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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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책을 우연한 기회에 몇 권 보게 되었다.

원하는 장르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만난 작품들은 좀 극단적이고 잔인한 면도 가지고 있어서  이번 책은 어떨까 싶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의 장르와는 거리가 좀 있다.

잔인하지도, 무섭지도 않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었다.

보노보라는 동물을 처음 알게 되기도 했고, 사육사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노보의 눈으로 본 인간의 모습과 반대로 인간의 생각으로 본 보노보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는 김민주, 이진이, 그리고 보노보 지니가 등장한다.

민주와 진이의 시각에서 본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등장하고 둘 사이에 아니 셋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펼쳐진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진이와 지니의 이야기가 가장 큰 주제가 된다.

이 책을 덮은 지금까지도 어떻게 진이가 지니 속에 들어가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랬기에 지니는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아무 쓸모없이 보였던 김민주.

사회에서 방치되고 어쩌면 폐기 처리를 앞두고 있는 젊은이인 김민주 덕분에 진이와 지니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었던 그의 귀 덕분에 진이도 지니도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엄마의 죽음 이후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은 진이.

그리고 보노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기 전 날 사고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진이.

조금은 특이한 주제이자, 판타지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서 실제성이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여운과 울림을 경험하게 되었다.

 

진이의 선택과 그를 도운 민주의 선택.

그들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

또한 결국은 내가 바라던 결말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기도 했다.

어쩌면 시간이 더 지나면 그들의 선택에 나 역시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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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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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한 일에 대한 후회보다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가 많다고 한다.

여기 시한부선고를 받은 환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살지 못했던 혹은 선택하지 못했던 삶에 대한 동경을 풀어낸다.

주인공인 루미코는 환자의 마음을 잘 읽지 못하고, 표현이 서투른 의사다.

덕분에 병원 내에서의 생활이 누구보다 고달프다.

자신은 그런 의도가 아닌데, 말실수로 환자나 보호자로 부터 항의를 받은 경험이 상당하다.

그러던 그녀에게 선물이 하나 도착한다.

바로 청진기. 대기만 해도 상대의 마음이 들리는 청진기 말이다.

이 청진기를 통해 루미코는 말기 환자들의 마음 속 후회를 듣게 되고, 청진기 덕분의 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청진기는 환자가 후회했을 당시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덕분에 환자는 마지막 때에서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삶을 상상하게 되고, 그로 인한 후회나 동경의 삶을 경험하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꿈, 가족, 결혼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후회와 죄책감을 가진 사람들과 가슴 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인공 루미코 역시 한층 성장한 의사가 된다.

그리고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바람이 나 이혼을 한 아버지가 간암 말기로 2개월의 시한부인생을 선고 받고 루미코의 병원에 오게 되고, 아버지와는 청진기 없이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루미코 또한 후회하는 삶을 남기지 않게 된다.

물론 그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 동료인 이와시미즈의 역할도 무시 못했지만 말이다.

그녀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후회없는 삶을 선물한 매개체인 청진기는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지는데...

단순할 수 있지만, 나에게도 이런 청진기가 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조금은 다르지만 루미코와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시미즈의 말처럼 아직 나에게는 시간이 남아있고,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무언가도 남아있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기 보다 지금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누구나 알 수 없지만, 실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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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 줘 시즈카 할머니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강영혜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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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사실 처음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는데(대부분 살인사건인지라.. ㅠ), 신랑이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읽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 내가 미스터리물을 처음 접한 것은 만화였다.

한참 소년탐정 김전일, 코난 같은 만화가 쏟아져 나올 때였다.

짧지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궁금증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고, 만화로

먼저 접해서 그런지 장편 추리소설보다는 단편 추리 시리즈물이 몰입도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시즈카 할머니에게 맡겨줘는 그런 내가 딱 좋아하는 타입의 소설이다.

아무래도 처음 접한 만화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런지, 내가 상상한 미스터리물과 닮아 있기도 했고 (대신 소년탐정이 아닌 할머니가 추리해나가지만...^^), 복잡하게 추리를 오래 해나가지 않고 답을 금방 알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추리는 형사나 탐정이 하는 것이고 대부분 남자라는 생각과 달리, 할머니와 그의 손녀가 결정적인 추리의 키를 쥐고 오히려 형사에게 알려주는 식인 지라 그동안과 다른 참신함을 느꼈다.

또한 정의에 대한 개념이 명확한 것도 인상 깊었다.

아무래도 법관 출신이라서 공명정대한 성향이 소설 속에 캐릭터로 잘 드러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등장인물인 가쓰라기형사는 의협심이 강하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마음 따뜻한 인물이다.

덕분에 마도카에게 조언을 구할 줄 알고, 마도카의 질문이나 의견에 대해 들어줄 줄 알기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직 대학생이지만 범죄현장을 직접 가 볼 정도로 대담함도 있는 마도카 역시 궁금증 앞에서 누구에게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점이나 할머니와 자유자재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물론 모든 카드를 쥐고 있는 시즈카 할머니는 역시 이 책의 주인공이지만 손녀와의 대화나 사건을 해결하는 지혜를 나눠주는 정도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진짜 현직 형사보다 뛰어난 직감과 사건 해결력은 누구도 당해낼 수 없다.

사건 현장에 가보지 않고 귀로만 들어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니... 다시 취업을 해도 손색이 없겠다.

앞으로의 시즈카 할머니의 활약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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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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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많고 생활력강한 싱글맘과 가난하지만 밝은 딸 하나미.

모녀의 이야기가 참 따뜻하게 그려져있는 소설이다.

딸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는 식탐이 많다.

먹는 양에 비해 마른 체형인 것은 엄마가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일 것이다.

엄마가 번 돈으로 살다보니 아무래도 가성비가 좋은 음식만 먹지만(저렴한 값에 양이 많은) 그래도 하나미는 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주선으로 동네에서 제법 큰 마트를 경영하는 사장님과 맞선을 본 엄마.

난생 처음 코스요리도 먹어보고, 마트 집 딸이 되어 마트에 있는 맛있는 음식과 과자들을 맛 볼 생각에 부풀어 있던 하나미.

하지만 결국 사장님과의 맞선은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자신이 탓인 것 같은 하나미는 사장님을 찾아간다.

그 일을 계기로 주인집 아들인 겐토에게 고민상담을 하다 겐토와 친해지게 되고...

하나미와 엄마.

책을 읽는 내내 모녀가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평불만을 가질만 도 한데 내색하지 않고 자족하면서 열심히 산다고 해야 할까?

책이 따뜻한 만큼 저자에게도 눈길이 갔는데, 저자의 이력이 놀라웠다.

일본작가였는데, 작가의 나이가 14세라니...

그래서 책의 내용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던 것일까?

책의 일부였지만(내가 읽은 책은 가제본이었다.) 읽지못한 하나미모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겐토와의 이야기도...^^


출판사로부터 출판 전 일부를 발췌한 가제본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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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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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일본에서 유명한 사이다 드라마였다고 하는데,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 책 제목을 들었을 때 한자 와 나오키라는 2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줄 알았... 한자와 나오키가 주인공의 이름이다.)

엘리트 중 엘리트인 한자와 나오키는 도쿄 중앙은행 오사카 서부지점 융자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지점장인 아사노 다다스가 자신의 실적을 핑계로 서부 오사카 철강에게 대출 요구를 한다.

임원 승진을 생각하고 있기에 최대의 실적을 끓어내려는 핑계로 한자와를 옥죈다.

한자와는 찝찝한 감이 큰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싶지 않지만 지점장에 의해 회사를 찾아간다.

사장은 거만하기만 하고 회사 분위기도 엉망인 서부 오사카 철강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온 한자와는 바로 실적을 따오지 못했다는 질책만 듣게 된다.

결국 5억 엔이라는 큰돈을 대출해주면서 관련 서류도, 담보도 없이 무리하게 진행한 대출은 분식회계 자료를 통해문제가 있음이 드러나게 되고, 한자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차 부도를 맞게 된다.

결국 이 모든 일에 책임을 한자와에게 지우는 지점장.

본사에도 한자와의 잘못으로 보고를 하고, 한자와가 다 뒤집어쓸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한자와는 그렇게 당하기만 할 사람이 아니다.

한자와는 반격을 시작하는데...

나 역시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있지만, 소위 돈 버는 게 쉽지 않다.

누구나 열망하는 대기업에 취업이 되서 거기서 과장이라는 직급을 달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었을지 또한  짐작이 간다.

그래서 한자와 나오키의 상황과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겠다는 사실에 공감이 많이 갔다.

그럼에도 갑질...그것도 회사 내에서 자신이 유리한 뭔가(승진, 회사의 인정, 급여인상 등)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뒤집어 씌우는 행동은 정말 화 이상의 그 무엇을 부른다.

하지만 정당하지만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참 많다.

아마 가슴에 사표를 품고 있지만 마음껏 던지지 못하는 이유와도 닮아있지 않을까?

소설이나 드라마 속의 많은 주인공들은 큰 실수나 위협 앞에서 흐느끼거나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바로 한자와의 행동이 사이다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회사를 상대로, 상사를 상대로 반격하는 한자와의 모습이 실제 우리 사회에는 없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제 1권일 뿐이지만, 앞으로 한자와 나오키의 복수가 어떻게 전개될는지 기대가 된다.

시리즈물은 다음 권이 나올 때까지 답답하고 궁금함에 잠 못 이루게 되는데, 이 책 또한 그런 유이다.

일본 이름이 등장해서 입에 착~붙지는 않지만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그런지 가독성이 좋다.

삶이 답답할 때 한자와 나오키를 읽는다면 주인공의 행동을 보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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