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
조슈아 페리스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레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환승장. 계단을 오르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뒷모습을 보면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출근길을 재촉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구직시절에는 한없이 부럽기만 하던 그들의 뒷모습이, 직장 3년차가 되면서 서글프게 느껴졌다.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라면? 아마도 또 다른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는 정리해고와 함께 불어 닥친 대도시 어느 고층빌딩의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여느 평범한 직장인처럼 아침에 출근을 하고, 이메일을 체크하고, 동료들과 잠깐의 티타임을 갖은 후, 웹 서핑을 하고, 그날의 업무를 시작한다. 가끔 일이 하기 싫은 날은 삼삼오오 모여 상사 흉을 보기도하고 누군가의 뒷 담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우리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버지니아 주 알랑틴의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한 남성이 최근 책상에 앉은 채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나흘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못했다. 나흘 뒤 직장 동료들은 과일 썩는 냄새가 난다고 불평했다. - 196쪽  
   

옆 동료가 죽은지도 모르고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한다는 이 내용은 살벌하고도 무서운 직장내 동료애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도 그렇다. 아내에게 받는 자격지심으로 우울증까지 앓는 칼이 동료에게 상담을 요청하지만, 그 동료는 소문 퍼트리기에만 급급하다. 딸  아이를 잃은 재닌은 점심시간마다 동네 놀이터에 가 멍하니 앉아있는데, 그것을 우연히 본 동료는 팀원 모두를 돌아가며 데리고 가 그녀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비웃는다. 옆 동료가 짤리지 않는다면 내가 잘리는 상황. 그러한 무한의 경쟁이 나은 직장인들의 슬픈 모습이다.

등장인물이 다소 많아 읽기는 힘들지만 앞 부분에 등장인물에 관해 간략히 정리가 되어있어 도움이 된다. 전체적인 구성은 메인 스토리가 있기 보다는 자잘한 에피소드가 많다. 아마도 직장에서 일어나는 진정한 호모 오피스쿠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직장의 일상을 너무나 치밀하게 묘사해 때로는 내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섬뜩함이 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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