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프로젝트 라임 청소년 문학 37
질라 베델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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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물이 사라진다면?

사라지진 않더라도, 나에게 하루 한 컵의 물로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몇 년 전 태국에 봉사를 간 적이 있었다.

비도 많이 오고, 더운 나라였음에도 내가 갔던 지역은 물이 좋지 않아서(물에 석회질이 많았다.) 샤워할 때마다 물을 하루 전 혹은  몇 시간 전에 받아뒀다가 가라앉힌 후 바가지로 조금씩 떠서 써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물의 귀함을 느꼈던 때였다.

우리는 수도만 틀면 차가운 물을 물론, 뜨거운 물도 펑펑 나오는 곳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레인보우 프로젝트는 오랜만에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의 배경 역시 지금보다는 미래의 상황이고, 모든 것이 인간이 아닌 기계로 대체되는 자동화 시대이다.

그렇게 살기 좋아진 상황이지만 단 하나! 물이 없다.

하루 한 컵의 물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 물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부족한 물을 빼앗기 위한 전쟁, 서로 많이 차지하려는 전쟁, 다른 나라에 주지 않으려는 전쟁 말이다.

그런 상황에 우리의 주인공인 오든은 단색형색각(색을 전혀 볼 수 없고, 모든 색이 무채색으로 보이는 것)을 앓고 있다.

하나뿐인 외삼촌의 죽음으로, 외삼촌의 집을 상속받은 엄마와 함께 이사를 가게 된다.

같은 반 친구 비비와 친해지게 되고 외삼촌의 연구실에서 쪽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외삼촌이 만든 로봇 파라곤을 발견하게 된다.

파라곤을 발견한 후 점차 외삼촌의 죽음의 얽힌 비밀과 레인보우프로젝트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환경에서의 삶은 여러모로 피폐한 삶이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역시 그리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나마 물에서 자유로운 나라에 속하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가 물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당장 깨끗한 물을 먹지 못해 병들고 죽어가는 나라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나 역시 태국을 다녀온 후, 지하수를 개발하는 NGO에 작은 금액이지만 매달 소소하게 기부를 하고 있다.

직접 내가 피부로 겪어보니 당장 먹을 물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 도서이지만, 누구라도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었다.

조금은 극단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 자체가 정말 꼭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게 잘 해결되긴 하지만 말이다.

물 부족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미래에는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에...

지금부터라도 물을 아끼고, 덜 오염시키도록 생활 습관을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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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죽어 -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김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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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문작가가 아니라도 책을 내는 시절이라서 그럴까?

작가도 아닌 의사선생님이 왜 이리 책을 재미있고 감칠맛 나게 쓰셨는지...

울다 웃다 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라 있었다.

얼마 전 아이가 다쳐서 119를 타고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응급실을 간 적이 있다.

전투 아닌 전투로 모든 의료진이 피폐해져 있어서 그런지 괜스레 안쓰러움과 함께 피가 계속

 나는 우리 아이도 빨리 치료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스며들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10여 년간 응급실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작은 시골 병원의 의사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괜찮아. 안 죽어"라는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얻게 된 습관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워낙 위중하고 시급을 다투는 환자들을 봐온 탓에 죽음에 가까운 가를 가지고 판단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할까?

그런 사람이 노인들을 상대하는 일터로 옮겨갔으니... 당장 죽음에 가까운 환자는 아니지만 또 따른 죽음을 생각(?) 하게 되었다 할까?

 

 

 저자는 서문에서 참 우울한 감정들을 많이 토로했는데, 막상 책을 읽어가는 내내 따뜻한 시골 인심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그런지 (힘든데도 새해 인사 빼먹었다고 계단을 다시 올라오고, 혈압이 높음에도 따뜻한 옥수수 먹이겠다고 뛰어오는 할매...)

극단적이고 다이내믹함이 없어서 조금은 무료하고 심심하다는 저자의 투정도 할매들의 넋두리 정도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내가 그 병실 혹은 진료실에 같이 앉아서 치료 장면을 보는 듯한 할매들의 음성지원 서비스(?)까지 받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노인은 불편하고, 냄새나고... 그런 존재라는 사회 인식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당신도 언젠가는 그런 노인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노인이 되면 나 또한 거동도 힘들고, 잘 보이지도 않고, 내 한 몸 챙기기 힘들어서 냄새도 나고... 누구나 노화를 겪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럼에도 이 책에 등장한 많은 할매와 할배처럼 따뜻한 맘을 지니는 그런 노인이 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반성과 생각이 교차했던 시간들이었다.

물론 모든 내용이 구수하고 따뜻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의사 역시 감정노동자라는 걸 알았다고 할까?

의사로 살면서 어려움이나 나름 상처 입었던 순간들도 여러 장면 볼 수 있었다.

내가 읽기에도 화가 날 정도인데... 본인은 어떠했을까...?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또 사람 사는 냄새 또한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 역시도 마냥 친절한 편은 아니라... 가끔 쓴소리도 내뱉고, 틱틱 되는 듯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난 책 초반부터 만났던 노인 환자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아무쪼록 책 속 할매와 할배들이 좀 더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고, 이 책의 저자 의사선생님도 성대를 잘 보존하실 수 있길 빌어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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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개 장발
황선미 지음 / 이마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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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인간의 이야기.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동화 같은 소설 이야기다.

푸른 개 장발.

목청 씨네 집에 누렁이가 새끼를 낳는다. 근데 그중 하나가 검은 털의 장발이다.

생긴 것도 별로라서 어미와 형제들에게 미움을 독차지하는 장발.

하지만 그런 장발을 목청 시는 이름도 지어주고 챙긴다.

그러던 중 겨울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하나씩 둘씩 쏟아져들어온다.

막내둥이 점박이의 죽음. 그리고 하나 둘 팔려가는 형제들.

개 장수(이자 게 도둑)에 의해 엄마인 누렁이와 남겨진 새끼들이 다 잡혀가는 와중에 장발은 끝까지 도둑을 쫓아가지만 결국 도둑의 신발 한 짝만 들고 집으로 오게 된다.

종자개로 키우려는 잘생긴 누렁이마저 도둑맞고 결국 장발만 집안에 남게 된다.

시간이 흘러 장발은 어미가 된다.

그리고 어미인 누렁이가 그랬듯이 장발의 새끼들 또한 하나 둘 팔려나간다.

그리고 하나 남은 새끼인 고리.

첫인상부터 별로였던 옆집의 늙은 고양이와 목청씨 누이동생이 약 하라고 가져온 암탉 시누님.

그렇게 어색한 동거를 하던 중 목청씨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결국 고리가 팔려간다.

그것도 개 도둑에게...

결국 고리는 도망을 치고 개 장수가 게 도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목청씨.

고리 또한 죽음을 맞이하고 목청씨도 늙은 고양이도, 장발도 그렇게 사라져 간다.

장발의 삶을 통해 또한 우리네의 삶을 보았다.

주인인 목청씨와는 새끼로 인해 애증의 관계가 되었다.

소중한 자식을 빼앗긴 장발이기에, 마냥 목청씨가 좋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목청씨를 걱정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크다.

그리고 형제 점박이를 죽인 늙은 고양이는 결국 친구가 될 수는 없었지만 늙은 고양이가 죽은 후 그래도 친구였음을 깨닫는다.

하나 남은 새끼 흰둥이가 누구보다 건강하고 멋있게 성장한 걸 보며 장발은 그나마 만족한다.

새끼가 자신을 못 알아볼지언정...

목청씨의 삶 또한 그리 다르지 않다.

자식을 키워냈으나, 제 살기 바쁘다 보니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다.

그나마 한 번씩 다니러 와도 잠깐 있다 가니 서운한 마음은 크기만 하다.

그리고 그 자식이 뭐라고, 다 죽어가는 몸으로 손주들이 감 따먹을 걱정에 철 계단을 손수 만들어 준다.

내색만 안 했을 뿐, 목청씨 또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버지고 할아버지다.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가슴 가득 남는 따뜻하고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은 참 길었다.

그래서 장발의 긴 털만큼이나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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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쿡, 직장을 요리하다
허병민 지음 / 북퀘이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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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과 요리? 과연 공통점이 있을까?

적절한 재료와 요리법으로 완성된 셰프의 요리처럼 직장생활을 표현한 책이다.

덕분에 뻔할 수 있는 직장생활을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 안에서 요리들이 어우러진다.

저자가 생각하는 직장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성실성이었다.

그 지표가 1년이다. 1년 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치부일 수 있을 자신의 이야기를 대놓고 이야기하면서 강조 또 강조한다.

그 1년을 버티지 못하면,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사회생활 자체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직장은 사회의 축소판이기에 어울려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은 회사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우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나 역시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작은 중소기업이고, 내가 하는 업무 자체가 업무다 보니 그동안 많은 직원들을 보게 되었다.

보기에 능력 있어 보이고, 학벌도 나쁘지 않고 뭔가 자신감에 차있지만 이력서의 경력을 보면 1년 미만의 경력들이 여러 줄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그 성실성의 지표는 나에게도 와닿는 부분이었다.

또한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면... 복지부동으로 일컫는 변화에 수동적인 업무 스타일.

너무 찔렸다. 나 역시 몇 년째 같은 업무를 하고, 나 혼자 업무를 하다 보니 변화를 싫어하고 변화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덕분에 한 번에 큰일을 겪으며 많은 질책도 받았고, 안주하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경고 아닌 경고도 받은 적이 있다.

직장생활은 총 없는 전쟁터라고 한다.

변화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

회사생활을 맛있게 요리하려면 계속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변화도, 업무의 효율성도, 인정도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신입사원부터, 단기간 근무하고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나, 나처럼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함으로 인한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인들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부디 이 책을 읽고 멋진 셰프가 되어 직장생활을 맛있게 요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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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정의롭게 사는 법
정민지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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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 차.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다 보니 10년이 되었다.

물론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같은 일상임에도, 다른 뭔가가 있을지언정 10년을 한곳에서 같은 일을 하고 살았다는 것은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변화 없이 안주를 즐겼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 성실이라는 단어 안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남의 눈치 보면서 살았던 삶도, 오해를 받으며 한숨 쉬고 가슴 앓이 했던 시간도 다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한 그곳을 버리는 것(일명 퇴사.)은 내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여기 말고 어디서 나를 받아줄까 하는 낮은 자존감도 한몫을 하겠지만 말이다.

정민지 작가이자 전직 기자의 책을 읽으면서 나의 10년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에, 비슷한 직장생활 경력을 가진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싶었는데, 우리의 직장은 많은 것이 달라도 많은 것이 비슷한 것 같다.

어디나 울컥하게 하는 사람, 일은 있으니 말이다.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직장 안에서 살아가는 것. 특히나 기자로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티브이에서 보이는 것처럼 막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그녀의 삶에서도 그런 게 느껴졌다.

물론 회사 생활뿐 아니라 그녀가 살아온 얘기도 담겨있긴 하지만 말이다.

기자라서 그런지 책의 내용이 참 심플하다. 군더더기 없는 글이 읽기에 담백하고 좋았다.

그렇다고 딱딱하지 않고, 조금은 냉철하지만 그렇다고 무섭지도 않다.

자기반성적인 부분도, 누군가에 대한 쓰렸던 기억도 조금은 담담하게 풀어낸 글이라서 그런지 내 입에는 참 좋았다.

그녀도 갑질을 했을까? 기자가 가지고 있는 파워를 이용했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반성적 글들이 종종 보이는 걸 보니 저자 또한 그런 삶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상처를 받기도 하는 삶.

얼마 전 들었던 강의가 생각난다.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내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했을 때 그것을 두고 평가하고 정죄하지만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로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누구도 그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왜 그 강의가 떠올랐나 모르겠다.

아마 마음에 와닿은 이 글 때문은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처를 조금 덜 주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미뤄보면...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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