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장자수업 1 - 밀쳐진 삶을 위한 찬가 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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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공자와 맹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나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교과서에서도 노자와 함께 노장사상, 무위자연 정도로 밖에는 장자를 다루지 않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 읽지 않으면 장자의 사상에 따른 깊이를 모르고 지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 초 장자를 읽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감동을 경험했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EBS 철학 대기획으로 마련된 강신주의 장자 수업과 결을 같이한다. 방송과 함께 출간되었다. 철학자 강신주는 나에게도 익숙한 사람이다. 나는 그의 책 덕분에 철학의 첫 맛을 경험했고, 그 이후 어렵지만 철학 관련 책을 꾸준히 탐독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강신주는 일부러 어렵게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역시나 그랬다. 우선 그는 장자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전공인 장자를 그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1권에는 두 개의 큰 주제 속에 총 24편의 장자 속 이야기가 담겨있다. 상대적으로 나는 1부가 좀 더 흥미롭게 이해가 쉬웠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장자는 공자와 맹자와는 결을 달리하는 철학의 소유자였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공자와 대척점을 가진 주장을 했다고 해야 할까? 가령 공자는 대인. 높은 자리에 올라 학문으로 백성을 이끄는 위정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비해, 장자의 철학 속 주인공은 소인이라 불리는 육체노동자들이다. 윤편이나 포정 같은, 대인들의 통치를 받는 그들은 삶을 통해 오히려 대인에게 충고와 깨달음을 준다. 장자는 이야기한다. 대인들이 소인들을 다스리고 통치한다고 하지만, 육체노동을 하는 소인들이 없다면 과연 대인들의 삶이 존재할까?라고 말이다.

또한 장자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무위자연이다. 강요나 억압 없이 자연 그대로의 삶을 뜻하는 무위자연. 책 속에서 저자는 장자의 사상을 무용의 철학이라고 불렀다. 무용의 철학이 무엇일까? 그리고 이 무용의 철학은 책의 곳곳에 등장한다. 사실 100%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아무리 쉽게 풀어내도 이 책은 철학을 논하는 책이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같은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다시 풀어진다는 것이다. 무용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바닷새 이야기, 거목 이야기, 바람 이야기, 지리소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바닷새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도, 거목 이야기에서 다시 설명하고, 또 바람 이야기, 지리소 이야기 등을 통해 다시 설명되기에 맥락적 의미 정도만 알고 지나가도 문제 될 것은 없다. 여기저기서 곁가지를 뻗어 연결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쓸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쓸모를 사용하는 삶!

바로 이것이 지리소의 삶입니다.

체제에 쓰이지 않으면 못 사는 삶이 아니라, 체제가 없어도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돌볼 수 있는 힘!

지리소의 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리소가 가진 긍정의 정신입니다.

또한 장자 수업을 통해 기억해야 할 부분은, 휩쓸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장자는 사유재산을 가지고, 국가를 이룩한 사회를 바라보며 쓴소리를 뱉어낸다. 야생마를 가축화 한 것처럼, 인간들 역시 가축화되었다는 것이다. 채찍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빼앗고, 그 후에 당근을 제공하니 인간들은 본래 자신들이 누리던 자유를 잊고, 당근의 맛에 빠져 살게 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2,400년 전 장자가 말한 인간 가축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무용은 처음에 우리를 절망시킬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나아가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되니까요.

다시 무용으로 돌아가 보자. 쓸모없음으로 버려진 나무가 거목이 되었듯이, 혐오의 대상이었던 최악의 불구자라고 불렸던 지리소가 사회에 휘둘리지 않았듯이 어쩌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용의 철학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쓸모 있는 사유란 결국 국가나 자본 등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쌀이 나오고 밥이 나오는' 사유, 즉 쓸모 있는 사유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인간의 사유는, 국가나 자본을 위한 사유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인간이 스스로 수행하는 사유여야만 합니다.

장자 하면 떠오르는 두 이야기 중 대붕 이야기는 만날 수 있었지만, 나비 이야기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2권에는 어떤 장자 수업이 펼쳐질지 너무 기대된다.


쓸모 있는 사유란 결국 국가나 자본 등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쌀이 나오고 밥이 나오는‘ 사유, 즉 쓸모 있는 사유일 테니까요.

그렇지만 인간의 사유는, 국가나 자본을 위한 사유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인간이 스스로 수행하는 사유여야만 합니다.


무용은 처음에 우리를 절망시킬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나아가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희망이 되니까요.

누군가의 쓸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쓸모를 사용하는 삶!

바로 이것이 지리소의 삶입니다.

체제에 쓰이지 않으면 못 사는 삶이 아니라, 체제가 없어도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돌볼 수 있는 힘!

지리소의 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리소가 가진 긍정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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