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초 - 순식간에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결정적 행동의 비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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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잃어본 경험이 있는사람이라면 그 번거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음을 잘 알거다. 지갑에 들어있는 돈은 잃어버린다 치더라도 주민등록증이며, 각종 카드와 받아 놓은 명함들, 게다가 한 장 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 담긴 사진까지 담겨있다면 거의 미친다. 그런데 이렇게 잃어버린 지갑을 다시 찾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열쇠는 바로 지갑에 담겨 있는 사진 한 장에 있다.

<괴짜 심리학>에서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기상천외한 심리 실험으로 '괴짜 심리학자'라는 애칭을 가지게 된 리처드 와이즈먼이 이번에는 "순식간에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결정적 행동의 비밀"을 파헤쳤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누군가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채 안되는 59초! 이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에게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심리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해 각종 심리실험에 대한 결과를 토대로 이번 책 <59초>에서 보여준다. 

앞서 이야기한 '잃어버린 지갑'에 대한 실험 역시 59초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길을 걷다 지갑을 줍고 이것을 돌려줄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하는 데는 1분이 채 안걸린다. 지갑을 주웠다면 우선은 안을 열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갑이 그렇듯이 열자 마자 보이는 곳에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타 지갑과 같은 각종 카드와 지갑 보다는 어떠한 개인의 자신을 도드라지게 보여줄 사진에 눈이 가게된다. 리처드 와이즈먼은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그는 웃는 아기, 귀여운 강아지, 행복한 가족,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노부부, 그리고 아무것도 넣지 않은 지갑을 준비한다.  이렇게 네 장의 사진과 사진이 없는 지갑을 잃어버려 일주일 안에 몇 퍼센트의 지갑이 돌아오는가를 살핀다. 각각 40개씩 잃어버렸는데 아무것도 넣지 않은 지갑은 6개만 돌아왔고, 노부부 사진, 강아지 사진, 가족 사진은 각각 11개, 19개, 21개가 돌아왔다. 그렇다면 가장 성적이 좋았던 사진은? 바로 아기 사진이다. 35개가 돌아왔다. (이에 대한 이유로 리처드 와이즈먼은 아기 사진에 대한 반응은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고 후에 자세한 이론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1분 안에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는 방법 

1. 감사하는 태도를 길러라
2. 지갑에 아기 사진을 넣고 가지고 다녀라
3. 부엌에 거울을 걸어놓아라
4. 사무실에 식물을 놓아두어라
5. 호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의 위팔을 가볍게 만져라
6. 관계에 대한 글을 써라
7. 상대가 거짓말할 것 같으면, 이메일로 용건을 말하라고 써라
8. 아이를 칭찬할 때에는 능력보다는 노력을 칭찬해라
9. 목표를 달성한 모습이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하라
10. 자신의 유산을 생각하라

 
   

 

기존에 우리가 아무런 의식 없이 믿고 있었던 상식과 통념을 깨는 이야기도 수두룩하다. 자기계발에서 활용되는 '자기 최면(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보고 그려보는 일)'은 효과가 없음이 밝혀진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외팅겐은 졸업반 학생들에게 '대학 졸업 후 꿈꾸는 일자리를 얻는 것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상상에 빠지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2년 동안 학생들을 추적한 결과 성공한 상상에 자주 빠진다고 대답했던 학생들일수록 구직활동을 덜했고, 취직도 덜 되었으며, 보수도 훨씬 적게 받았음이 밝혀졌다. 

 또 다른 하나는 브레인스토밍에 관한 것이다. 1940년대 초 광고 회사의 중역이던 알렉스 오즈번(Alex Osborn)이 한 “보통 사람은 혼자 일할 때보다 집단으로 일할 때 두 배나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는 주장은 지금까지 창조적인 업무를 하는 필드에서 경전처럼 믿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영국 켄트대학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혼자 일하는 것보다 집단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이디어의 양과 질 모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880년 후반 프랑스 농업고학자 막스 링겔만이 한 실험과도 연동이 되는 것인데 당시 밧줄을 끌어 짐을 올리는 사람들의 무게를 분석해본 결과 혼자 일할 때는 각 개인이 85kg을 끌어올렸지만 집단으로 일할 때는 한 사람당 65kg밖에 끌어올리지 못했다. 혼자서 일할 때는 순전히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그 결과가 달려있지만 집단이 되었을 때는 '사회적 나태'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을 해줄 경우는 정말 너무나 아무생각 없이 말을 던지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었다.

일상에서 써먹을 수 있는 소스도 풍부하다. 적절한 스킨십으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방법, 연인과 혹은 부부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 짧은 시간 안에 면접관의 호감을 사는 방법, 거짓말 하는 상대를 간파해내는 방법, 매번 실패하는 다이어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 등 심리실험을 통해 밝혀낸 목표 달성을 위한 그만의 재미난 방법들이 등장한다.

이전의 책과는 달리 <59초>에는 갖가지 팁들로 읽는 재미를 더했다. '59초 코치'라는 색션은 실생활에서 우리가 직접 훈련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을 제시해주고 있고 갖가지 그림자료는 직접 체험해보면서 글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 '59초'라는 책 제목을 잊게 될만큼 이 실험이 그것과 무슨 상관이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갖가지 심리 실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역시나 괴짜 심리학자임을 증명해준 리처드 와이즈먼, 그냥 재미있는 심리 교양서를 뛰어넘어 심리 자기계발의 세계로 그 세계를 넓힌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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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 21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전유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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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동화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주 어린 시절, 혹은 너무나 유명해 자주 화자되는 이야기를 빼고는 동화는 거의 읽지 않았는데 요즘은 <소공녀>라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든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동화들을 찾아 읽게 된다. 어른이 동화를 읽는다는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동화 : 童話, fairy tale'의 사전적 정의 역시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기초로 해서 지은 이야기로서 아동문학의 한 부문"이듯 동화를 읽는 어른은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동화를 읽고 그 안에서 감동을 받는 나는 아직 어른이 된 게 아닌가보다. 

오스카 와일드 역시 '아름다움'을 꿈꾸는 (앞에 이야기 한 관점에서 보면)소년이었다. 아일랜드 태생의 소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현실에서의 고민을 동화라는 장르를 통해 표현했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어떤 지침을 주는 것보다는 간결하고 상징적이며 짧은 이야기 속에 압축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넣을 수 있는 동화라는 장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실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예술철학을 동시에 담은 동화를 통해 현실의 참혹성, 매말라가는 사랑, 착취하는 우정, 우스꽝스러운 권력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런 오스카 와일드의 9편의 단편을 모아 놓은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주고 초라한 모습으로 철거된다는 이야기인 <행복한 왕자>를 비롯해 인간의 이기심을 빗댄 <자기만  아는 거인>, 사랑의 잔혹성을 꼬집는 <나이팅게일과 장미꽃>, 자만심을 경계하는 <별에서 온 아이>, 속이 아닌 겉을 중시하는 사람들 <공주의 생일>,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는 <헌신적인 친구> 등 한편 한편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이 담겨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헌신적인 친구>에서처럼 '친구'라는 이유로, 내가 너에게 이만큼을 줬으니 너도 이만큼을 해줘야 한다는 명목으로,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는 고려하지 않은채 이기적인 부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이팅게일과 장미꽃>에서처럼 누군가는 나를 위해 가슴에 가시가 박히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 나는 그 피로 피어난 장미꽃을 받아 그냥 말려 죽이고 있는 건 아닌지, <공주의 생일>처럼 나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짓밟고 있는건 아닌지를 생각하게 한다. 

<어부와 그의 영혼>이나 <비범함 로켓>처럼 고도화된 상징과 추상화로 이해가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으면서도 자꾸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의 서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따라서 와일드의 단편들은 당대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단순히 '좋은  이야기'를 듣는 어린아이보다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순수함을 잃은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내가 동화를 읽는 이유도 시기와 질투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 않은 작은 발버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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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철학자 펭귄클래식 1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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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마다 읽고 싶은 이유는 다르다. 어떤 책은 작가가 좋아서, 어떤 책은 제목이 좋아서, 어떤 책은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를 대라면 정말 '그냥'이다. 책을 보는 순간, 작가가 누구고, 제목이 무엇인지에 관계없이 꼭 내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정말 정확했다. 내게 어울리는, 아니 내가 꿈꿔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위대한 개츠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이다. <바다로 간 해적>, <얼음 궁전> 등 총 8개의 단편에 8명의 아가씨가 등장한다. 그녀들은 모두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각자 자신만의 사랑을 꿈꾸고 있으며, 각자의 이상을 그리고 있으며, 서로 다른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한편 한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1920년대 미국의 자유분방하며 반항과 도전을 일삼는 일명 나쁜 아가씨들의 기성가치로부터의 해방을, 진취적인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도대체 왜 그자와 결혼하고 싶은 건지 말 좀 해봐라."
아디타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건 아마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확신에서 나오는 용기와 상상력을 가진 내가 아는 유일한 남자이기 때문일거예요.
어쩌면 사방으로 날 쫓아다니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쓰는 바보 같은 젊은 남자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고요."

_ <바다로 간 해적>, 25쪽 

<바다로 간 해적>의 아디타는 수많은 남자들의 구혼을 받는 매력적인 여성이지만 그런 남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녀가 찾는 사람은 집안이 좋은 사람도, 단지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도 아니다. 그녀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 생각할 줄 아는 남자를 꿈꾼다. 그리고 그런 아디타에게 한 남자는 멋진 청혼을 하게 된다. 해적을 만들어 고립된 상황에서 대화를 끌어내고, 마지막에 멋지게 청혼하는, 말 그대로 용기에서 나오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임을 몸소 보여주어 그녀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바다로 간 해적>은 그 내용을 별이 쏟아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 묘사와 함께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머리와 어깨>도 인상적인 단편 중 하나다. 17세에 석사를 마친 미국 철학계에서 주목받는 천재 호레이스와 일개 코러스걸에 불과한 댄서 마르샤의 결혼은 센셔이션을 일으켰다. 예일과 프린스턴 양쪽 학게에서는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던져버렸다고 호레이스의 결혼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 둘은 사랑했기에 더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다. 서로를 머리와 어깨로 부르며, 호레이스는 머리의 역할을 마르샤는 어깨의 역할을 하며 서로의 부족함을 매꾸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호레이스는 댄스를, 마르샤는 독서를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한 신문 기사가 인용되어 나온다. "이 젊은 부부는 자신들을 머리와 어깨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물론 타박스 부인이 저술과 정신적 분야를 담당하고, 남편은 유연성과 민첩함으로 어깨를 담당하여 가정의 부를 형성함에 있어 각각의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서로를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이들은 서로가 바뀐 모습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 두 단편 외에도 풍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남부 사람인 샐리 캐롤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북부에 가 결국 이질적인 문화를 견디지 못한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은 <얼음 궁전>,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모든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사촌 마조리 곁에 사는 평범한 버니스가 그녀의 조언으로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하고 결국 마조리의 시기와 질투에 머리를 잘라버리는 <버니스 단발머리를 하다> 등등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 하나 하나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1920년대 사교계의 모습과 그 시대를 풍미하던 매력적인 여성들의 모습, 그리고 그녀들의 도발적이면서도 당찬 생각들. 그것들을 읽다보면 지금보다 그때 그녀들의 사유세계가 더 풍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 표지에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아마 외모에서 풍기는 것도 물론이긴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그녀들의 내면세계가 함께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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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의 해석 - 머리를 쓰는 즐거움
루돌프 키펜한 지음, 이일우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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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려하면 더 캐고 싶고, 캐내려 하면 더 숨기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아무도 풀지 못하는 암호를 만들려는 사람과 무엇이든 풀어내려고 하는 암호 해독자. 인류의 역사는 이  둘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암호’라는 세계만큼 흥미로운 분야도 없다. 한때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다빈치 코드>도 숨겨 놓은 곳곳의 상징을 풀어내어 놀라운 사실을 밝혀내는 내용이었으며,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선덕여왕>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복야회의 암호가 등장해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암호는 역사를 뒤집기도 하고, 역사를 만들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존재다. 

<암호의 해석>은 이러한 힘을 가진 암호가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 왔는지, 그리고 그 암호가 어떠한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고, 어떻게 그 비밀의 베일을 벗게 되었는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수학적 논리와 일정한 공식에 의해 풀 수 있는 암호에서부터 수많은 것들과의 관계와 고차원적인 계산 능력을 결합시켜서만이 풀 수 있는 암호까지 매혹적인 암호의 세계가 펼쳐진다.

수학적인 계산 보다 역시 재미있는 건 문장 속에 숨겨 놓은 메시지를 해독하는 부분이다. 아주 평범한 문장 속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는 거다.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은 엽서에, 책 속에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몰래 숨겨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있던 수용소에서 로스앤젤레스 FBI에게 배달된 엽서는 앞 두 단어 속에 피해상황에 대한 정보를 담아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실제로는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 썼다고 의심하던 피비언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BCOAN을 숨겨 놓은 구절을 밝혀낸다(피비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실생활에 사용되고 있는 암호들도 있다. 계좌번호라든지, 우리가 쓰는 신용카드, 전자신분증 등에도 수식화 된 암호들이 있다. 원리가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수학적 이해를 필요로 하지만 어떠한 원리가 숨어있는지 살펴보는 재미는 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쪽지를 주고받다 친구들과 암호를 만든 적이 있다. 걸리더라도 선생님이 내용을 모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자음과 모음을 쭉 늘어놓은 다음 원하는 글자를 뒤에서부터 세서 썼다. ‘ㄴ’을 쓰고 싶으면 앞에서부터 2번째 있는 글자이니, 뒤에서부터 2번째 글자를 찾아 ‘ㅍ’을 쓰는 방식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수학적 암호보다는 텍스트 속에서 암호를 찾는 게 내게는 아직까지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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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어글리 시리즈 1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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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보는 방법은 단 한가지뿐이고, 모두가 거기에 동의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 소설 <어글리>에서 성형미인을 거부하는 셰이의 이 말은 지금의 우리 모습을, 우리 사회의 세태를 꼬집는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몇 안되는 영화관에서 두번 본 영화다. 무슨 그런 영화를 두번이나, 그것도 영화관에서 보느냐고 하겠지만, 그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어리석은 사람들, 외모지상주의를 우러러보는 사람들에 대한 통쾌함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같은 영혼의 소유자이지만, 껍데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혀 달른 사람을 대하듯 하는 사람들.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깔보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날씬하고 예뻐진 모습으로 나타난 나에게 넙죽 엎드리며 우러러보는 모습에서 겉모습의 환영에 매달려 진실은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보였다. 그 모든걸 알고 있는 주인공은(그리고 관객들은), 그런 멍청이들에 대한 조롱과 우롱의 웃음을 마음껏 던지며 통쾌함을 맛볼 수 있는 영화였다.

예뻐지고 싶음은 모든 여성들의 거부할 수 없는 욕망이다. 예쁜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우러러보는 로망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그런 로망을 담아 모든 사람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마을이 있다. 열여섯 살 생일이 되는 날 전신 성형을 통해 못난이에서 예쁜이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열여섯 생일이 지나면 못난이 마을에서 예쁜이 마을로 넘어가 신나는 삶을 살아간다. 예쁜이 마을에는 어떤 우울함도, 자괴감도 없다. 매일같이 파티가 열리고, 웃음만 넘쳐난다. 모든 못난이들은 그래서 열여섯 생일만을 기다린다. 

소설 <어글리>는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스콧 웨스터펠드의 '어글리 3부작' 중 그 첫번째 이야기이다. 청소년들의 본질적인 욕망, 아니 유치원생부터 예순 살이 넘은 어른들까지 가지고 있는 "예뻐지고 싶음"의 욕망을 풍자적으로 그린 책이다.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탤리는 어느날 '예쁘다는 것의 기준'에 의문을 품고 있는 셰이를 만나게 되고, 성형을 하지 않아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스모크 마을이 있음을 알게 된다. 못난이는 "기형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던 탤리. 예쁜이로 새롭게 태어날 날은 2주일 앞두고 스모크 마을의 존재를 알게 된 그녀는 점점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게 된다. 

커다란 눈, 도톰한 입술, 매끄럽고 깨끗한 피부, 대칭형의 생김새, 늘씬한 S라인 몸매가 정말 예쁨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모두가 똑같이 그러한 모습으로 이 길거리를 활보한다면 세상은 더 즐거워지고 아름다워질까? 예뻐지고 싶은 욕망, 그리고 예뻐지는 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비난 당해야 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다. 지금 우리는 소설 속 셰이의 말대로 팔등신 바비인형이 미의 기준이라고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나만의 개성이 나타나고, 그동안의 삶이 오롯이 베어나오며, 고유의 매력이 묻어나는 것. 그 안에서야 말로 우리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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