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클래식 리이매진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티나 베르닝 그림, 이영아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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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히 추측해 보자면, 결국에 인간은 다중적이고 모순적이며 독자적인 생물들의 집합체로 정의될 걸세.

내 경우에는 내 삶의 성격상 영락없이 한 방향으로,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

그런 내가 인간의 철저하고 원시적인 이중성을 깨달은 건 도덕적 측면에서, 그리고 나 자신을 통해서였어.

내 의식 속에서 싸우고 있던 두 본성 중에 하나가 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둘 다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드디어 그 유명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만났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언급되어 대략적인 내용(이중인격자?)은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던 차였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작품의 내용에 걸맞은 일러스트였다. 마치 미술 전시회를 다녀온 듯한 일러스트 덕분에 책의 내용이 더 실제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게이브리얼 존 어터슨은 변호사다.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포용적인 성격 덕분에 주변에 평도 좋은 편이다. 어느 일요일 어터슨은 친척 리처드 엔필드와 길을 걷던 중 한 문을 마주한다. 문을 보자 엔필드는 얼마 전 겪은 일이 떠오른다. 몸집이 작은 한 남자가 어린 소녀의 몸을 짓밟더니 소녀를 내버려 두고 도망을 치는 모습이었다. 엔필드는 도망치는 남자 에드워드 하이드를 잡아 경찰에 넘기고, 소녀의 가족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추악한 모습의 이 사내는 보상금으로 헨리 지킬 박사가 서명한 수표를 내밀었다. 헨리 지킬이 누군가? 사회적으로 명성 있고 뛰어난 의사가 아닌가! 당연히 이 서명은 위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에게 이 수표가 어디서 났는지 추궁하는 한편 수표의 진위 여부를 조사한다. 근데 헨리 지킬의 서명이 맞았다. 어터슨은 자신의 친구의 명성에 누가 될 것을 생각해 엔필드에게 입단속을 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금고에 있는 지킬의 유언서를 살펴본다. 그곳에는 지킬이 사망하게 되면 전 재산을 하이드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선행을 많이 베풀고, 여러 가지로 뛰어난 지킬이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하이드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사실 헨리 지킬과 존 어터슨, 의사인 래리언 박사는 절친이다.

하지만 또 사건이 벌어진다. 하이드와 비슷한 외모의 사람이 한 남자를 살해했는데, 그는 하원 의원인 댄버스 커루 경이었다. 댄버스의 사건을 맡은 어터슨은 그를 살해한 사람이 하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킬을 찾아가 망나니 같은 하이드와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지킬 역시 하이드와 만나지 않겠다고 어터슨 앞에서 울며 이야기를 한다. 얼마 후, 래리언 박사로부터 더 이상 지킬을 만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래리언을 찾아간 어터슨은 겁에 질려 다 죽게 생긴 래리언을 마주한다. 그리고 얼마 후, 래리언은 세상을 떠난다. 큰 상실감에 휩싸인 어터슨은 래리언으로 부터 편지 한 장을 받게 된다. 그 안에는 자신이 사망하고, 지킬이 사망한 후 펼쳐보라고 쓰여있었다. 래리언은 왜 이 편지를 남긴 것일까?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있었을까?

한편, 지킬의 집에서 일하는 집사 풀이 어터슨을 찾아온다. 집에 큰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박사의 방에서 이상한 울부짖음이 들리고, 박사가 자꾸 약을 요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 오는 약마다 불순물이 섞여 다며 퇴짜를 놓고 있다고 한다. 그 방에는 지킬뿐 아니라 하이드도 같이 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하이드가 지킬을 살해한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한달음에 지킬의 집으로 달려간 어터슨은 예상치 못한 장면과 소리를 듣게 되는데...

지킬과 하이드는 과연 같은 인물일까? 글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당연히 한 몸에 두 인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고 보니 과연 이 둘을 같은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몸을 공유하긴 하지만, 엄연히 지킬과 하이드는 외모도, 생각도, 행동도, 모든 것이 달랐다. 조제한 약물을 마시는 순간 지킬은 하이드로 변한다. 외모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하이드가 지킬 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명성 있고, 선행을 많이 하는 의사 지킬이 하이드가 되는 순간,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살해하고 폭행한다. 약물의 힘일까? 아니면 지킬 속에 있는 악이 도드라진 것일까?

저자인 로버스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 작품을 4일 만에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또한 공연과 영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지금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여전히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바로 지킬 안에 있는 선과 하이드 안에 있는 악이 공존하는 모습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옮긴이의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우리의 모습이 그렇지 않나?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만, 나쁜 행동은 순식간에 습관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이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내용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명쾌하게 알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곁들여진 일러스트 역시 만족스러워서 소장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감히 추측해 보자면, 결국에 인간은 다중적이고 모순적이며 독자적인 생물들의 집합체로 정의될 걸세.

내 경우에는 내 삶의 성격상 영락없이 한 방향으로,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수밖에 없었지.

그런 내가 인간의 철저하고 원시적인 이중성을 깨달은 건 도덕적 측면에서, 그리고 나 자신을 통해서였어.

내 의식 속에서 싸우고 있던 두 본성 중에 하나가 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근본적으로 둘 다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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