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
하주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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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크게 와닿았다. 사실 이 책의 소식을 블로그에 전했을 때, 한 이웃분이 해줬던 이야기가 있었다.

책 제목이 정말 좋네요.

대단한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삶의 어느 순간 진짜 "아무것도 못 되었다"라는

현타가 오니까 충격이더라고요. ㅋㅋㅋ

아무나든 누군가든, 정말 내가 된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블로그 이웃 바람님의 댓글 중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제목만 보고도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내용은 과연 어떨까? 부제로 담긴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가 기대를 증폭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가진 것 없는 한 인물의 노력이 어떻게 열매를 맺게 되었는지가 담긴 자기고백의 에세이였다. 책의 저자인 할 주현(줄리아) 님은 스펙만 보자면 사실 그리 뛰어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거친 여정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대단했다. 소위 말하는 빽이 있거나,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거나, 학벌이 대단해야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그녀는 해낸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우연히 여행차 갔던 독일에서 고모를 도와 일을 하다가 만난 사람의 질문에 대답으로부터 그녀의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다는 대답에 호텔 로비에서 연주를 부탁한 단골손님. 그리고 그녀는 40분 동안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여러 곡들을 연주한다. 뛰어난 연주는 아니었지만, 호텔을 이용한 고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연주를 들은 호텔 총 지배인은 그녀에게 피아노 연주 알바를 부탁한다. 그렇게 호텔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기왕이면 조금 더 전문적으로 호텔 업무를 배워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친구와 함께 서울에 새로 생긴 호텔에 원서를 넣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미 상당수는 채워졌고, 남아있던 일은 인포뿐이었다. 그녀의 최대 장점은 최선을 다한다는 것. 호텔 업무를 배우는 입장이었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한다. 특히 호텔 본사 직원(외국인들)들이 업무를 위해 상당수 와있었는데, 아무래도 낯선 외국이기에 많은 것이 불편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한에서 도움을 준다. 가령 약을 구매하거나 길을 물어오는 것 같은 자잘한 업무를 도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입사 6개월 차 신입이 호텔 본사로 스카우트가 되었던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제공해 주는 것이 호텔의 이미지와 상당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가 문제였다. 학창 시절부터 제일 성적이 안 나왔던 과목인 영어. 미국에서 일을 해야 했고, 그녀가 근무하게 된 호텔은 일명 VIP라고 일컬어지는 부유한 사람들이 주로 머무는 곳이었기에 조심스럽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손님의 이야기를 잘못 알아들어 생긴 사건들이 많았다. 언어에 대한 핸디캡이 컸기에 그녀는 손님이 요구한 것 이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차(tea)를 이야기하는 손님에게 커피와 주스까지 준비해 주고, A4용지 크기의 종이를 주문한 손님에게 수첩 사이즈의 종이까지 함께 건넨다. 그녀의 서비스를 받은 손님들은 그녀를 기억하고, 다시 찾는 단골이 되기도 한다. 호텔 업무뿐 아니라 코넬 대학교 석사 과정 입학이나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3개 받은 레스토랑 셰프로부터 인턴을 제의받은 일 등 그녀의 삶에는 놀라울 정도로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 그에는 그녀 자신의 참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남들보다 일찍 나가고, 남들이 쉴 때 대신 근무를 해주고, 자신의 시간을 줄여서 노력하고 공부했던 것들이 갈리고 갈려서 그녀의 삶의 다른 여정을 인도하게 된 것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 굳이 이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고생이 너무 눈에 보였으니 말이다. 구구절절 쓰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느껴지는 그녀의 삶의 모습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도 상당했고, 스스로가 뛰어나지 않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보다 몇 배 더 노력하여 결국 성과를 이루어낸다. 세상에 어느 누가 희생하는 삶을 좋아할까? 누구나 인정받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은 좋아하지만 희생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겉치레가 아니라 그녀는 매 순간 그 역할 속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그녀를 만나는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장점에 대해 칭찬하기도, 인정하기도 했던 것 같다. 요즘 참 무기력하고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녀의 삶의 이야기는 내게 신선한 공기가 된 것 같다. 스스로 가지지 못한 것에 후회하고 불평하기 보다 할 수 있는 것에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의 노력을 해보자. 언젠가 그 노력은 줄리아의 삶처럼 열매를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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