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그 어느 해의 여름보다 유독 더 뜨겁고 더웠다.
아싸~ 날더운데 땡땡이 치자~!

그렇게 마음 먹으니 산책하기를 거의 빼먹다시피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자, 아예 발길을 끊었다.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다시 시작하는 일은 이런 저런 핑계로 늦어졌다.

연휴가 끝나가는데, 매봉산아 다시보자, 드디어 오늘 다시 시작이다!! 이렇게 작심을 해야 일관성을 유지해갈 수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AI 에게 물어봤다. 매봉산의 높이는?
답은 아래와 같았다.
"해발 95m, 둘레길 2.5 km"  
山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그래서인지 괄호 열고 닫고 근린공원이라고 써있다.

"10분 이내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고 알려준다.

뭐 10분? 그건 AI 니생각이구~~!!!

사실 내게 95m 짜리 매봉산은 에베레스트(8,848 m)와도 같은 산이었다.

건강이 더 나빠지자 95m의 뒷동산도 에베레스트만큼 상대하니 어려운 산이었다. 오르내리며 쉬어가기를 마치 950m의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처럼 했다.
문제는 산이 아니라 나의 저질 건강이었던 것이다.



[[[ 산 정상에는 돌탑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건 저의 신발이 아닙니다. 누구의 신발인지 저는 모릅니다 ㅠ ]]]

 


매사가 그러하다. 문제는 늘 본인에게 있는것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해결 방안이 나오고 문제를 개선시키기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하루 하루 매봉산을 오르내리며 정신을 차려갔다. 그리고 수년이 흘렀다. 일관성있는 뒷동산 오르내리기는 그에 맞는 결과를 내게주었다.


상태가 좋아지자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한다. 게으름 역시 그만한 결과를 내게 가져다준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인과가 함께한다. 원인 없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이치이다.

오늘 부터 시작이다.





사실, 10 수년 전부터 몇 년 전까지 매봉산에 토끼들이 살고 있었다. 개체 수가 적지 않았다.

사연은 이러했다. 어린 토끼를 귀여워한 누군가가 한쌍의 토끼를 집으로 데려가 키웠다. 점점 자라 토끼가 어른이 되자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매봉산에 방생했다. 그 토끼들은 죽지 않고 생존에 성공했다. 토끼에게도 방생한 장본인에게도 모두 천만 다행한 일이지 않은가.... 방생한 장본인은 속으로 분명 죄책감에 사로 잡혔을 것이다. 살이있는 생명체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는 양심의 소리가 자신의 내부에서 들려왔을 것이다. 밤마다 토끼가 나오는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향한 누군가의 비난은 자신이 떳떳할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남들이 모르는 일일지라도 자신의 양심이 스스로를 아프게 찔러오는 비난을 듣는 사람은 무척이나 괴로운 법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내다버린 생명체들이 잘 생존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그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토끼에게도 자신에게도 모두 다행한 일이다.  


여하튼, 개체수가 점점 늘어났고 이들을 돌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 사람이 축사도 지어주었다. 겨울에 먹이도 제공했다. 해가 가면서 소문이 동네에 퍼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산에 토끼들이 산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더불어 의견도 분분해졌다. 토끼를 원치 않았던 누군가가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구청 직원이 와서는 민원이 들어왔고,  축사는 불법 건축물이라며 철거해야한다고 말했다.



[[[ 매봉산 토끼, 사진 출처 ㅡ 네이버 블로그 루나의 정원 ]]] 


그러자 토끼를 보살피던 주민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그렇게는 못하겠소! 하며 구청에 강력한 항의를 했다. 이들은 구청에 찾아가 항의했다고 전한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이기지 못한 구청에서는 결국 축사 철거를 포기했다. 눈 딱 감고 모르쇠 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곳은 서서히 명소가 되었다. 주말이면 남녀노소 모두가 모여들었다. 특히 부모의 손을 잡고 어린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어린 아이들의 놀이터로 좋다는 소문이 났던 것이다. 유모차들이 북적였다. 아이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토끼들에게 풀을 뜯어주며 가까이 지내는 것을 즐거워했다. 주말이면 공원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마치 활기찬 시장같은 분위기 였다.  도심 한 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니, 믿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주말, 작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정말 보기 좋았다. 토끼들이 여기저기서 풀을 뜯거나 졸고 있었다. 아이들과 숨박꼭질하는 토끼들도 있었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그 토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들이 사라졌다. 그 많던 토끼들이 말이다.
어찌된 일이더란 말인가!!!



[[[ 매봉산 토끼, 사진 출처 ㅡ 네이버 블로그 그린러버의 세상이야기 ]]]



전하는 말로는 고양이들에게 모두 잡혀먹었다고들 했다. 이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다시 AI에게 물어봤다. "그 귀엽던 매봉산 토끼들은 죄다 어디로 간가지?" 라고. AI가 답해준다, "공원정비 과정등에서 토끼들을 철수 및 이동하여 지금은 토끼들을 산책로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제 납득이 간다. 우쒸~!!!


정비를 한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토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정비였다. 너무나도 속이 상한다. 구청에서 결국 뜻을 관철시킨 것이다. 
구청장이 누구더냐???  이 매정하고 인간미 없는 인간아!!!
그 토끼들이 주민들에게 어떤 기쁨을 주면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기나 하냐??
그리고, 꼭 그래야만 했냐??? 꼭 그래야만했냐구!!! 


이제는 유모차도 어린 아이들도 찾아오지 않는다. 텅빈 도시 한 복판의 허전함이 느껴진다. 삭막한 그 쓸쓸함 말이다. 활기있던 곳이 텅 빈것만 같다. 있다가 없으면 처음부터 없었던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살아있는 동물들이 움직이는 모습 바라보는 기쁨을 다들 아실것이다. 부산에 상어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니던가. 토끼들아, 어디서 잘 살고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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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아이인가 2026-10-05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청장은 목소리 큰 사람들 말을 반영합니다...민주주의
들먹이며 다수의 의견이니 어쩔 수 없다. 일하는 분들
뱃속으로 갔을 수도 있겠네요!
˝다수가 정한 일이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쇼펜하우어의 말입니다.

차트랑 2026-10-05 21:0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지금은 선물님,
저의 서재를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더욱 속이 상하는군요.
사라진 토끼들이 어린이들에게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구요.
아이들 부모님들도 좋아했거든요.

그 기쁨을 강탈당한 이 느낌...
속이 쓰립니다 ㅠ

말씀해주신 쇼펜하우어의 통찰이 오늘 따라 제게는 더
크게 들리는군요 ㅠ

편안한 저녁되십시요 지금은 선물님~



잉크냄새 2026-10-05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뭇생명과 공존할 수 없는 존재인가 봅니다. 인간이 멸종시킨 생명들이 어마어마하죠. AI나 로봇에 집착하는 것도 생명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뭇생명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차트랑 2026-10-05 21:29   좋아요 1 | URL
오... 이런....
잉크냄새님의 말씀을 읽으니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뭇생명과의 공존만이 인간이 살아갈 바른 길인데 말입니다 ㅠ

만약 인간이 AI를 동경한다면 .....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AI가 스스로 사고하는 순간,
인간의 멸종은 1순위가 될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국가이든 개인이든
소멸은 스스로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듯 합니다.
가뜩이나 태생이 저질 건강인 저도
제 스스로 제 건강을 해치며 살았거든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