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출판기획 시리즈 2
강주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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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의 책들을 좋은 책과 나쁜 책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읽어 득이 되는 책과 읽어 독이 되는 책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질문으로 책 머리를 시작한다. 나 역시 매번 묻지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 양서와 악서.저자는 분명하게 대답한다.

"어떤 책이라도 내게는 도움이 됩니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하려는 저자가 아무런 의도도 없이 쓰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책은 출판 에이전시 대표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기획에 관해 이야기 한 책이다. 한 권의 외서가 어떻게 국내로 소개되어 어떤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는지 잘 모르던 독자의 입장에서는 참 새로운 책이었다. 외국 저작권사와, 국내 출판사와, 번역자, 디자이너 등등이 엮어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출판 프로세스는 흥미로워 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야 할까?
그가 찾아낸 성공 비결, 즉 책을 팔 수 있는 비결은 네 가지였다.
주제, 내용, 디자인, 가격이었다. 
- 71쪽 중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주제는 없다.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 있는 책들의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창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소설역시 최근 베스트 셀러 순위에 올라와있는 책들의 소재는 뻔하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 내용의 구성 방식, 전달 방식, 책의 디자인, 가격. 이건 분명 다르다. 우리가 책을 고를 때 어떤 것에 많이 좌우되는지 생각해보면 사실 쉬운 답이다. 똑같은 엄마를 소재로 한 책 여러권이 있는데, 결국 내가 집는 것이 어떤 것이냐를 생각해보면 된다.

해외출판기획을 다룬 2부 역시 흥미롭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해외 출판의 생생한 사례를 읽고 있으면 그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수십 년, 수백 년을 이어가는 책을 만들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너져 가는 파이돈 북스를 인수해 예술 전문출판사로 자리매김한 리처드 슐레그먼, 세계에서 주목받는 독립출판사 뉴프레스를 키워낸 앙드레 쉬플린의 이야기는 그 중에서 단연 감동적이다. 

가끔은 한국의 문화적 성향과 시대의 흐름은 배제한 주장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살아있는 저자의 경험담과 풍부한 사례가 그러한 단점까지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현재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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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기술 - 중용, 난세에 빛나는 궁극의 전략
수이청빙 지음, 허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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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은 조조의 군사 수와는 상대도 안되는 수로 조조군을 격파한다. 뛰어난 예견술과 지략도 있었지만 제갈량에게는 조조에게 없었던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철저함과 냉정함이었고 이 모든 것은 '중용'이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군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계하고 삼가며, 들리지 않는 곳에서 두려워한다.
숨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으며, 작은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삼가는 것이다. 

- <지키는 기술>, 127쪽
 
   

  
이 책에는 무수히 많은 역사와 고전의 사례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삼국지는 물론이고, 항우와 유방, 한비자, 증국번 등 숨겨져 있던 재미난 이야기가 곳곳에 들어있다. 고전 중 최고의 애로물로 꼽히는 <홍루몽>이야기도 있고 소동파와 왕안석이 나눈 우정의 이야기도 있다. 백아절현, 읍차마속 등 고사의 유래까지 그야말로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 보따리와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냥 이야기가 아닌  중용이라는 실로 꿰어져 "지키는 기술"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빼앗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지키는 기술을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한것이 흥미롭다. 단순한 사상으로서의 설명이 아닌 관계와 소통, 경쟁과 협상이라는 키워드로 우리가 써먹을 수 있도록 구성한 것도 읽기에 편하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절교하라, 지나친 성실함은 어리석음이다 등등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중용의 의미와 많이 다른 중용의 이야기를 전한다. 2009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킨자만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지키는 기술>은 결국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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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
조슈아 페리스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레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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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환승장. 계단을 오르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뒷모습을 보면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출근길을 재촉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구직시절에는 한없이 부럽기만 하던 그들의 뒷모습이, 직장 3년차가 되면서 서글프게 느껴졌다.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라면? 아마도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는 정리해고와 함께 불어 닥친 대도시 어느 고층빌딩의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여느 평범한 직장인처럼 아침에 출근을 하고, 이메일을 체크하고, 동료들과 잠깐의 티타임을 갖은 후, 웹 서핑을 하고, 그날의 업무를 시작한다. 가끔 일이 하기 싫은 날은 삼삼오오 모여 상사 흉을 보기도하고 누군가의 뒷 담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우리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버지니아 주 알랑틴의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한 남성이 최근 책상에 앉은 채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나흘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못했다. 나흘 뒤 직장 동료들은 과일 썩는 냄새가 난다고 불평했다. - 196쪽  
   

옆 동료가 죽은지도 모르고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한다는 이 내용은 살벌하고도 무서운 직장내 동료애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도 그렇다. 아내에게 받는 자격지심으로 우울증까지 앓는 칼이 동료에게 상담을 요청하지만, 그 동료는 소문 퍼트리기에만 급급하다. 딸  아이를 잃은 재닌은 점심시간마다 동네 놀이터에 가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것을 우연히 본 동료는 팀원 모두를 돌아가며 데리고 가 그녀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비웃는다. 옆 동료가 짤리지 않는다면 내가 잘리는 상황. 그러한 무한의 경쟁이 나은 직장인들의 슬픈 모습이다.

등장인물이 다소 많아 읽기는 힘들지만 앞 부분에 등장인물에 관해 간략히 정리가 되어있어 도움이 된다. 전체적인 구성은 메인 스토리가 있기 보다는 자잘한 에피소드가 많다. 아마도 직장에서 일어나는 진정한 호모 오피스쿠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직장의 일상을 너무나 치밀하게 묘사해 때로는 내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섬뜩함이 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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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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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글래드웰은 외모만큼이나 생각도 톡톡 튄다. 시대와 트렌드를 읽는 눈이 탁월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들을 명쾌한 하나의 단어로 잡아내는 힘이 있다. <티핑 포인트>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나 경향, 사회적 행동이 들불처럼 번지는 마법의 순간을, <블링크>에서는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번 책 <아웃라이어>에서는 성공한 사람의 비결을 말한다.

이 책은 과학자들이 아웃라이어라고 부르는, 다시 말해 보통사람의 범위를 뛰어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소위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된다. 빌 게이츠나 비틀즈와 같은 사람 말이다. 우리는 그들의 성공담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어떤 개인적인 특성이 그 사람이 정상에 오른 이유를 설명해줄 거라 기대한다. 그렇지만 말콤 글래드웰은 이러한 의견을 단번에 잘라낸다.

숲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그토록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단단한 도토리에서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나무가 햇볕을 가로막지 않았고, 토양이 깊고 풍요로웠으며, 토끼가 이빨로 밑동을 갉아먹지도 않았고, 다 크기 전에 벌목꾼이 잘라 내지 않은 덕분에 가장 큰 나무가 된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타고난 신체적 조건, 가정 환경 및 교육의 기회 등이 그들을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절대적 조건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다. 비틀즈가, 빌 게이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 "1만 시간"의 법칙 때문이었다. 비틀즈는 1964년 대박을 터뜨리기까지 1,200시간을 공연했고 빌 게이츠는 하루 8시간, 일주일 1,575시간을 컴퓨터만 붙잡고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연습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 역시 부모의 지원과 경제적 지원, 교육의 기회다. 결국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기는, 지금같이 환경 조건의 차이가 심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나름 의미를 지닌다.

성공은 결국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숨겨진 이점과 특별한 기회요소,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문화적 조건까지 환경 속에서 어우러지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작만큼은 아니었지만 기존의 성공신화를 깨뜨리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분석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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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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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타임>지가 1923년에서 2005년까지 발표된 영어권 100대 소설을 선정 발표했다. 조지 오웰의 <1984>,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등의 작품과 함께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올랐다. 

리처드 예이츠가 1961년 발표한 첫 작품인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작에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작가들의 작가'라는 명성은 안겨주었지만 정작 일반 독자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저주받은 걸작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개봉이 더욱 반갑다. <타이타닉>의 오래된 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인트 윈슬렛이 다시 만나 연기를 한다는 것도 기대 포인트 중 하나다.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로 72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샘 멘데스가 맡았다. 케인트 윈슬렛은 이 영화로 인해 66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제목이 약간 어렵게 느껴지듯이 내용 역시 그리 쉬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 교외 주택가에 사는 중산층의 삶을 통해 혁명 정신이 미미해진 미국의 분위기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물질을 숭배하는 자본주의 물결에 휩쓸려 가장 본질적이고 소중한 정신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한 젊은 부부의 삶을 통해 그린 것이다.

   
  그녀의 계획, 그녀의 슬픔과 하루종일 그를 향해 있던 그리움, 그를 향한 사랑에서 잉태된 그 아이디어란 가을에 유럽으로 '영원히' 떠나기 위한 세세하고도 새로운 계획이었다. 그들이 가진 돈이 얼마나 되는지 그는 알았을까?
그들의 저축액, 집과 자동차를 팔면 생길 돈과 지금부터 9월까지 저축할 수 있는 돈을 다 합하면 여섯  달은 충분히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정착해서 자급자족할 수 있을 때까지 여섯 달씩이나 걸리지느는 않을 거예요. 우리가 좋아한다면 - 이게 가장 멋진 부분이에요."
 
   


20대 초반에 만나 사랑을 키운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결혼을 하게 된다. 꿈을 쫓던 프랭크는 안정적인 생활로 돌아온다. 부부는 중산층 사람들이 밟는 코스에 따라 교외 주택가에 집을 마련하고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프릴이 프랑스로 이주해 잃었던 꿈과 이상을 찾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프랭크는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이상을 찾기에는 자신이 없다. 결국 이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대립한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이 상황이 소름끼치도록 내 삶과 닮아 있다고 느끼지 않는가?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언제나 갈등을 하고, 결국 평범한 현실을 택하고 마는 우리들의 모습 말이다. 나라면 아내의, 혹은 남편의 에이프릴과 같은 제안에 따를 수 있었을까?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딱 나같은 사람을 위한 소설이란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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