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Chan's Screen ]]]
그 남에게 들려준 얘기는 대단한 것이 아닌, 누구나 해줄 수 있는 말이다. 그 남이 자신의 여친에게 잘못한 일이 있어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하여 다음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1) 사과는 눈을 보면서 하는 거란다
그 男에게 말해준 것 중 하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바로 'Letters to Juliet'이 라는 영화이다. 기억을 잊어 검색을 해봤다. 2010년 수입 개봉한 영화이고, 관객수는 58만명이다. 그 해에 개봉한 영화 원빈과 김새론양의 "아저씨"가 관객수 617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아저씨'에 비하면 죽을 쒀도 제대로 쑨 영화다. 이 영화의 대한민국 당해 년도 관객수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로열티를 회수는 했는지 모르겠다.
(아...! 갑자기 원빈의 진짜 감동적인 대사가 다시 떠오른다. 눈을 부르릅 무섭게 뜨고, 어금니를 있는 힘껏 긴장시키며, 이를 악물고 원빈이 분노에 사무친 표정으로 저음의 포효를 내뱉는다 " 나 전당포한돠!!!!! 금니빨 빼고 싹다 씹어먹어주께에ㅡ!!!!!!!!!!!!!!!!!" 사실은 "모조리 씹어 먹어줄게" 이다 )
대한민국에서의 흥행은 별로였고, 그리 임팩트가 있는 성격의 영화도 아니어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몇이나 계실지는 모르겠다. 나는 할머니 역으로 출연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Vanessa Redgrave'의 팬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좋아하게 되었다.
이 영화와 레드그레이브를 좋아하게 되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나의 기억 속에 각인된 정말로, 정말로 멋진 장면 말이다.
젊은 남자 주인공 '찰리'는 어쩌다가는 젊은 여자 주인공인 '소피'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버린다. 스토리가 늘 그러하듯, 찰리는 소피에게 사과하고 싶어한다. 아래의 대본에서 보듯이 사과하는 입장에 있는 찰리의 태도가 영 어색하고 시원찮다. (어쩌면 이런 남자가 진짜일 수 있다. 선수는 절대로 이런 아마추어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매사 능숙하고 이벤트 하는 남자 조심...) 그러자 갑갑했던지 이를 보다못한 할머니 클레어의 즉석 사과법 한 수 지도 들어가신다.
"사과는 정중히, 그리고 눈을 보면서 하는거란다. 진심을 담아서, 그리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영화 letters to Juliet 에서 할머니 클레어는 자신의 손자 찰리에게 이렇게 지도하신다. 우리말 해석을 내 멋대로 이렇게 하기는 했지만 대본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이 써있다.
영화 속의 클레어는 " in the eyes, truly, with contrition and sincerity 눈을 보면서, 그리고 진심으로 뉘우치면서" 라고 아주 부드러운 톤으로, 동시에 마치 훌륭한 교육자 상을 백만 번은 받았을 법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을 지도할 때 보여주는 우아하고도 소신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한다. 영화에서 클레어는 분명히 "truly" 라고 말하지만 위 대본에는 없다. 클레어의 애드립인지 아니면 다운로드 받은 대본이 빼먹은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truly"가 주는 레드그레이브의 딕션은 순간의 장면과 아주 잘 어울렸고, 지도의 순간을 훨씬 더 빛나게 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지도력 있는 이 장면은 클레어라는 어른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준다. 나는 이 뭉클한 장면을 선명하고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행여 사과를 할 일이 발생한다면 늘 클레어의 말을 기억했다, "사과는 눈을 보면서 하는 거란다.".
2) 사랑은 감정이다!!
또 물론 스토커를 말하려는 것이 아닌 줄은 다 아시리라 믿는다. 또한 집착을 말하려는 것도 아닌 줄은 다 아시리라 믿는다. 사실 이 말은 하나마나한 말이지만, 영화에서 할머니는 손자에게 사랑은 감정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용서를 구해야하는 입장에 처한 사람이 취해야할 태도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는 모든 관계의 핵심일 수 있다.
화가 나있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대에게 아무리 이성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한들 소용이 없다. 이성적인 접근은 애초에 코드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해를 요하는 상황에서 오해가 발생한 경우 이성적인 설득이 주효할 것이지만, 마음을 얻어야하는 상황에 알맞는 코드는 감정이다. 감성과 이성은 애초에 파동 자체가 다른 성질의 것이다. 기분이 나쁘면 매사 일이 틀어지니 말이다. 사실 남녀의 관계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이다.
3) 사랑은 시간이다!!
사랑은 시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또는 그녀가 나를 위해 얼마의 돈을 쓰느냐도 하나의 척도가 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시간은 돈과 바꿀 수 없고, 그 무엇과도 교환할 수 없는 가치를 가졌다. 그 귀하디 귀한 시간을 아낌없이 나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분명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돈으로 시간을 사려는 사람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또한 그러므로 한 겨울 나를 위해 뜨개질한 한 켤레의 벙어리 장갑은 바로 사랑의 증표가 될 수 있다. 자식 또한 마찬가지다. 돈으로 키운 자식과 시간으로 키운 자식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시간으로 키운 자식은 나이가 들어 그 시간을 부모에게 되돌려주려고 노력한다. 반면 돈으로 키운 자식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국 자녀의 불효를 한탄할 가능성이 높다.
소피는 곧 결혼하기로 약속한 약혼남과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 약혼남은 사업에 몰두하느라 소피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다. 함께 여행을 와서는 따로 논다고? 이 男은 함께있어도 상대방을 외롭게 만드는 스타일의 男이었다. 영화니까 그러는 거겠지만 말이다. 반면, 할머니 클레어는 과거에 자신의 마음을 내어준 남성을 50년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클레어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상대방 男도 그랬다. 그들은 정녕 서로를 사랑했던 것이다.
한 쪽은 함께있어도 시간을 공유하지 못하는 커플이고, 다른 한 쪽은 아주 아주 오래도록 떨어져 있지만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 영화는 이런한 시간의 대조법을 잘 활용했다. 男과 女의 사랑에 관한 영화라서 결말이 훤이 보이고, 뻔한 영화라서 뻔할 뻔짜, 누구라도 짐작이 가지는 영화이지만 그래도 재밋고 진지한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닿아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성(理性)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삶의 8할은 감정이 차지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에릭 프롬은 철학자이지만 '사랑의 기술'은 '태도'의 중요성과 '훈련'을 강조한다. 나아가 에릭 프롬은 사랑을 '사랑 받는 사람의 성장과 행복에 대한 능동적 관심'으로 규정한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은 감정에 관여하는 것들이다. 그에의하면 감정도 훈련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에릭 프롬은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에릭 프롬은 사랑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동시에 둘로 남아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그 연결 코드는 단연 감정이 아니겠는가.
카네기는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쉽게 말해 일을 성사시키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라는 조언이다.
카네기가 말하는 기본은 '논쟁하지 마라, 비난 하지 마라, 칭찬 하라'이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이로울게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그는 논쟁에서 이기려면 논쟁하지 말라고 한다.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상대방에게 말을 많이 하게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논쟁의 승자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카네기의 이 모든 조언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한 조언들이다.
카네기의 결론은 이것이다.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고 아낌없이 칭찬하라!!
얼마 전 나는 한장의 청첩장을 받았다. 그 男과 그 女가 상암동에서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다. 서로 사랑하여 혼인을 하게되었으니 정말 축하할 일이다.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빈다.
사실, 혼인을 할 정도의 인연은 따로 있다. 인연이 없는 상대와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뜻을 이룰 수 없고, 인연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또 어떤 일이 닥쳐와도 결국 뜻을 이루게 되어있다. 이런 점에서 내가 그 男의 결혼에 기여한 바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무리 내가 나선들, 인연이 아니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독서는 열심히 합시다요~!
마지막으로, 그 男과 헤어져 돌아서면서 아차 하고 후회한 책이 떠올랐다. 함께 주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걸 후회 했던 것이다. 그 책은 바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였다. ㅠ 더이상 책을 주지 않아도 될듯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