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송곳
조동신 지음 / 북오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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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소설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김진명 작가가 역사소설 쪽에는 익숙한 작가였는데, 요즘은 여러 작가들이 눈에 띈다. 덕분에 같은 역사소설이지만 다양한 주제와 사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케이 미스터리 장르를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진(?) 정명섭 작가에 이어 조동신 작가 역시 실제 역사 속의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칼 송곳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은 이순신 장군이 큰 활약을 한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 있던 군관 장만호라는 인물이 풀어가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연작소설 형태로 등장한다. 4편의 소설 중 한 작품의 제목이 이번에도 작품 전체의 제목이 되었다. 표제작이라 할 수 있는 칼 송곳은 조동신 작가가 2010년 여수해양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후에 같은 인물로 연작소설을 만들어 이 한 권으로 엮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임진왜란이라는 특정한 상황 속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통해 장만호가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전시(戰時)라는 데 있다. 보통의 살인사건의 범인은 주변 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는 왜군의 간자(간첩)일 경우도 있기에 범인의 범위가 더 넓고 다양하게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역사적 상황까지 파악해야 하니, 더 흥미롭기도 했다.

우선 표제작인 칼 송곳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칼 송곳은 한자로 도추라고 한다. 거북선의 표면에 뾰족하게 달았던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왜군이 배에 올라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바로 그 칼 송곳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이 등장하는 작품이 첫 번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4편의 단편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뽑자면 세 번째 등장한 은혜 갚은 두꺼비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전래동화 속 이야기와 닮은 소설 속 이야기 안에는 당시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장군의 명령으로 경상도를 돌아보며 왜군의 진격 상황을 파악하는 업무를 하는 장만호는 거제 현령인 김준민 만이 아직 거제 읍성을 지키며 항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김준민을 방문한 날, 김준민의 처소에서 군관 박경재가 살해된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그가 살해된 흉기는 간자들이 사용한다던 수리검이었고, 수리검에는 독이 묻어 있었다. 왜 박경재는 하필 김준민의 처소에서 살해된 것일까? 과연 박경재는 왜군 간자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 왜군과 내통한 내부인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

사건 현장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붙여준 관비 점례와 이야기를 나누다 현령 김준민이 이전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서자라는 이유로 관직 진출이 막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허나 천민도 이 나라 백성 아니옵니까?

백성들이 뭉쳐서 외적을 막아야죠!"

그리고 점례가 한 은혜 갚은 두꺼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만호는 사건의 내막을 조금씩 파악하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였을까?

공을 세우고도 그에 맞는 대가를 받지 못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소임을 다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울려서 안타까움과 감동으로 돌아왔다. 사건의 정점에 있는 것은 초관인 장만호였지만, 내게는 이순신 장군과 거제 현령의 그림자가 더 깊게 자리 잡았던 것은 안타까움과 울분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부정부패나 리더십의 부재 등의 문제는 여전한 걸 보면 역사는 돌고 도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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