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 하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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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와 김숙흥의 발견이 고려 거란 전쟁을 읽으며 알게 된 가장 큰 성과다!

감히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고려 거란 전쟁이 어떤 시기를 배경으로 한 지조차 무지했던 내게, 얼핏 구주(귀주)라는 지명은 바로 강감찬과 연결되었고 상 권에서부터 당연 강감찬의 활약이 등장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하 권의 말미까지 강감찬의 두드러진 활약기는 만날 수 없었다. 대신, 강감찬만큼 큰 활약을 한 양규와 김숙흥을 만날 수 있었다. 상 권에서 반란을 일으킨 강조가 거란에 잡혀가고, 사망하게 된고, 강조가 있던 삼수채는 거란에게 빼앗긴다. 머릿 수로 밀고 들어오는 거란의 기병들 앞에서 고려의 군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안의진에 있던 서북면 도순검사 양규가 통주성으로 온다. 최대 격전지라 할 수 있는 흥화진을 굳건히 지켜낸 양규가 아니던가? 하지만 통주성에 있던 이보량과 채온겸 등은 그의 등장에 환영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우선 봉황 고개와 삼수채에 영채를 건설하고 철질려 10만 개 이상, 검차 10대 이상을 한 달 안에 완성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던 중 곽주와 안주마저 거란에 무너졌다는 비보가 날아온다. 계속 남하하는 거란의 다음 목표는 서경이 될 것이 뻔했다. 서경이 뚫리면 그 이후의 땅은 거란에게 빼앗길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양규는 곽주 탈환작전을 내린다. 이미 영채 건설 때문에 불만이 쌓여있던 채온겸은 곽주 탈환에 난색을 표한다. 이런 그에게 양규는 자신이 데리고 내려온 홍위위만을 이끌고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곽주출신인 승개를 정찰병으로, 도관원외랑이자 삼수채에서 패하고 거란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고려의 사신으로 온(고려의 입장에서는 배신자로 여겨지는) 노전을 선봉장으로 보낸다. 그를 도와 행영도통 수제관 최충과 중랑장 정신용, 낭장 고적여가 곽주로 출발한다. 과연 이들의 곽주 탈환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편, 서경의 조원은 신녀로부터 동명왕의 화신으로 인정을 받는 의식을 치렀다. 다시 신녀를 찾아가는 조원. 그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조원에게 악담을 퍼부어대는 신녀에게 밀어를 속삭이는 조원. 이들은 과연 과거에 어떤 인연으로 얽혀있던 것일까?

하 권에서는 드디어 강감찬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당시 강감찬은 60대였다는 것과 장원급제를 하였음에도 직위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장군"이라는 이름과 달리 문신이었다는 것이다. 타고난 원칙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였던 터라 그는 다른 신하들과 가까운 관계를 갖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쪽에도 줄 서지 않은 중심을 잡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에 입에서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인물이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들은 현종은 그를 임용한다.

곽주와 서경 그리고 개경을 오가며 거란군과 대치하는 고려군의 이야기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특히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나라를 지키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강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현종과 강감찬의 캐미, 목표를 세우고 그를 위해 올인하는 양규와 처음에는 그를 신뢰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장수들의 활약을 통해 더 풍성한 스토리가 완성된 것 같다.

때론 끔찍한 실패의 기억이 그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면, 여전히 승리에 취해 상황을 냉철히 바라볼 기회를 놓쳤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실패를 거울삼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눈을 갖게 된 것 역시 그의 역량이었겠지만 말이다.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흩어진 많은 인물들이 있다. 큰 활약을 했던 양규조차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들의 목숨을 건 희생이 없었다면, 이후 강감찬의 활약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소중한 희생정신이 더 빛을 발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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