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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큐의 경제학 - 5판
그레고리 맨큐 지음, 김경환 & 김종석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원론서 치고는 어렵지 않은 서술]
경제학 콘서트처럼 교양 차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비전공자들을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 전공자들, 또는 관련 분야를 공부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전공서적들 중 가장 보기 편한 책 중 하나이다. 서술도 어렵지 않고 개별 용어는 사전처럼 옆에 잘 정리 해놓았으며, 각 단원의 마지막에 나오는 핵심과 용어정리도 훌륭하다.
[실제 경제생활과 밀접한, 그러나 조금 먼 적용환경]
이론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보다 풍부한 사례와 도표를 통해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경제학의 기초를 다지기에 좋다. 그리고 실제 경제 생활에 대한 예시를 풍부하게 들고 있고, 책의 크기만큼이나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이 책은 일반적인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먼저 시장을 긍정한다. 예를들면 ‘석유 파동이 지속될 수 없었던 이유’처럼 일시적으로 또는 가끔 볼 수 있는 ‘시장의 비 합리성은 결국 정상적인 틀 속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시장의 힘을 긍정한다. 이 과정에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사건에 기초를 두고 설명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시장의 순기능에 대해 공부하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경제를 설명하는 방법을 배우기에 적절하다.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책으로 경제학을 시작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채권 이나 금리를 예측하고 설명하는 경제학적인 틀을 설명하는데 있어 ‘미국’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무역이나 환율도 ‘미국’이라는 대상을 두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적인 틀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비슷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도 상관 없지만,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현실과 거리감을 느껴 경제학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의 제도적인 부분이나 수입 수출에 대해 저자가 말하는 ‘국가’라는 것은 당연히 ‘미국’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으며, 약간의 응용력이 필요하다.
[‘시장의 긍정’이라는 경제학의 기본 틀.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기여한 부분 중 중요한 점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외부의 불필요한 개입”으로 나타나는 시장(또는 사회)의 ‘비효율성’을 잘 보여주는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등 여러 가지 항목이 있지만…… 그 중 하나라는 이야기 ^^) 이 책 또한 이런 입장에 충실하며 자유 경쟁을 옹호한다. (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브라운스톤님의 “불행으로 끝난 선의의 경제정책들” 이라는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이를 통해 지금까지 규제와 보호를 강조하던 대다수 사람들의 통념을 깨고, 정부 정책의 비 효율성을 이야기 하며, 진정으로 효율적인 길 까지도 제시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경제학도가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이런 세상이 ‘효율적’인가 하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마이클 센델의 ‘실용주의’에 대한 설명(책이나 강의 모두 좋지만 강의 중 학생 의견을 참조)에서도 계속 다루어지는 문제인데, “과연 인간의 존엄”이나 ‘생명’ 같은 문제가 ‘돈으로 표현되는 효율’만으로 성립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철학이나 신앙 등이 없는 단순 효율에 따르면, 안전장치 설치 비용보다 자동차 사망사고 보상금이 낮은 경우 안전 설비를 달지 않는 것이 경제학이 말하는 효율이 아닐까? 혹은 지금 미국의 의료 제도는 논란이 많은데,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정책이 효율을 저해하는 규제로 여겨지고, 이를 위한 추가적인 세금 징수도 없어져 ‘가난한 자들은 치료 기회까지 박탈당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정말 ‘효율적인 상태’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그토록 바꿔보려 하는 미국의 의료제도가 저자의 눈에는 진정 효율적으로 보일까? 미국과의 자유무역으로 전체의 효율은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국민의 복지는 사라진 멕시코의 사회는?
시장의 긍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티글리츠는 “보이지 않는 손은 없어서 안 보인 것”이라 말했겠지만, 사실 아담 스미스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시장이 알아서 효율을 찾아가기에 독과점 규제 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고,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독과점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그가 말하는 자유 개방 경제가 어디까지 적용 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여담이지만, 시장을 자유롭게 놔두어야 한다는 맨큐교수가 일했던 2003~2005년의 미국 정부도 타국에게 수많은 덤핑 관세를 부과해 자국의 산업을 ' 시장 외적인 요소'를 이용해 보호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런 시사적인 부분이 아니라 “경제학 원론서”로만 접근한다면, 많은 사진과 예시, 그리고 쉬운 설명을 하고 있으며 처음 경제학을 접하는 사람들이 기본적 토대(시장의 긍정)를 닦기 좋다. 주변에 여백도 많아 필기하기도 좋다.(만 이 때문에 책의 크기와 무게도 증가.^^;;)
따라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경제 공부 시작하라’나 ‘경제학 콘서트’ 처럼 한국인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작은 책이 더 좋지 않을까…. 그리고 혹시 깊은 공부를 원한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같이 읽으며 균형을 잡는 것은 어떨까?
시장과 자유 무역에 대한 한없는 긍정이 현대 자본주의의 진보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고, 여기에 근거를 두고 경제나 경제학이 발전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그림자까지 보는 공부 또한 필요하진 않을까……
그래서…… 맨큐 교수의 책들만으로 경제학 공부를 마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