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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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단편집들이 대부분 그렇듯, 책 속의 이야기들이 한 가지 느낌을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들은 모두 상실이 주는 공허와 슬픔, 그것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입동'은 한 부부가 갑작스럽게 아이를 잃은 이야기입니다.

부부는 이 슬픔을 견디다가 집안의 더러워진 벽을 새로 도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부부가 도배를 하다가 벽에 그려진 아이의 낙서를 보는 순간 조금 새로운 국면에 도달합니다. 잘 보이지 않는 벽 아래편에 그려진 아이의 낙서처럼, 슬픔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배지를 벽에 붙이듯이 슬픔은 덧씌워질뿐 우리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노찬성과 에반’은 초등학생 찬성이 버려진 개 에반을 키우는 이야기입니다. 에반이 나이가

들어 시름시름 앓을 때, 찬성은 돈이 없어 치료를 해주지 못하고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알바를 하며 돈을 번다. 찬성은 에반을 위해 자신의 개념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진정한 공감과 용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침묵의 미래’ 에서는 '소수언어박물관'이라는 곳에서 사라져가는 언어를 보존하고 연구합니다. 그 연구가 단순히 학술적이지 않고,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유리 안에 전시하고 관람객이 오면 자신의 언어로 연기하듯 인사하는 식입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천여 개의 언어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모든 인간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라는 사실은 같은 언어를 쓰지만 따로국밥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연민과 공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줍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상실을 마주하는 태도를 너무나도 서글프지만 연민 있게 그렸습니다. 학생을 위해 목숨을 바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는 괴로워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남편을 애도하고 학생을 원망합니다. 이 사람들 사이에서 학생의 누나가 쓴 편지를 읽고서 화자는 울면서 남편의 용기와 희생에 끝내 눈물을 흘립니다. 아내는 주로 시리에게 질문을 합니다. 우리 인간이 잃어가고,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숨이 막히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아픔과 절망, 상실은 그들을 주저앉게 하고 그들에게 숨도 못 쉴만한 상황을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그들의 삶은 피폐해져가고 그들의 꿈은 사라져만 갑니다. 하지만 작가가 추적한 그들의 모습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계속 무너져 있어야 하는, 춥고 어둡고 배고픈 그들이 문을 열고 나가는 곳은, 바깥은 여름일 것이라는 소망을 남겨둡니다. 절망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들의 슬픔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내서 더 먹먹하게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문체도 아니지만 차분하면서도 울림이 있었습니다.

인물이 받는 불편한 감정, 그리고 불합리하다고 여겨질만한 상황 속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솔직하면서도 비겁한 생각들까지 매우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책을 별로 안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아내에게는 정착의 사실뿐 아니라 실감이 필요한 듯했다. 쓸모와 필요로만 이뤄진 공간은 이제 물렸다는 듯, 못생긴 물건들과 사는 건 지쳤다는 듯, 아내는 물건에서 기능을 뺀 나머지를, 삶에서 생활을 뺀 나머지를 갖고 싶어 했다.
- P16

지난봄, 우리는 영우를 잃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 오십이 개월. 봄이랄까 여름이란 걸, 가을 또는 겨울이란 걸 다섯 번도 채 보지 못하고였다
- P21

그 시절 찬성은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몇 가지 깨달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인내가 무언가를 꼭 보상해주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찬성은 그곳에서 새소리와 바람소리, 자동차 배기가스와 어른들의 하품을 먹고 자랐다. 환한 대낮, 차 안에서 일제히 잠든 이들은 모두 피로에 학살당한 것처럼 보였다. 혹은 졸음 쉼터 자체가 자동차 묘지 같았다.
- P43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이수도 그런 식의 관심을 비친 적 있었다.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 적당한 탄식을 섞어 안타까움을 표한 적 있었다.
- P92

당시 이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도화 혼자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일이었다. 도화의 말투와 표정, 화제가 변하는 걸, 도화의 세계가 점점 커져가는 걸, 그 확장의 힘이 자신을 밀어내는 걸 감내하는 거였다. 게다가 도화는 국가가 인증하고 보증하는 시민이었다. 반면 자기는 뭐랄까,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애매한 성인이었다. 이 사회의 구성원이되 아직 시민은 아닌 것 같은 사람이었다
- P99

웃는 것, 또 웃는 것. 무슨 일이 있더라도 웃는 것. 그리하여 영원히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구는 것
- P133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일 중 하나이니까.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 P190

나는 어떤 시간이 내 안에 통째로 들어온 걸 알았다. 그리고 그걸 매일매일 구체적으로 고통스럽게 감각해야 한다는 것도. 피부 위 허물이 새살처럼 돋아날 수 있다는데 놀랐다.
- P238

이튿날 아랫배에 분홍색 반점이 여덟 개로 늘어났다. 어떤 것은 백원짜리만 하고 또 어느 것은 완두콩만큼 작았다. 다음날은 열두 개, 그 다음날은 스무 개였다. 그것은 곧 온몸으로 퍼졌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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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이채훈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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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채널과 크리에이터와 차별된 자신만의 고유 영역의 콘텐츠로 경쟁력을 갖춘 크리에이터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어디에서 폭발하고, 어떻게 숙성 또는 변형되며, 어떻게 완성될까요?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가장 빤한 이미지는 대뇌 ‘생각의 전구’에 불이 번쩍 하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크리에이티브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 가운데 아주 작은 요소에 불과합다. 크리에이티브를 현실화하는 데는, 상대성원리를 발견하기까지의 기간보다 그것을 대중에게 설명할 방법을 고민한 기간이 더 길었다는 아인슈타인의 고백과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들의 공상가적인 열정과 만년대리 같은 성실성, 아이디어를 세일즈하는 마케터 같은 수완까지 크리에이티브의 모든 것.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이자 저자인 15초였던 광고 시간이 6초로 줄어들고 예산마저 1억원 이하로 줄어드는 동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관한 고민과 그 밀도는 한결 높아졌습니다. 그는 최고의 아웃풋을 만들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동원하는 대신 하루 한장씩 흑백사진을 찍고, 세줄씩 일기를 쓰고, 한시간씩 달리는 습관으로 생각 근육을 단련했습니다. 단련이라는 말처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크리에이티브에 접근하는 5가지 태도를 단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 관찰하는 눈, 기록하는 손, 편집하는 머리, 단련하는 몸이 그것입니다. 생각 근육을 온몸으로 단련하는 이 같은 습관들이 쌓이면 누구나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다고 그는 확신합니다.

막연하게 "좋은 생각, 특별한 상상을 해봐야지"라고 떠올렸던 뜬구름을 제법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해주었습니다. 현재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에게는 어떻게 창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단련시켜야 할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일의 일상에 그리고 사회 이슈에 광고 팁이 될 만한 공감가는 소재들이 널려 있다. 그 속에서 찾아낸 인사이트로 만든 광고를 본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런 소리가 들리면 게임 끝이다. ‘어, 이거 완전 내 얘기네‘
- P51

말을 똑 부러지게 잘 하는 사람은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꼭 공감 능력도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반면 말을 좀 어눌하게 이어가더라도 그 속에 진심이 가득 차 있는 사람은 신뢰가 간다
- P64

덕후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높은 몰입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관심사를 취로, 취미를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시킨다. 과연 무언가에 열렬히 빠져 본 적 있는 사람이 다른 일에서도 열정을 불태울 확률이 높다
- P76

거대한 wall이 눈앞에 놓여 있다고 쫄지 말자. 그 wall을 넘어뜨려 way로 바꾸는 데 필요한 건 어쩌면 거대 자본보다는 반짝이는 기지다. 그 기지의 실마리는 ‘반대로 생각하기’에 있을 확률이 높다
- P221

기존 작품이나 제품을 똑같이 따라했다면 표절이 되지만, 대상에게 깊은 자극이나 큰 영감을 얻어 충분한 궁리 끝에 새롭게 재해석한 결과물은 크리에이티브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크리에이티브 발상에서 재해석의 힘은 그래서 중요하다. 단순히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시각과 개성으로 크리에이티브 근력을 단련해나가야 한다
- P246

creative는 ‘create’가 기본형인 동사다. create는 라틴어 creare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생김새만 봐도 crescere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creare는 ‘창조하다, 만들다, 생산하다’ 같은 의미라고 한다. 단어들이 이렇게 연결되고 파생되었는지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의미만 봐도 그 뿌리에 ‘ker가 있을 듯 하다. 이 말인즉슨, ‘크리에이티브’의 ‘크’는 우리말에서 ‘크다, 커지다’의 의미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creative가 영어와 한국으로 같은 의미를 가진 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한 동시에 기뻤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은 성장과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충분히 단련하면 계속 자라날 수 있는 것이 크리에이트브임을 어원이 증명해준 셈이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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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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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유년기부터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함께했던 건 피아노와 음악이었습니다.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라 함께하며 그렇게 지냈었는데, 중학교 진학이후 학업 일정, 이사 등으로 기억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성인이 된 지금도 전공자가 아니지만 꽤나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전문적인 지식에서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지나가다가 들리는 피아노소리에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기도 합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강렬한 네 음절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팝송에도 등장하는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 역시 인기 레퍼토리 중의 하나입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에서도 베토벤의 음악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문화계의 핫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베토벤'입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이 책의 저자인 임현정은 '악성' '괴팍한 천재'와 같은 박제된 이미지나 영웅 신화를 탈피해, 청각을 잃은 베토벤의 창작 행위와 행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베토벤 음악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밝혀내고 있습니다.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인 청각을 잃은 베토벤이 어떻게 뛰어난 창작을 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자신의 한계(장애)를 받아들인 채 그 경계를 넓히려 시도했고, 이에 위대한 음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베토벤의 클래식에 관한 책이니 연주곡을 모르면 크게 와닿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 곳곳에 QR코드를 삽입해놓아서 베토벤의 연주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4장으로 구성되는 베토벤의 이야기. 너무도 익숙하지만 피아니스트로 그의 음악을 밀접하게 만나는 저자에 비해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또한, 그의 삶을 고찰하며, 어떤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살아낸 그의 모습을 본받아야겠다고 느낍니다.

돈과 예술을 바라보는 베토벤의 시각, 그리고 베토벤의 음악과 피아니스트로서의 저자의 생각과 느낀 점, 본인이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겪은 인종차별의 슬픔, 그것을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함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딱딱한 전기가 아닌, 다양한 삶의 질곡을 넘어서 아름다운 예술을 남긴 베토벤의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피아노를 전공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누가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나는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 그러니까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을 논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 그가 어떻게 나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삶 전반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음악학자의 시선에서 베토벤을 사유하는 책은 많았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 그를 조명한 책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 P4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던 그의 음악을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향유하는 엄격하고 딱딱한 고급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다
- P32

언어의 장벽이 없는 음악은 우리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단어와 문접도 필요 없이 곧바로 우리의 무의식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면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일순간 기분과 감정이 바뀌기도 한다. 무슨 음악을 들을지 선택하는 찰나의 시간, 그 짧은 과정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 P34

음악이라는 예술이 갖는 그 아름다운 진동이 우리 마음의 진동과 만났을 때, 인간이 지닌 무의식의 세계가 발전하고 승화한다. 예술은 삶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영혼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탐험하게 하는 미지의 여행이다
- P35

무대에 입장하기 전 나는 관객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이 나에게 할애하는 인생의 귀중한 2시간. 이것이 나에게는 청중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자 영광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전개되며 우리는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호흡한다. 음악에는 작곡가의 숨결이 담겨 있으며 나 자신과 당신, 우리 모두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 하모니는 나의 영원한 열망이다.
- P47

음악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예술이고, 음악이야말로 신성한 신의 말씀을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 믿었던 젊은 작곡가 베토벤에게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강한 영감의 대상이었다
- P51

자아를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며 이롭게 사용하면 된다. 우리의 본질을 빛나게 하는 사다리의 역할로 말이다. 고유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표현한다면, 나라는 유일한 존재를 세상이 누릴 수 있게 선물로 주는 것과 같다. 만약 스스로를 무시하고 다른 누군가를 닮으려 한다면 세상이 고유한 나라는 존재를 누릴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 P63

현재보다 더 중요한 시간은 없다. 과거의 시간에 매몰되어 절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미래를 바꿀 현재의 선택이 중요하다
- P88

하다못해 손에 생긴 사소한 상처도 스스로 딱지가 생기고 아문다. 자연의 나무는 그 어떤 것도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 우리에게 열매를 맺어준다.
- P98

나 자신이 온전히 표현될 때 다른 이들에게 개성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이미 유일한 존재인데, 그것을 벗어나 무언가 다른 개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유한 나를 표현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 억지 개성을 추구한다면 고유한 나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다
- P103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느끼는 바는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기운이 나는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된다. 자신의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자기 자신부터 먼저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사랑해야 다른 이도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다
- P106

독창적인 해석이란 없다. 그저 뚜렷하게 전무후무한 진정성 있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절망적인 음악이라고 해서 일부러 절망스러운 느낌을 추가하고, 우울한 음악이라고 해서 일부러 우울함을 더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음률과 화성 자체가 곡의 느낌을 드러내므로, 연주자는 악보를 몸으로 표현하는 여행에 충실하면 된다.
- P114

겸손과 겸허는 결코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해서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되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의 덕분이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 P128

템포를 중시한 베토벤은 자신의 메트로놈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새것을 주문해 도착하기를 기다린 다음 작곡을 이어갈 정도로 섬세했다. 또한 당시 베토벤이 사용했던 메트로놈은 현대의 메트로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베토벤의 곡이 때때로 그의 의도와 달리 너무 심하게 느리게 연주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 P133

표현이 먼저다. 진실되게 열광하고 곡에 빠져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 ‘열광’이 속도가 된다. 음악은 템포에 의해서 시작되지 않는다. 음악은 템포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표현’이 템포를 창조하는 것이다
- P139

칠중주는 20더커츠 ,교향곡은 20더커츠, 콘체르토는 10더커츠,그랜드 소나타는 20더커츠라네.아마 교향곡을 칠중주나 소나타와 같은 가격으로 매겨 놀랄 수도 있겠지.당연히 교향곡이 더 값어치는 나가지만 소나타가 훨씬 더 잘 팔려서 그렇다네. 그리고 콘체르토를 10더커츠만 달라고 한 이유는 당신에게 벌써 말했듯이 내 작품들 중 최고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라네.난 이 가격들이 심하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네.난 적어도 당신을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저렴하게 값을 책정하려고 노력했네
- P146

내가 베토벤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조건 없는 양심’ 덕분이다. 누구에게 칭찬받거나 구원받아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심에서 비롯되어 그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연함’이 그가 지닌 자신감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 P205

외부적인 요인과는 아무 상관없이 자신의 본질 그 자체가 숭고하고 완벽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곧 과거이자 미래다. 미래라고 해봤자 현재의 연속일 뿐이니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재에 가장 충실할 때 최선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 P207

우주는 나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숭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운명과 맞서 싸운 베토벤처럼 저 자신의 길을 걸으며 최선을 다하면 된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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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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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나 음악가 같은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삶속에서 창작을 한다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성공적인 예술가들은 의외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매일 정해진 분량의 작업을 합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매일 오전 10쪽 분량의 글을 쓰고, 오후 1시부터는 사람들과 만나 점심을 먹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간단한 식사 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쉬고, 저녁에는 음악을 듣는 일상을 지킨다고 합니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일상의 루틴을 정확히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많은 작가들이 말합니다.

예술가로 산다는 건 일반적인 직업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31명의 여성 예술가들이 작품작업을 위한 습관에 대해서 기술해 놓은 책입니다. 저자는 이들에 관한 인터뷰와 각종 매체 보도를 조사하고 생존 인물들에 대해선 직접 접촉해 일과 휴식의 균형, 시간을 쪼개 사용하는 법, 어떤 일에 집중하고 어떤 일은 포기하는지 등을 분석했습니다.

저자는 왜 어떤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루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습니다. 그중에 집안일과 창작을 함께 처리해야 하는 여성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책에 나오는 예술가마다 자신만의 루틴이 있습니다. 예술을 위해 독신을 선택한 사람과 즉흥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독특한 습관과 비법이 있지만, 엄마 예술가들은 시간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10분이라도 작업을 위해 치열하게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아이를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환경에 맞는 루틴을 만들고 매일 반복할 뿐입니다.

60세 인정받은 화가 앨리스 닐이 있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살림에 두 아들은 키우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결혼 전보다 작업 시간은 줄었지만, 아이가 잠든 시간 동안 꾸준하게 예술활동을 하였습니다. 만약 현실에 타협하고 그리기를 중단했더라면 예술가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시인 하우는 여섯 아이를 키우며 시집과 연극 몇 편을 썼습니다. 남편이 문학 활동을 반대하는데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냉수 목욕하기와 차 마시기 습관을 만들어 기분을 유지하고 쉬지 않고 일하고 일했습니다. 그녀는 부부가 서로 대등한 관계이길 원했고 삶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여성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성에게 있어 일상의 삶과 자신의 일을 균형 있게 양립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충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만, 무엇에 우선하느냐에 따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또,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치열한 작가 자신과의 싸움 끝에 나오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미처 생각하지 못할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결정적인 습관들이 흥미롭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나오는 화가나 사진작가, 음악가, 소설가의 작품들이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됩니다. 노래를 감상하고 작품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확인하다보니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잠깐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천부적 재능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일상 루틴을 만들어 철저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일상 루틴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에는 일정에 맞춰 쫓기듯이 살았지만, 이제는 좀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31인의 루틴 이야기는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루틴 만들기, 오늘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수잔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삶과 프로젝트의 조화는 불가능하고, 그러한 조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내가 이 책을 쓰면서 계속 떠오른 의문은 한때 콜레트가 조르주 상드를 보고 떠올렸다는 질문과 같다. "대체 어떻게 해낸 거지?"
- P13

여자는 항상 남자를 돕고 자신의 성취를 추구하지 않는 따분한 삶을 살아요. 하지만 전 제가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제게 좋은 아내가 있었으면 더욱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었을 거예요. 물론 이건 남성 우월주의자들이 할 법한 생각이죠. 하지만 그게 제가 마주한 세상이었어요.
- P134

창의적 활동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간 동안에는 자신을 잊은 채 소리의 세계에서만 숨 쉰다 하더라도 말이다.
- P141

신념에 충실했어요. 패배자의 운명을 가진 이들의 용기, 강자의 약점, 오해의 비극, 놓쳐버린 기회들을 희극으로 표현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일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어요?
- P153

정신이 녹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더없이 한탄스러운 허튼 소리를 쓸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매일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한두 쪽의 글이 나온다. 그러므로 계속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레이스 드기를 제외한 여성의 유일한 희망이다
- P196

전 모든 걸 무의식적 선택에 완전히 맡겨버려요. 다듬는 과정이라는 게 제 작품에는 항상 재앙과도 같았기에 그 과정은 생략했어요. 인위적인 것보다 조잡하더라도 진실한 것을 선호해요. - 케이트 쇼팽
- P269

이름 지을 수 없는 감정이 시발점이에요. 분위기랄까, 뭐 그런게 느껴지죠. 전 그렇게 느껴지거나 떠오르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글을 쓰려고 해요. 그 과정이 잘 진행되면 결국에는 그 분위기가 영화가 되죠
- P281

화장실, 배, 제트기, 헛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기차나 파리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에서도 글을 썼어요. 침대에 누워서, 혹은 병원의 기계장치에 기대어 글을 썼고, 호텔과 지하창고, 모텔, 자동차 안에서도 글을 썼죠. 건강하든 아프든, 행복하든 절망적이든 상관하지 않고 항상 글을 썼어요
- P296

일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여생을 계획하는 것처럼 일도 계획해서 처리하면 되니까요. 우연히 손에 들어오는 건 없죠. - 캐서린 오피
- P298

같은 환경에서 같은 것들을 겪으며 살아가는 습관적 삶에 빠지고 싶지 않아요. 전 항상 이사를 다녀요. 광적일 정도죠. 일상생활의 물질적 문제들은 따분하기 그지없어요
- P321

일상적인 일정에서 아주 사소한 것 하나만 틀어져도 나는 완전히 탈선해버리고 만다. - 이디스 워튼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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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l Like an Artist: 10 Things Nobody Told You about Being Creative (Paperback) -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원서
Austin Kleon / Workman Pub Co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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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는 점수로 대변되는 스펙이 아닌 개인의 개성과 역량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틀에 박힌 모범생보다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창의성을 원하지만 사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술은 말할 것도 없지요.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종사자들은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해 자신을 학대하기 십상이고요

이 책은 상당히 습관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창조를 하기 위한 습관 만들기 또는 마음가짐. 이 책에서 다루는 열 개의 작은 주제들이 창조에 대한 접근 방법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게 도와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죽어 있던 생각을 아이디어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10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2 그냥 시작해라, 너무 깊이 생각 하지 말고

3 당신이 써라, 당신이 읽고 싶은 책

4 두 손을 써라

5 곁다리 작업이나 취미가 중요하다

6 멋진 작업을 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라

7 지리적 한계는 더 이상 없다

8 호감형이 돼라

9 질릴만큼 꾸준히 하라

10 크리에이티브는 빼기다

쉽고 뻔한 내용이지만 신선하고 즐거운 제안들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삶에서 배운, 어렸을때 자신에게 알려줬으면 하는 노하우들을 책에 가득 담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과 설명들은 너무 길지 않아서 좋으며,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담아놓았습니다.

카피를 하되 그 스타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정신세계 즉 생각을 '훔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대상과 완벽하게 똑같아질 수 없는 지점이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나만의 색깔을 칠할 수 있는 지점이며, 이를 극대화해서 나만의 창조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죽어있는 아이디어를 살리는 방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에 충실하라’ 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매일매일, 꾸준하게 성실히 그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라고 합니다.

훌륭한 아티스트들은 그 어떤 것도 맨땅에서 솟아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창작물들은 이전의 다른 창작물들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세상에 Original은 없는 것입니다.

일단 시도하고 빠르게 배우고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기술이 쌓이고 모험심은 되살아나며, 점점 더 창의적인 발상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남들과 차별화된 관점과 생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원하는 우리에게 창의력의 근본 원리를 가르쳐주는 저자의 제안은 우리를 좀더 창의적인 모습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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