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 - 내 아이와 나를 지키는 인간관계 시크릿 노트
강빈맘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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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오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직장을 다닐 예정인지라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아이가 입학하고 한 달 정도 적응 기간을 가진 후에 취업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해서 지금도 어린이집 엄마들이랑 관계를 맺는 게 쉽지 않은데, 입학을 하고 나면 다른 차원의 관계들 때문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타고난 성격이 두루 잘 지내면 몰라도,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은 편인데, 내 고민을 알기나 했던 것처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엄마들 모임에 관한 책이지만, 인간관계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에 받은 상처들을 돌아보고, 내 아이의 관계까지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광범위한 주제를 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엄마들 모임에서의 내 본모습 역시 인간관계의 한 단면이라는 생각에 금방 수긍되었다.

많은 엄마들이 엄마들 모임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내 아이와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부터 직장 생활을 했던 나는 사실 큰 아이가 4살이 될 때까지 조동 모임을 제외하고는 엄마들과 일면식이 없었다. 그나마 일찍 와서 늦게 가는 아이의 친구 엄마와 어린이집 앞에서 한두 번 인사를 했던 게 전부였다. 그러다 좀 더 큰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고, 둘째를 출산하고 휴직 중이었기에 내 고민은 실제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집이다 보니, 단지 안에 거주하지 않는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섞이기 쉽지 않았다. 당시 재원생 대부분이 5살 반으로 올라갔고,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 한 명만 새 친구였기에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는 서로 친밀한 관계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있었다. 워낙 낯을 많이 가리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다 보니 하원 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늘 시무룩하게 친구들이 나랑 안 놀아줘...라는 말을 매일같이 내뱉었다. 고민이 되었다. '내가 엄마들과 친해지면, 우리 아이도 힘들어하지 않을 텐데...'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놀이터에서 여러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역시 갑작스러운 성격변화는 쉽지 않았다. 둘째 유모차를 세워두고 엄마들 무리에서 멀찌감히 서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한 엄마가 내게 다가와 줬고, 그렇게 엄마들과 종종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거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거나, 함께 키즈카페를 갈 기회가 생겼다. (물론 그전에 아이는 다행히 잘 적응하고, 친구들과도 어렵지 않게 잘 지내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게 될 다수의 엄마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엄마들 모임은 필요할까? 그 안에 깊숙이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요가 없다면 그냥 무시해도 될까? 엄마들 모임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참 많다. 소위 끼리끼리 문화 때문이다. 자연히 누군가 도태되거나 은따를 당하기도 한다. 물론 작심하고 그런 경우도 있지만(이게 제일 큰 문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대놓고 벌이는 왕따를 제외하고, 우선 저자는 자신의 인간관계를 마주하라고 조언한다. 왜 엄마들 모임에 꼭 나가거나 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자신의 답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의 내 인간관계는 앞으로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성격이 예민하거나, 타인의 반응에 좌지우지되는 경우, 자존감이 낮은 경우 모임에서 특히 상처를 많이 받는다. 특히 미숙한 착함의 경우 소외감을 많이 느끼는데, 소외감을 줄이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커지게 된다. 그로 인해 관계 속에서 자신이 준 것 이상의 보답이 돌아오지 않으면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엄마들과의 관계 역시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가 아니라, 양쪽 당사자 간의 균형이 필요한 관계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휘둘리기 보다, 적당히 내려놓고 거절할 줄 아는 자신만의 중심과 기준이 필요하다. 이는 엄마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상대와 내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좀 더 너그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는 얘기다.

엄마들과의 관계는 필요하다. 인간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인정받고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임 자체에 의의를 두고, 모임 속 관계에 목을 멜 필요는 없다. 적당한 선에서의 관계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지지도, 끌려다니지도 말자. 상대도 나도 동등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임이 건강하게 오래 이어질 수 있다.


상대와 내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좀 더 너그럽고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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