 주고, A4용지 크기의 종이를 주문한 손님에게 수첩 사이즈의 종이까지 함께 건넨다. 그녀의 서비스를 받은 손님들은 그녀를 기억하고, 다시 찾는 단골이 되기도 한다. 호텔 업무뿐 아니라 코넬 대학교 석사 과정 입학이나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3개 받은 레스토랑 셰프로부터 인턴을 제의받은 일 등 그녀의 삶에는 놀라울 정도로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 그에는 그녀 자신의 참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남들보다 일찍 나가고, 남들이 쉴 때 대신 근무를 해주고, 자신의 시간을 줄여서 노력하고 공부했던 것들이 갈리고 갈려서 그녀의 삶의 다른 여정을 인도하게 된 것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 굳이 이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고생이 너무 눈에 보였으니 말이다. 구구절절 쓰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그녀의 삶의 모습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도 상당했고, 스스로가 뛰어나지 않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더 노력하여 결국 성과를 이루어낸다. 세상에 어느 누가 희생하는 삶을 좋아할까? 누구나 인정받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은 좋아하지만 희생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겉치레가 아니라 그녀는 매 순간 그 역할 속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장점에 대해 칭찬하기도, 인정하기도 했던 것 같다. 요즘 참 무기력하고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녀의 삶의 이야기는 내게 신선한 공기가 된 것 같다. 스스로 가지지 못한 것에 후회하고 불평하기 보다 할 수 있는 것에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의 노력을 해보자. 언젠가 그 노력은 줄리아의 삶처럼 열매를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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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적정 거리 심리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6
권수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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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책의 제목이 가슴에 와서 콱 박혔다. 코로나 시대이기에 만남을 자제함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는 더 어려워진다. 그로 인한 가슴의 생채기는 더 깊어지기도 하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이면 달라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비대면이기에 언어 외의 의사소통을 돕는 표정, 행동, 말투가 전해지지 않아서 오해를 더 불러일으킨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든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인간관계가 업무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차라리 일만 하면 오히려 편할 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어떤 인생명강 시리즈 보다 내게 더 필요하고, 더 실제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아니 책을 덮은 후에도 다시금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종종 있을 것 같다.

처음 책을 접할 때 모순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다. 마치 내가 품었던 비대면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들과 같다고 해야 할까? 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의 거리 두기를 한다는 말이 내게는 멀리하라는 뜻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 속에는 또 인간관계의 팁과 같은 비폭력대화법(NVC)이 소개되고 있으니 왠지 두 이야기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 내게 요즘 가장 어려운 관계는, 직장 상사도, 시어머니도 아닌 큰 아이다. 둘째가 태어난 후, 큰 아이의 행동의 영향(퇴행)을 다분히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화가 솟구쳐 오를만한 일이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난다. 문제는 그런 행동들을 했을 때 내 입에서 좋게 타이르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물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를 보고 또 가슴이 저며온다. 아직 큰 아이도 꼬마 아이라는 사실을 잊는 것 같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지를 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는 상처 주는 말만 골라서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아이와의 관계뿐 아니라 나와의 관계 또한 비슷하다. 스스로의 잘못을 곱씹고, 스스로에게 상처 주는 행동 또한 거리 두기가 필요했다. 저자는 에포케(판단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관계의 거리 두기 방법을 설명한다. 우리가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은 바로 나와 너 관계가 제대로 만들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너의 자리에 그것이 들어와 판단이 어그러지기도 한다. 여기서 그것은 겉모습이나 습관, 사물 등 나로 하여금 상대방을 객관적인 인격으로 바라보기 보다 판단하고 내 감정을 곱 씌우게 만드는 것들을 뜻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행동에 상처를 주지 않더라도 눈빛이나 말투 등으로도 폭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는 비폭력대화법을 설명한다.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단계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저자는 실제적인 대화의 모습을 예로 들어 관계의 거리 두기의 방법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타인 그리고 나와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제 이야기한다. 첫 단계인 관찰부터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내 몸에 굳어진 것들을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작업은 꼭 필요하다. 또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심리학에서 너(yOU) 메시지와 나(I)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조차도 의미 없는 작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메시지의 주어가 달라져도,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다시금 대화에도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속에서는 직장에서뿐 아니라 가족 간,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거리 두기 방법도 소개되고 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꼭 정독을 권한다. 물론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 연습과 생각이 꼭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러 번 곱씹고 읽고 읽어도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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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송곳
조동신 지음 / 북오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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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소설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김진명 작가가 역사소설 쪽에는 익숙한 작가였는데, 요즘은 여러 작가들이 눈에 띈다. 덕분에 같은 역사소설이지만 다양한 주제와 사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케이 미스터리 장르를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진(?) 정명섭 작가에 이어 조동신 작가 역시 실제 역사 속의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칼 송곳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은 이순신 장군이 큰 활약을 한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 있던 군관 장만호라는 인물이 풀어가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연작소설 형태로 등장한다. 4편의 소설 중 한 작품의 제목이 이번에도 작품 전체의 제목이 되었다. 표제작이라 할 수 있는 칼 송곳은 조동신 작가가 2010년 여수해양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후에 같은 인물로 연작소설을 만들어 이 한 권으로 엮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임진왜란이라는 특정한 상황 속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장만호가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전시(戰時)라는 데 있다. 보통의 살인사건의 범인은 주변 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는 왜군의 간자(간첩)일 경우도 있기에 범인의 범위가 더 넓고 다양하게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역사적 상황까지 파악해야 하니, 더 흥미롭기도 했다.

우선 표제작인 칼 송곳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칼 송곳은 한자로 도추라고 한다. 거북선의 표면에 뾰족하게 달았던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왜군이 배에 올라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바로 그 칼 송곳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 등장하는 작품이 첫 번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4편의 단편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뽑자면 세 번째 등장한 은혜 갚은 두꺼비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전래동화 속 이야기와 닮은 소설 속 이야기 안에는 당시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장군의 명령으로 경상도를 돌아보며 왜군의 진격 상황을 파악하는 업무를 하는 장만호는 거제 현령인 김준민 만이 아직 거제 읍성을 지키며 항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준민을 방문한 날, 김준민의 처소에서 군관 박경재가 살해된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그가 살해된 흉기는 간자들이 사용한다던 수리검이었고, 수리검에는 독이 묻어 있었다. 왜 박경재는 하필 김준민의 처소에서 살해된 것일까? 과연 박경재는 왜군 간자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 왜군과 내통한 내부인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

사건 현장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붙여준 관비 점례와 이야기를 나누다 현령 김준민이 이전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서자라는 이유로 관직 진출이 막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허나 천민도 이 나라 백성 아니옵니까?

백성들이 뭉쳐서 외적을 막아야죠!"

그리고 점례가 한 은혜 갚은 두꺼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만호는 사건의 내막을 조금씩 파악하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였을까?

공을 세우고도 그에 맞는 대가를 받지 못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울려서 안타까움과 감동으로 돌아왔다. 사건의 정점에 있는 것은 초관인 장만호였지만, 내게는 이순신 장군과 거제 현령의 그림자가 더 깊게 자리 잡았던 것은 안타까움과 울분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부정부패나 리더십의 부재 등의 문제는 여전한 걸 보면 역사는 돌고 도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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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를 권하다 -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5
이진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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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데, 왠지 모를 반감이 들었다. 개인주의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 이기주의라는 이미지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저자 역시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니체를 연구한 철학자 이진우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서술한다. 사실 반감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책을 읽으며 머리가 끄덕여지는 내용이 참 많았다.

사실 책을 읽기 전 나조차도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는 책들을 무수히도 많이 찾아읽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왜 이리 힘든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오히려 남들에게는 예의 있게, 상처 주지 않으며 좋은 사람인 듯 살기가 편한데 스스로에게는 내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다 보니 어떻게 보아도 사랑스럽지 않았다. 저자 역시 우리 사회에 자기 사랑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근데 우리 사회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가만 보면 그에는 특징이 있단다. 그 단어를 많이 쓰는 경우 실제로 그 단어를 잘 모르거나,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단다. "자아"라는 단어도 그렇다. 없기에 자꾸 쓰게 되고, 결국은 뜻도 모르면서 쓰게 되고, 단어로만 과잉이 되어 버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사고 있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자존감 역시 그런 단어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랑하기 힘든, 사랑하지 않는 우리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빈 수레처럼 단어만 좇아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개인주의라는 단어가 마치 우리 사회에서 이기주의와 동의어처럼 쓰이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지 않았다. 좋아하지만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인 듯, 겸손인 듯 살아왔다 문제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살다 보니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를 잃어버리게 되고, 겉치레의 가면 이 마치 자기가 된 듯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본래 모습보다 거울에 비친, 이미지만을 사랑하게 되고, 그 모습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가면을 던지고, 거울 속 이미지를 깨고 스스로의 모습을 목도하기를...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 모습을 사랑할 수 있을 때 거기서부터 개인주의는 시작된다.

8개의 질문에 당신은 과연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개인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에 누구라도 한번 즈음 귀 기울여 볼 이야기가 담겨있다. 당신은 개인주의자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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