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바깥 일을 보게되었다.

일을 마치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봄날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데, 봉은사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그 이름이 유구한 봉은사로구나... 봉은사에 들렀다 가자...생각하고는

 

 

 

 

동료에게 봉은사로 방향을 틀자고 했다. 그랬더니 동료가 묻는다.

어구, 이거 놀다 들온거 누가 알면 눈총받아요~

걱정 말게나, 놀러가는게 아니라 봉은사로 공부하러가는 거라구^^ 했다.

그랬더니, 하긴요, 불자세요? 

아닐세...

아, 네... 절에는 자주 가시나요?

자네, 나를 인터뷰하나? 라고 물었더니 이 친구 썩소를 날린다. 머쓱한 모양이다.

 

기회가 되면 들르곤 하지만 자주 가는 편은 아니네... 사찰은 종교의 개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 역사의 일부이고 우리의 문화로 인식하는 편이라네... 교과서에서도 불상과 불탑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면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 문화적 관점이 투영된 것이 아니겠는가....했더니,

듣고 보니 그럴 듯 한데요.. 라고 대꾸 했다.


그렇게 봉은사에 당도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안내하시는 분께서 말을 건넨다.

“보살님, 저~쪽에 주차하시면 됩니다”

순식간에 속세의 내 동료는 보살이 되고 말았다. 동료가 씩 웃으며 말한다.

저더러 보살이래요^^

보살이 어디 따로 있는 것이던가. 부처님을 찾아 뵙고 좋은 말씀을 배워 행하면 그 사람이 보살이란 말씀이겠지...

그러니 자네도 보살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라 생각하시게나... 그리고 앞으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면 되지 않겠나...하고 말해 주었다.


동료가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말했다.

생각해보니 예수님도 사랑하라 말씀하셨고, 부처님도 자비를 행하라 하셨고, 공자님도 사랑하라 말씀하셨는데 그럼 모두 사랑하며 살라고 말씀하신 거네요?

 말을 듣고보니 동료의 말이 딱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한마디 덪붙였다.

어이구, 자네가 참 그리 좋은 말을 해주다니... 자네 참 멋지구먼... 오늘은 자네가 나의 스승일세. 했더니 동료가 으쓱~한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렇게 대웅전으로 향하다보니 쌀을 무인 판매하는 곳을 지나게되었다.

하여 작은 쌀 한봉지를 사서 부처님 앞에 올려 놓았다. 대웅전의 부처님 앞에는 많은 분들이 와서 정성을 들이고 있었고, 스님께서 중생을 위한 좋은 말씀을 하시는 중이었다.


해서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스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데, 스님께서 참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말씀의 주제는 ‘살림살이’였다.


'살림살이'에 대한 스님의 말씀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살림’이라는 말은 ‘사람을 살린다’라는 말에서 왔다고 한다.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이 ‘살림’의 뜻이라는 것이다. 살림살이를 잘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가족의 삶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인데, 이는 비단 가정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늘 타인과 마주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타자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를 '살림'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님께서는 더불어 부처님 말씀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씀이 있다고 하셨다. 이는 각 개인이 자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일깨우는 말씀인 동시에, 타자 또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내포하고 있는 뜻이라는 것이다. 내 스스로가 천하에 중요한 존재이듯이 타자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그러므로 살림이란 비단 가정 내에서의 의미를 넘어 타자의 존재를 늘 염두에 두고, 경우에 따라서는 타자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라고 말씀 하셨다. 내것이 소중한 것이라면 타자의 것도 마찬가지로 소중한 것이니 그 타자의 소중함을 인정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라는 말씀이지 싶다. 우리는 살림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한동안 이 말씀이 떠나지 않을 것만 같다..


 참으로 마땅하고 또 마땅한 말씀이구나 싶고, 봉은사에 들르지 않았더라면 이런 말씀을 또 어디에서 들을 수 있었을까 싶다. 만에 하나 어제, 같은 시간에 봉은사에 들르셨던 알라디너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분께서도 같은 말씀을 들으셨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고 보니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꼭 논리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닌 듯하다. 논리를 따지자 면이야 못따질 것도 없을 것이지만, 논리 이전에 인간사는 나의 존중과 더불어 타자를 배려하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는 논리를 앞선 가슴의 문제인 듯도 하다. 냉철한 이성의 논리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겠다. 더불어 세상은 논리와 이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우리들의 이웃을 논리와 이성만으로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이웃 사촌이라는 말은 논리의 중요성 이전에 ‘마음’의 중요성을 함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동료의 말이 새삼 다기온다. 나의 동료가 오늘은 정녕 나의 스승이 되어주었구나...부처님의 말씀이든, 예수님의 말씀이든, 공자님의 말씀이든 그 어느 분의 말씀이든 모두 귀중한 말씀이다. 이 귀중한 말씀을 따르고 행하며 살아간다면 그 어느 분의 말씀인가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이 보살이요,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행하는 사람이 크리스찬이고, 공자의 말씀을 행하며 살아간다면 유자인 것을... 시대를 앞서갔고 세상을 위해 모두 소중한 말씀을 남기고 가신 분들 중 그 어느 분의 유지를 따른들 세상에 해가 될쏘냐...이 모든 것이 마음이 없으면 행할 수 없는 것이고, 뜻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거늘...그러니 우리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듯 오늘은 뜻하지 않게 봉은사에 들러 일생을 두고 잊지 못한 귀한 말씀을 게 얻게된 것이다. 비록 많은 분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대단치 않은 깨달음 일지언정, 내게는 참으로 잊을 수 없는 말씀이며 비록 이제나마 깨달은 것이지만 소중한 가르침이지 않을 수가 없다.

 

  밖으로 나오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래....저기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 이외의 누군가를 위한 살림살이를 위해 저렇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그리고 저마다 천하에 유일하고 고귀한 존재들인거지...그러니 세상의 모든 이들다 다 소중한 사람들 아니겠는가...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따스하다. 봉은사는 비록 도심 한 복판에서 빌딩으로 둘러쌓인 채 자리하고 있지만 결코 세상과 단절된 공간이 아니었다. 주변으로는 세상의 문명이 감싸고 있지만 사찰이라는 완전히 딴 세상처럼 느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깨달음을 얻는 붓다는 그러나 저 세상속의 모든 사람들과 그렇게 서로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좋은 가르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싶어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워 즐거운 마음으로 짧은 방문기를 마친다...

 

 

 

봉은사의 정문을 나서면 바로 도회지의 빌딩들이 즐비하다. 바로 앞에는 삼성동 무역센타가 자리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이름 모를 쌍둥이 빌딩이 높이 보인다.  

동료가 말을 건넨다. 이런 곳에 사찰이 있다니...놀랍군요. 빌딩의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잖아요?  라고 말하길래,  대꾸했다.

 봉은사가 도심 한 복판에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빌딩들이 봉은사를 둘러싸고 자리 잡은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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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2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은사 한번도 안 가보았어요
삼성동 무역센타 근처란 말이지요?
음 언제 가 보아야겠네요
저도 어제 종로에 불교 박물관이 있는 걸 보았어요 자세히 볼 시간이 없어 그냥 오긴 했지만.
삶과 책이 연결된 페이퍼 참 좋네요

차트랑 2012-04-27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하늘바람님,
삼성동 무역쎈타에서 바로 찾으실 수 있습니다.
경기 고등학교와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하는데요
경기고 학생들은 부처님을 등에지고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매년 그러하듯이 봉은사에서도 4월 초파일에 멋진 행사를 합니다.
물론 부처님 오신날이 오기 훨씬 전부터 행사를 시작하는데요
볼거리가 좋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커다란 공부방에서는
한지로 만든 작품들이 아주 다양하고 장관입니다.
안에서 불빛을 발할 수 있도록 등을 켜 놓았는데
이 장면은 쉽게 볼수 없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불자는 아니지만
몇 해 전 부처님 오신 날 봉은사를 찾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본 모습입니다.

혹시 방문하실 기회가 되신다면
카메라를 준비하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쉽게 볼수 없는 장면들을
오래도록 추억에 담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제가 좋다고 말씀드린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ㅠㅠ.)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늘바람님

카스피 2012-04-2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좋은 글이십니당^^
근데 저기 사진속 건물은 빌딩이 아니고 현대 아이파크 같은데요.커다란 부지위에 단 3동이 있다는...맨 위층에선 한강변이 보인다고 하는 곳은 매매가가 수십억이라는 ㅎ ㄷ ㄷ 한 아파트 단지에요

차트랑 2012-04-28 19:08   좋아요 0 | URL
저도 오우,
아주 유명하신 카스피님 아니세요?
이렇게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카스피라는 닉네임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행여 실례가 되지 않을까하여
그동안 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와중에 이렇게 찾아주시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 건물이 현대 아이피크였군요, 무척 좋은 곳이네요^^
늘 눈에띄는 건물이건만 오늘에서야 건물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사실 저는 집 옆에 맥도날드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는데 5년이나 걸렸답니다
길치에다가 눈치 코치가 없어가지고
늘 직원과 동행을 해야 업무를 보러 다니는 실정입니다 ㅠ.ㅠ
그러니 오죽하겠어요

그리고
카스피님의 서재에 조만간 방문드리고 답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stella.K 2012-04-2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이미지가 바뀌었네요. 누구시더라...?ㅋ

차트랑 2012-04-28 19:16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저의 서재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재의 이미지를 바꾸어도 되는 것이 줄 깨닫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재를 관리하는 것이 참 어렵더군요.
다른 분들은 맨 위의 책장을 잘도 꾸미시던데
저는 영 안되더라구요.
다른 분들 다 잘하시는데 어떻게 저만 안되는거 같어요 ㅠ.ㅠ

언젠가 나비님께서 지적해주셔서
다시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저로서는
할수가 없는 일이더군요.
그래서 이미지만 한 번 바꾸어 봤는데 글쎄..
그게 바꾸어지데요??

그렇다고 못난 제 사진을 내놓고 걸수도 엄고..^^
살짝 뽀샤샾해가지고서^^ 새로걸어 봤습니다.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스텔라님..

마음을데려가는人 2012-04-2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의 뜻이 아주 멋지네요.
주부들이여, 자신을 가져라!!
나의 가족뿐 아니라, '너'까지 살림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회가 되겠어요 :)

차트랑 2012-04-28 2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음을 데려가는 人님,
행복한 사회는 모두가 바라는 사회일 것입니다.
말씀처럼 나의 가족, 그리고 너까지 살림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을 데려가는 人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