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적정 거리 심리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6
권수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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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책의 제목이 가슴에 와서 콱 박혔다. 코로나 시대이기에 만남을 자제함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는 더 어려워진다. 그로 인한 가슴의 생채기는 더 깊어지기도 하다. 대면이 아닌 비대면이면 달라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비대면이기에 언어 외의 의사소통을 돕는 표정, 행동, 말투가 전해지지 않아서 오해를 더 불러일으킨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든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인간관계가 업무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차라리 일만 하면 오히려 편할 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어떤 인생명강 시리즈 보다 내게 더 필요하고, 더 실제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아니 책을 덮은 후에도 다시금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종종 있을 것 같다.

처음 책을 접할 때 모순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다. 마치 내가 품었던 비대면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들과 같다고 해야 할까? 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의 거리 두기를 한다는 말이 내게는 멀리하라는 뜻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 속에는 또 인간관계의 팁과 같은 비폭력대화법(NVC)이 소개되고 있으니 왠지 두 이야기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저자의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 내게 요즘 가장 어려운 관계는, 직장 상사도, 시어머니도 아닌 큰 아이다. 둘째가 태어난 후, 큰 아이의 행동의 영향(퇴행)을 다분히 받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화가 솟구쳐 오를만한 일이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난다. 문제는 그런 행동들을 했을 때 내 입에서 좋게 타이르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물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야단을 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이를 보고 또 가슴이 저며온다. 아직 큰 아이도 꼬마 아이라는 사실을 잊는 것 같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지를 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서는 상처 주는 말만 골라서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아이와의 관계뿐 아니라 나와의 관계 또한 비슷하다. 스스로의 잘못을 곱씹고, 스스로에게 상처 주는 행동 또한 거리 두기가 필요했다. 저자는 에포케(판단중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관계의 거리 두기 방법을 설명한다. 우리가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은 바로 나와 너 관계가 제대로 만들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너의 자리에 그것이 들어와 판단이 어그러지기도 한다. 여기서 그것은 겉모습이나 습관, 사물 등 나로 하여금 상대방을 객관적인 인격으로 바라보기 보다 판단하고 내 감정을 곱 씌우게 만드는 것들을 뜻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행동에 상처를 주지 않더라도 눈빛이나 말투 등으로도 폭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는 비폭력대화법을 설명한다.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단계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저자는 실제적인 대화의 모습을 예로 들어 관계의 거리 두기의 방법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타인 그리고 나와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제 이야기한다. 첫 단계인 관찰부터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내 몸에 굳어진 것들을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작업은 꼭 필요하다. 또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심리학에서 너(yOU) 메시지와 나(I)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조차도 의미 없는 작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메시지의 주어가 달라져도,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에 다시금 대화에도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 속에서는 직장에서뿐 아니라 가족 간,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거리 두기 방법도 소개되고 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꼭 정독을 권한다. 물론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화 연습과 생각이 꼭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러 번 곱씹고 읽고 읽어도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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