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환쌤의 문해탄탄 한자일력 365 (스프링) - 공부가 재밌어지고 독서가 즐거워지는 기초한자의 마법
송재환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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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앞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래저래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막상 내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그 당시에도 입학 전에 한글은 물론이고, 속담과 한자, 구구단이나 셈하기 등을 배우고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거기에다가 요즘은 영어까지 해야 하니, 그때보다 확실히 준비할 게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들어갔는데도 초등학교 입학 첫 시간에 유리 색연필로 선 긋기와 줄긋기를 했었는데 어느 순간 진도가 확확 나갔다. 딴소리 일 수 있지만, 우리 반의 경우 담임선생님이 받아쓰기(외워 쓰기) 마지막 문제는 꼭 음악 문제를 내주셨다. 물론 배운 적 없는 음표 문제였는데, 진짜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1도 배운 적 없는 문제를 내주시다니... 그래서 결국 피아노 학원(사교육)을 다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번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그 당시도 킬러 문항이 있었나 보다 싶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에서는 한자를 배웠다. 아직도 비디오를 보면 남아있지만, 재롱잔치에서 훈장님 분장을 한 친구가 앉아있고, 모든 유치원 아이들이 앞을 보고 앉아서 넘기는 한자를 바로바로 대답하고, 손유희 동작(순서까지 외운 것 같다)을 보고 속담을 바로바로 이야기했었다. 물론 그러고 나서 학교에 입학한 후, 한자는 거의 도로아미타불이 되긴 했지만, 속담은 그래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한자는 내가 중.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정규과목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던 적이 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언어 자체가 워낙 한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니, 한자는 학교생활뿐 아니라 후의 사회생활까지 밑바탕이 된다. 요즘은 한글과 한자를 병기해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자를 모르면 확실히 문해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학년별로 한자 능력 시험을 취득하기도 한다고 하니 매일 한자씩 한자를 눈에 익힌다면 나중에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이 익숙하게 한자를 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이 책은 6급(300자) 한자 능력 시험 기준의 한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각 날짜별로 그날의 한자가 등장한다. 음과 뜻 그리고 한자어가 크게 적혀있다. 그와 관련된 그림은 덤이다. 색 또한 달 별로 다채롭게 구성돼서 아이들이 질리지 않고 놀이식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의 한자와 관련된 낱말이 등장한다. 낱말의 뜻과 함께 덕담이나 낱말에 대한 조언들이 들어있다.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단지 단어의 뜻만 풀이하는 게 아니라, 더 깊은 내용까지 들어가니 단어 하나만 배우는 게 아니라 생각해 볼 문제와 마음의 크기까지 넓혀줄 수 있겠다 싶다. 그뿐만 아니라 거기에 실제 활용 가능한 예문까지 함께 담겨있기에 문장의 사용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은데, 추가로 어휘력 뿜뿜 이라는 칸에 같은 소리에 다른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나 비슷한 말, 반대말이 담겨있기에 한 단어를 통해 여러 단어를 배울 수 있다니 이런 걸 바로 일석이조, 일석삼조라고 하는 거 아닐까?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보자! 문해 탄탄! 한자 일력! 365다. 매일 한 글자의 한자를 배우는 것과 함께 문해 탄탄!이라는 말이 적혀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해야 할 공부 중 하나는 단연 속담과 사자성어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경우도 매주 하나의 속담 혹은 사자성어를 금요일 하원 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집에 와서 부모에게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이야기하면 부모는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언어전달장에 적어서 다시 원으로 보낸다. 이 훈련을 통해 아이들은 속담과 사자성어를 배울 수 있고, 더 나아가 타인에게 언어를 전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 책에도 사자성어 혹은 속담이 말미에 담겨있다. 물론 전혀 연관 없는 내용이 아닌 실제 연관이 되어 있거나, 그 한자를 활용한 내용이니 연결해서 공부하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하루 한 페이지로 한자와 속담, 사자성어와 어휘까지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스프링으로 되어 있기에 넘기기도 어렵지 않다. 매일 아침이나 잠들기 전 책상이나 식탁 혹은 침대 위에 올려두고 여러 번 보면 자연스럽게 한자에 익숙해질 것 같다. 참고로 자기 전에 공부한 내용을 아침에 일어나자 다시 확인하면 각인 효과가 배 이상 증가한다고 하니, 자기 전에 한번 보고, 아침에 일어나서 전날(혹은 오늘)의 단어를 다시 한번 보면 좀 더 오래 머리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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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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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와 김숙흥의 발견이 고려 거란 전쟁을 읽으며 알게 된 가장 큰 성과다!

감히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고려 거란 전쟁이 어떤 시기를 배경으로 한 지조차 무지했던 내게, 얼핏 구주(귀주)라는 지명은 바로 강감찬과 연결되었고 상 권에서부터 당연 강감찬의 활약이 등장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하 권의 말미까지 강감찬의 두드러진 활약기는 만날 수 없었다. 대신, 강감찬만큼 큰 활약을 한 양규와 김숙흥을 만날 수 있었다. 상 권에서 반란을 일으킨 강조가 거란에 잡혀가고, 사망하게 된고, 강조가 있던 삼수채는 거란에게 빼앗긴다. 머릿 수로 밀고 들어오는 거란의 기병들 앞에서 고려의 군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안의진에 있던 서북면 도순검사 양규가 통주성으로 온다. 최대 격전지라 할 수 있는 흥화진을 굳건히 지켜낸 양규가 아니던가? 하지만 통주성에 있던 이보량과 채온겸 등은 그의 등장에 환영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우선 봉황 고개와 삼수채에 영채를 건설하고 철질려 10만 개 이상, 검차 10대 이상을 한 달 안에 완성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던 중 곽주와 안주마저 거란에 무너졌다는 비보가 날아온다. 계속 남하하는 거란의 다음 목표는 서경이 될 것이 뻔했다. 서경이 뚫리면 그 이후의 땅은 거란에게 빼앗길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양규는 곽주 탈환작전을 내린다. 이미 영채 건설 때문에 불만이 쌓여있던 채온겸은 곽주 탈환에 난색을 표한다. 이런 그에게 양규는 자신이 데리고 내려온 홍위위만을 이끌고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곽주출신인 승개를 정찰병으로, 도관원외랑이자 삼수채에서 패하고 거란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고려의 사신으로 온(고려의 입장에서는 배신자로 여겨지는) 노전을 선봉장으로 보낸다. 그를 도와 행영도통 수제관 최충과 중랑장 정신용, 낭장 고적여가 곽주로 출발한다. 과연 이들의 곽주 탈환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편, 서경의 조원은 신녀로부터 동명왕의 화신으로 인정을 받는 의식을 치렀다. 다시 신녀를 찾아가는 조원. 그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조원에게 악담을 퍼부어대는 신녀에게 밀어를 속삭이는 조원. 이들은 과연 과거에 어떤 인연으로 얽혀있던 것일까?

하 권에서는 드디어 강감찬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당시 강감찬은 60대였다는 것과 장원급제를 하였음에도 직위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장군"이라는 이름과 달리 문신이었다는 것이다. 타고난 원칙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였던 터라 그는 다른 신하들과 가까운 관계를 갖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쪽에도 줄 서지 않은 중심을 잡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에 입에서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인물이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들은 현종은 그를 임용한다.

곽주와 서경 그리고 개경을 오가며 거란군과 대치하는 고려군의 이야기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특히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나라를 지키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강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현종과 강감찬의 캐미,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올인하는 양규와 처음에는 그를 신뢰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장수들의 활약을 통해 더 풍성한 스토리가 완성된 것 같다.

때론 끔찍한 실패의 기억이 그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면, 여전히 승리에 취해 상황을 냉철히 바라볼 기회를 놓쳤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실패를 거울삼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눈을 갖게 된 것 역시 그의 역량이었겠지만 말이다.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흩어진 많은 인물들이 있다. 큰 활약을 했던 양규조차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들의 목숨을 건 희생이 없었다면, 이후 강감찬의 활약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소중한 희생정신이 더 빛을 발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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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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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추측해 보자면, 결국에 인간은 다중적이고 모순적이며 독자적인 생물들의 집합체로 정의될 걸세.

내 경우에는 내 삶의 성격상 영락없이 한 방향으로,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

그런 내가 인간의 철저하고 원시적인 이중성을 깨달은 건 도덕적 측면에서, 그리고 나 자신을 통해서였어.

내 의식 속에서 싸우고 있던 두 본성 중에 하나가 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둘 다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드디어 그 유명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만났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언급되어 대략적인 내용(이중인격자?)은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던 차였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작품의 내용에 걸맞은 일러스트였다. 마치 미술 전시회를 다녀온 듯한 일러스트 덕분에 책의 내용이 더 실제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게이브리얼 존 어터슨은 변호사다.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포용적인 성격 덕분에 주변에 평도 좋은 편이다. 어느 일요일 어터슨은 친척 리처드 엔필드와 길을 걷던 중 한 문을 마주한다. 문을 보자 엔필드는 얼마 전 겪은 일이 떠오른다. 몸집이 작은 한 남자가 어린 소녀의 몸을 짓밟더니 소녀를 내버려 두고 도망을 치는 모습이었다. 엔필드는 도망치는 남자 에드워드 하이드를 잡아 경찰에 넘기고, 소녀의 가족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추악한 모습의 이 사내는 보상금으로 헨리 지킬 박사가 서명한 수표를 내밀었다. 헨리 지킬이 누군가? 사회적으로 명성 있고 뛰어난 의사가 아닌가! 당연히 이 서명은 위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에게 이 수표가 어디서 났는지 추궁하는 한편 수표의 진위 여부를 조사한다. 근데 헨리 지킬의 서명이 맞았다. 어터슨은 자신의 친구의 명성에 누가 될 것을 생각해 엔필드에게 입단속을 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금고에 있는 지킬의 유언서를 살펴본다. 그곳에는 지킬이 사망하게 되면 전 재산을 하이드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선행을 많이 베풀고, 여러 가지로 뛰어난 지킬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하이드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사실 헨리 지킬과 존 어터슨, 의사인 래리언 박사는 절친이다.

하지만 또 사건이 벌어진다. 하이드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이 한 남자를 살해했는데, 그는 하원 의원인 댄버스 커루 경이었다. 댄버스의 사건을 맡은 어터슨은 그를 살해한 사람이 하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킬을 찾아가 망나니 같은 하이드와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지킬 역시 하이드와 만나지 않겠다고 어터슨 앞에서 울며 이야기를 한다. 얼마 후, 래리언 박사로부터 더 이상 지킬을 만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래리언을 찾아간 어터슨은 겁에 질려 다 죽게 생긴 래리언을 마주한다. 그리고 얼마 후, 래리언은 세상을 떠난다. 큰 상실감에 휩싸인 어터슨은 래리언으로 부터 편지 한 장을 받게 된다. 그 안에는 자신이 사망하고, 지킬이 사망한 후 펼쳐보라고 쓰여있었다. 래리언은 왜 이 편지를 남긴 것일까?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있었을까?

한편, 지킬의 집에서 일하는 집사 풀이 어터슨을 찾아온다. 집에 큰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박사의 방에서 이상한 울부짖음이 들리고, 박사가 자꾸 약을 요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 오는 약마다 불순물이 섞여 다며 퇴짜를 놓고 있다고 한다. 그 방에는 지킬뿐 아니라 하이드도 같이 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하이드가 지킬을 살해한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한달음에 지킬의 집으로 달려간 어터슨은 예상치 못한 장면과 소리를 듣게 되는데...

지킬과 하이드는 과연 같은 인물일까? 글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한 몸에 두 인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고 보니 과연 이 둘을 같은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몸을 공유하긴 하지만, 엄연히 지킬과 하이드는 외모도, 생각도, 행동도, 모든 것이 달랐다. 조제한 약물을 마시는 순간 지킬은 하이드로 변한다. 외모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하이드가 지킬 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명성 있고, 선행을 많이 하는 의사 지킬이 하이드가 되는 순간,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살해하고 폭행한다. 약물의 힘일까? 아니면 지킬 속에 있는 악이 도드라진 것일까?

저자인 로버스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 작품을 4일 만에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또한 공연과 영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지금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여전히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바로 지킬 안에 있는 선과 하이드 안에 있는 악이 공존하는 모습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옮긴이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 않나?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나쁜 행동은 순식간에 습관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이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내용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명쾌하게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곁들여진 일러스트 역시 만족스러워서 소장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감히 추측해 보자면, 결국에 인간은 다중적이고 모순적이며 독자적인 생물들의 집합체로 정의될 걸세.

내 경우에는 내 삶의 성격상 영락없이 한 방향으로,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

그런 내가 인간의 철저하고 원시적인 이중성을 깨달은 건 도덕적 측면에서, 그리고 나 자신을 통해서였어.

내 의식 속에서 싸우고 있던 두 본성 중에 하나가 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둘 다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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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 내 아이와 나를 지키는 인간관계 시크릿 노트
강빈맘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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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직장을 다닐 예정인지라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아이가 입학하고 한 달 정도 적응 기간을 가진 후에 취업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해서 지금도 어린이집 엄마들이랑 관계를 맺는 게 쉽지 않은데, 입학을 하고 나면 다른 차원의 관계들 때문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타고난 성격이 두루 잘 지내면 몰라도,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은 편인데, 내 고민을 알기나 했던 것처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엄마들 모임에 관한 책이지만, 인간관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에 받은 상처들을 돌아보고, 내 아이의 관계까지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광범위한 주제를 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엄마들 모임에서의 내 본모습 역시 인간관계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에 금방 수긍되었다.

많은 엄마들이 엄마들 모임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내 아이와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부터 직장 생활을 했던 나는 사실 큰 아이가 4살이 될 때까지 조동 모임을 제외하고는 엄마들과 일면식이 없었다. 그나마 일찍 와서 늦게 가는 아이의 친구 엄마와 어린이집 앞에서 한두 번 인사를 했던 게 전부였다. 그러다 좀 더 큰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고, 둘째를 출산하고 휴직 중이었기에 내 고민은 실제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집이다 보니, 단지 안에 거주하지 않는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섞이기 쉽지 않았다. 당시 재원생 대부분이 5살 반으로 올라갔고,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 한 명만 새 친구였기에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서로 친밀한 관계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있었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다 보니 하원 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늘 시무룩하게 친구들이 나랑 안 놀아줘...라는 말을 매일같이 내뱉었다. 고민이 되었다. '내가 엄마들과 친해지면, 우리 아이도 힘들어하지 않을 텐데...'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놀이터에서 여러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역시 갑작스러운 성격변화는 쉽지 않았다. 둘째 유모차를 세워두고 엄마들 무리에서 멀찌감히 서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한 엄마가 내게 다가와 줬고, 그렇게 엄마들과 종종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거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거나, 함께 키즈카페를 갈 기회가 생겼다. (물론 그전에 아이는 다행히 잘 적응하고, 친구들과도 어렵지 않게 잘 지내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게 될 다수의 엄마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엄마들 모임은 필요할까? 그 안에 깊숙이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가 없다면 그냥 무시해도 될까? 엄마들 모임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참 많다. 소위 끼리끼리 문화 때문이다. 자연히 누군가 도태되거나 은따를 당하기도 한다. 물론 작심하고 그런 경우도 있지만(이게 제일 큰 문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대놓고 벌이는 왕따를 제외하고, 우선 저자는 자신의 인간관계를 마주하라고 조언한다. 왜 엄마들 모임에 꼭 나가거나 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자신의 답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의 내 인간관계는 앞으로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성격이 예민하거나, 타인의 반응에 좌지우지되는 경우, 자존감이 낮은 경우 모임에서 특히 상처를 많이 받는다. 특히 미숙한 착함의 경우 소외감을 많이 느끼는데, 소외감을 줄이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커지게 된다. 그로 인해 관계 속에서 자신이 준 것 이상의 보답이 돌아오지 않으면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엄마들과의 관계 역시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가 아니라, 양쪽 당사자 간의 균형이 필요한 관계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휘둘리기 보다, 적당히 내려놓고 거절할 줄 아는 자신만의 중심과 기준이 필요하다. 이는 엄마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상대와 내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좀 더 너그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는 얘기다.

엄마들과의 관계는 필요하다. 인간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인정받고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임 자체에 의의를 두고, 모임 속 관계에 목을 멜 필요는 없다. 적당한 선에서의 관계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지지도, 끌려다니지도 말자. 상대도 나도 동등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이 건강하게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상대와 내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좀 더 너그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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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1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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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공자와 맹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교과서에서도 노자와 함께 노장사상, 무위자연 정도로 밖에는 장자를 다루지 않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 읽지 않으면 장자의 사상에 따른 깊이를 모르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 초 장자를 읽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경험했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EBS 철학 대기획으로 마련된 강신주의 장자 수업과 결을 같이한다. 방송과 함께 출간되었다. 철학자 강신주는 나에게도 익숙한 사람이다. 나는 그의 책 덕분에 철학의 첫 맛을 경험했고, 그 이후 어렵지만 철학 관련 책을 꾸준히 탐독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강신주는 일부러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역시나 그랬다. 우선 그는 장자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전공인 장자를 그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1권에는 두 개의 큰 주제 속에 총 24편의 장자 속 이야기가 담겨있다. 상대적으로 나는 1부가 좀 더 흥미롭게 이해가 쉬웠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장자는 공자와 맹자와는 결을 달리하는 철학의 소유자였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공자와 대척점을 가진 주장을 했다고 해야 할까? 가령 공자는 대인. 높은 자리에 올라 학문으로 백성을 이끄는 위정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비해, 장자의 철학 속 주인공은 소인이라 불리는 육체노동자들이다. 윤편이나 포정 같은, 대인들의 통치를 받는 그들은 삶을 통해 오히려 대인에게 충고와 깨달음을 준다. 장자는 이야기한다. 대인들이 소인들을 다스리고 통치한다고 하지만, 육체노동을 하는 소인들이 없다면 과연 대인들의 삶이 존재할까?라고 말이다.

또한 장자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무위자연이다. 강요나 억압 없이 자연 그대로의 삶을 뜻하는 무위자연. 책 속에서 저자는 장자의 사상을 무용의 철학이라고 불렀다. 무용의 철학이 무엇일까? 그리고 이 무용의 철학은 책의 곳곳에 등장한다. 사실 100%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쉽게 풀어내도 이 책은 철학을 논하는 책이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같은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다시 풀어진다는 것이다. 무용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바닷새 이야기, 거목 이야기, 바람 이야기, 지리소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바닷새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도, 거목 이야기에서 다시 설명하고, 또 바람 이야기, 지리소 이야기 등을 통해 다시 설명되기에 맥락적 의미 정도만 알고 지나가도 문제 될 것은 없다. 여기저기서 곁가지를 뻗어 연결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쓸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쓸모를 사용하는 삶!

바로 이것이 지리소의 삶입니다.

체제에 쓰이지 않으면 못 사는 삶이 아니라, 체제가 없어도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돌볼 수 있는 힘!

지리소의 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리소가 가진 긍정의 정신입니다.

또한 장자 수업을 통해 기억해야 할 부분은, 휩쓸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장자는 사유재산을 가지고, 국가를 이룩한 사회를 바라보며 쓴소리를 뱉어낸다. 야생마를 가축화 한 것처럼, 인간들 역시 가축화되었다는 것이다. 채찍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빼앗고, 그 후에 당근을 제공하니 인간들은 본래 자신들이 누리던 자유를 잊고, 당근의 맛에 빠져 살게 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2,400년 전 장자가 말한 인간 가축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무용은 처음에 우리를 절망시킬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나아가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되니까요.

다시 무용으로 돌아가 보자. 쓸모없음으로 버려진 나무가 거목이 되었듯이, 혐오의 대상이었던 최악의 불구자라고 불렸던 지리소가 사회에 휘둘리지 않았듯이 어쩌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용의 철학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쓸모 있는 사유란 결국 국가나 자본 등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쌀이 나오고 밥이 나오는' 사유, 즉 쓸모 있는 사유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인간의 사유는, 국가나 자본을 위한 사유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인간이 스스로 수행하는 사유여야만 합니다.

장자 하면 떠오르는 두 이야기 중 대붕 이야기는 만날 수 있었지만, 나비 이야기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2권에는 어떤 장자 수업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된다.


쓸모 있는 사유란 결국 국가나 자본 등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쌀이 나오고 밥이 나오는‘ 사유, 즉 쓸모 있는 사유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인간의 사유는, 국가나 자본을 위한 사유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인간이 스스로 수행하는 사유여야만 합니다.


무용은 처음에 우리를 절망시킬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나아가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되니까요.

누군가의 쓸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쓸모를 사용하는 삶!

바로 이것이 지리소의 삶입니다.

체제에 쓰이지 않으면 못 사는 삶이 아니라, 체제가 없어도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돌볼 수 있는 힘!

지리소의 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리소가 가진 긍정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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