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bism: The Future of Quantum Physics (Hardcover)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 / Harvard Univ Pr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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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 이해를 바탕으로 자연에 대한 모델model을 만드는 과정이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드는 모델은 당연히 알려진 현상--실험적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모델이 새로운 실험적 사실을 예측하고 이것이 맞다고 판명될 경우, 이 모델이 자연을 제대로 기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사실이 반복되면 모델은 ‘법칙law’의 위상을 갖게 된다. 사실 ‘법칙’의 이름을 갖는 모델-이론-은 많지 않다. 물리학에서는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 대표적 예이다. 만유인력 법칙은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는데 있어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원격작용action at a distance으로 처음에는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뉴턴 자신조차도 ‘터무니없다absurd’고 했다. 결국 중력은 시공간을 통합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통해 제대로 이해되었다(하지만 만유인력 ‘법칙’은 여전히 ‘법칙’으로 불린다). 


과학의 완전히 실용적 측면--과학의 예측력--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만유인력 법칙을 일반상대성 이론이 대체한 것을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얘기한다[1]. 우주에 탐사선을 보낼 때 간단한 만유인력 법칙을 써서 계산하지 누가 복잡한 일반상대성 이론을 쓰느냐는 것이다. 맞다. 하지만 과학이 자연을 단순히 예측하는 도구를 넘어선, 자연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할 때, 간단하지만 원격작용이라는 문제적 개념이 있던 만유인력 법칙을 일반상대성 이론이 대체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양자역학은 원자와 같은 미시세계를 이해하려는 고통스런 노력 속에 탄생한 학문이다. 양자역학은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으며 뛰어난 도구적 특성--예측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상식적인 이해가 불가능한 학문이다. 양자전기역학에 대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조차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을 정도이다. 


양자역학의 어려움은 20세기 초 미시세계를 연구하다가 발견된 기묘한 현상으로부터 기인한다. 입자라고 생각했던 전자가 파동성을 띄어야 설명이 되는 현상이 발견됐던 것이다. 입자는 알갱이, 즉 한 곳에 모여 있다. 하지만 파동은 모든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입자가 파동성을 나타낸다는 것은 마치 ‘날씨가 덥고 춥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덥다’와 ‘춥다’는 개념은 서로 반대 의미이다. 비슷하게, 우리가 거시적 세상을 통해 얻은 입자와 파동의 개념은 도저히 양립이 안 된다. 하지만 미시세계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양립 불가능한 개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양자역학은 ‘상식적’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양자역학에도 만유인력 법칙의 원격작용과 비슷한 개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파동함수의 붕괴collapse이다. 양자역학이 파동성을 띄는 입자를 기술하기 위해 쓰는 것이 파동함수이다. 이 파동함수는 문제--물리계--에 따라 방정식을 풀어 계산할 수 있다[2]. 문제는 우리가 ‘측정’할 때, 공간에 퍼져 있는 파동함수가 특정한 상태로 붕괴한다는 데 있다[3]. 책에 있는 예를 들면,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가 스크린의 어느 점으로 갈지 우리는 파동함수를 계산할 수 있다. 파동함수는 스크린의 각 점에서 우리가 전자를 발견할 확률만을 말해준다. 우리가 스크린에 찍힌 전자를 보는 순간 측정이 일어난다. 이 순간 파동함수는 전자가 찍힌 한 점을 나타내는 상태로 ‘붕괴’한다. 파동처럼 퍼져 있던 것이 한 점-상태-로 줄어든 것이다. 왜 파동함수가 붕괴하는지, 붕괴하는 과정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마치 요리 ‘레시피recipe’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것--측정시 파동함수가 특정한 상태로 붕괴하며 파동함수는 확률을 나타냄--이 양자역학의 표준 해석이다[4]. 


아인슈타인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이 해석에 걸려 넘어졌다. 아인슈타인은 평생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상대성 이론의 그 위대한 아인슈타인이, 미국의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새롭게 태어난 양자역학에 반대하는 연구를 하며 곁방의 늙은이--비주류--로 지냈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해석 문제에 매달리지 않고 이 새롭고 기발한 도구를 떠오르는 문제에 적용하여 계산만을 열심히 했다. 이런 태도를 우스갯소리로 ‘입 다물고 계산Shut up and calculate’주의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양자역학의 표준 해석에 반기를 들었던 이가 슈뢰딩거이다. 그가 표준 해석의 기묘함을 강조하기 위해 제안한 것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불리는 사고실험이다. 상자에 양자역학으로 기술할 수 있는 방사성 원자를 넣는다. 방사성 원자는 시간이 지나면 붕괴할 가능성(‘확률’)이 점점 커지는데, 원자가 붕괴하면 독극물을 방출하는 장치를 함께 넣는다. 그리곤 고양이를 이 상자에 넣고 뚜껑을 덮는다. 양자역학에서는 측정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여러 상태가 중첩superposition-파동의 성질이다-된 상태로 존재한다. 원자는 측정 전에, 붕괴하지 않은 상태와 붕괴한 상태의 중첩으로 존재한다. 원자의 붕괴 여부가 고양이의 생사를 결정하므로, 우리가 뚜껑을 열어 살펴보기 전에는 고양이도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의 중첩으로 존재한다고 얘기해야 할 것이다. 가만,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이 무슨 헛소리... 이것이 슈뢰딩거의 의도이다.


문제는 파동함수가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5]. 우리는 전자의 파동함수, 원자의 파동함수를 얘기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파동함수가 마치 관측자와는 상관없는, 전자나 원자의 성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개념적인 혼동이다. 파동함수는 관측자 없이는 정의되지 않는다. 파동함수는 관측자와 관측대상이 상호작용-측정-을 해서 얻는 결과를 기술하는 함수이다. 근대과학은 관측자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객관적’ 과학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오류--좋게 얘기하면 근사--일 뿐이다. 관측자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완벽히 객관적 과학은 없다. 특히 미시세계에서는 관측자 없이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지식은 없다. 양자역학은 그것을 극명히 보여준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베이지안 확률의 개념을 도입해서 이해하는 큐비즘QBism(quantum Bayesianism)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확률이란 개인의 믿음personal belief일 뿐이라는 것이다. ‘개인’을 처음부터 앞세운다. 큐비즘에서 파동함수는 내가 어떤 상태를 얻으리라는 믿음을 나타낼 뿐이다. 파동함수가 어디에 있냐고? 내 마음 속에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측정했을 때 일어나는 파동함수의 ‘붕괴’는 단순히 내가 측정을 통해 얻는 정보를 가지고 나의 믿음을 업데이트한 것일 뿐이다. 붕괴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고 주관적 사실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동시에 살아있고 죽어있다는 중첩 상태는 객관적 상태가 아니다. 그냥, 내가 고양이의 상태를 모르는 것뿐이다. 어떤가, 주관적 양자물리학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셨는지?


은퇴한 양자물리학자라는 저자는 짧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왜 본인이 큐비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플랑크,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파인만, 베이즈 등등 여러 인물이 나오지만 이들의 일화는 하나도 안 나온다. 그런 면에서 <E=mc2>의 스타일과는 판이하다. 무미건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본질로 바로 가는 스타일이 과학자와 저널리스트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에 나온, 기억하고픈 몇 가지 캐치프레이즈는 이거다:

"The map is not the territory." - Alfred Korzybski (philosopher)

"Unperformed experiments have no results." - Asher Peres (theoretical physic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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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표적 예로 과학철학자인 장하석 교수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2] 이 방정식이 슈뢰딩거 방정식이다.

[3] 이 특정한 상태를 고유상태eigenstate라고 부른다. 

[4]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한 이들이 주장했다. 이 주장을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5] 파동함수는 복소수로 표현된다. 복소수는 실수부real part와 허수부imaginary part를 갖는다. 이 숫자는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물리량을 나타내지 않는다. 허수는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수이다. 파동함수를 제곱하여 실수를 만들었을 때에야 파동함수는 실제 세상과 연결된다. 이 파동함수의 제곱이 바로 확률을 나타낸다.


The interpretation of the wavefunction in terms of probabillity is the real game changer that quantum mechanics imposes upon physics. (p. 59)

Newton’s venerable old theory was reduced to the status of an approximation; a very useful approximation to be sure but a concept without fundamental significance. Physicists use it in the same way they approximate solids, liquids, and gases as a continuous materials even though they know that matter is really composed of atoms.

The collapse of the quantum wavefunction, which covers arbitrarily large distances in an instant, is also an action at a distance, and it is just as incomprehensible as Newtonian gravity. But by proving its worth as convincingly as Newton’s law did, the collapse of the wavefunction has also made its way into scientific orthodoxy. The great majority of physicists accept quantum mechanics as proven factsuperposition, probabilities, wavefunction collapse, and all. “That’s how nature behaves!” they say to themselves and get on with their calculations and observations. Only a small, though growing, number of them take seriously the philosophical conundrums implied by the standard formalism and try to resolve them. One of the principle goals of those intrepid souls is to become more explicit in step two of the quantum recipe, the wave function collapse, which takes them in an inexplicable leap from probability to certainty (pp. 71-72)

...Planck’s mechanical model of glowing matter led to wave/particle duality and its resolution by the wavefunction. A purely mathematical wavefunction and its interpretation in terms of probability replaced Bohr’s mechanical model of hydrogen. In each case a mechanical, visualizable description turned out to be inadequate, and a mathematical, abstract explanation replaced it.

Abstraction is a sign of maturity... In physics, maturity implies pulling away from tangible mechanical models toward mathematical abstraction (Latin abstrahere, to pull away from). Thing are concretethoughts are abstract. But abstraction should not be confused with complexity. A concept may be abstract, but it doesn’t have to be complicated. (pp. 80-81)

The invention of the spin wavefunction, a purely abstract, purely quantum mechanical construct with no analog in our everyday world, represented one of the most revolutionary events in the early history of quantum mechanics. It implied that every electron has two hidden states; a kind of bipolar personality that only reveals itself when its magnetic field, or its rotational motion, is observed. Otherwise, the twofold character of the electron remains concealed in an alien dimension unrelated to the space we live in. (p. 88)

Attention pivoted from the territory to the map as the gaze of the physicists shifted away from the real worldwhich undoubtedly exists out thereto its representation. Separating the thing from its mathematical description was a significant but largely unheralded break quantum mechanics made from its classical parent.

...

Werner Heisenberg, who invented quantum mechanincs with his matrix treatment of the harmonic oscillator, insisted that “the conception of objective reality...has thus evaporated into the...transparent clarity of mathematics that represents no longer the behavior of particles but rather our knowledge of this behavior.” Physics, he believed, is not about this tree or that electron, as Newtonian science had assumed, but about what happens in our minds as a result of observations and experiements concerning the tree and the electron. (pp. 149-150)

If a layman and a QBist happened upon a closed box containing Schrodinger’s cat, the layman would confidently declare: “From past experience I know that the cat is either dead or alive.” He would be talking about the cat at that moment. The QBist would be more cautious and say: “I don’t know anything about the cat at the moment. But according to my knowledge of quantum mechanics, I believe that if I opened the box right now, the chances are fifty-fifty that I would find it alive.” Thus, neither the layman nor the QBist would claim that the cat is both dead and alive, but the QBist would be talking about her own beliefs about a future experience, not about the current state of the cat. (pp. 154-155)

If, on the other hand, you give up realism (as the QBists do), locality can be saved. In that case the electrons interact initially in one locality to produce an entangled trio described by a quantum wavefunction that incorporates the GHZ rule. Since it is not real, the wavefunction does not claim to describe a real state of affairs the way all the little arrows above purport to do. Instead, the wavefunction is a cunning mathematical construct made of qubits that correctly predicts the outcomes of the GHZ experiment, in both its preparation and measurement phases. 

The GHZ experiment provides a splendid illustration of the maxim “Unperformed experiments have no results.” (pp. 167-168)

According to QBism, probability 1 and 0 assignments are personal beliefs of agents, not statements about the real world. [여기서 1과 0은 근사가 아닌 완벽한 1과 0을 말한다.] This startling conclusion brings those assignments into line with all other probabilities. There is not, contrary to the EPR definition of reality, a qualitative jump between a probability close to 1 and a probability equal to 1, no quantum leap across a boundary from uncertainty to certainty, no shifty split to overcome, and no sudden transition from opinion to fact. The degree of my belief that an apple will fall when I let go of it is numerically much greater than the degree of my belief that it will rain this afternoon, but the two judgements, though quantitatively light-years apart, are qualitatively the same. (pp. 183)

Quantum mechanics, according to QBism, is not a description of the world but a technique for comprehending it. Our future experiences can only be described in terms of probabilities. They might be classical or quantum probabilities, depending on circumstances, but they are all Bayesian probabilities. An electron, for example, may be thought of as a quantum system with a spreading wave function in one experiment, but under different circumstances its motion may be likened to that of a golf ball. Conversely, Wigner would think of this friend as a classical object until, in the context of a quantum experiment, he would be compelled to construct a wavefunction that entangles his friend with an electron. (p.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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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1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워 보이는 책이네요. 그래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다면 한 번 보고 싶긴 해요. 책 제목이 미술 용어라서, 제목에 낚인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책 제목만 보고 미술에 관한 책인 줄 알았어요. ^^;;

blueyonder 2019-01-19 08:40   좋아요 1 | URL
<양자역학의 미래, 큐비즘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구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같이 살펴보고 있는데 번역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blueyonder 2019-01-19 09:02   좋아요 0 | URL
미술과 물리의 큐비즘 모두 개인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리의 큐비즘도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줄여 쓰는 것 같습니다. 책 표지도 마치 현대미술-큐비즘-에 관한 미술책처럼 보입니다. 다분히 의도적인 것 같네요.
 
New Scientist (주간 영국판): 2018년 12월 15일 - 영어, 매주 발행
New Scientist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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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장하는 로벨리 교수의 글이 실렸다. 이것만으로도 별 다섯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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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 책을 읽고 ‘현대 문명의 모습을 결정한 수식’이라는 맥스웰 방정식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다음의 문장을 보자.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문장은 사실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아느냐--물론 아느냐의 기준을 뭘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에 따라 세상 사람들은 정확히 둘로 나누어진다. 사람들을 둘로 나누는 2분법의 목적은 보통 둘 중 하나이다. 첫 번째는 사람을 차별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부류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별 받는다. 예전에 여성은 투표권이 없었다. 차별이다. 남성에 속하지 않았기--못했기--때문이다. 두 번째는 ‘부심’을 위해서다. 맥스웰 방정식 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다. ‘나 맥스웰 방정식이 뭔지 알아’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티셔츠에 새기고 다니기도 한다. 너 이게 뭔지 알아 하듯이...



불쌍하게 생각해 주기 바란다.^^ 맥스웰 방정식, 특히 위의 티셔츠에 나와 있는 미분방정식 형태의 맥스웰 방정식(총 4개이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2년 정도 물리와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 전기와 자기에 대한 지식을 알아야 하고, 벡터를 알아야 하며, 벡터 미적분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이게 어렵다는 것이다. 물리 전공이거나 공대에서도 전기전자 공부하는 사람 정도나 이걸 배운다. 어려운 공부하며 겪는 고생이니 ‘부심’이라도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러니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얘기하고, 나는 아는 쪽에 들어가는 만족감이라도 느끼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맥스웰 방정식이 뭔지 몰라도 세상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는 이들이 고생을 통해 이루어낸, 모르는 이들이 누리는 혜택이다. 그러니 누가 위와 같이 사람들을 구별하거든 불쌍하게 생각하고 또 고맙게 생각하자. 여전히 이 세상에는 맥스웰 방정식을 배우며 고생하는 사람들과 이를 이용하여 무언가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물질적 토대를 닦는 사람들이다. 공대생들 대부분은 이 세상의 물질적 토대를 닦는다. 


혹시 전기장과 자기장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다음의 책을 읽어도 좋겠다. 추상화된 수식보다 인간의 얘기를 읽는 것이 언제나 더 재미있다. 맥스웰 방정식도 사람이 만들었고,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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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12-30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지만 공식은 잘 안 보이고 예쁜 여성만 보입니다. ㅎㅎ

얄라알라 2018-12-30 23:06   좋아요 0 | URL
격하게 동감입니다. 저도 리뷰 읽다보니, 아 방정식 4개구나! 했어요^^;;;

blueyonder 2018-12-30 23:11   좋아요 0 | URL
두 분은 이제 맥스웰 방정식 아시는 걸로...^^
 
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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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대번에 읽고 싶어졌다. 물리 현상의 의미를 기막히게 잘 짚어내는 김상욱 교수의 글이니까. '진동'과 '공명'보다 '떨림'과 '울림'은 훨씬 더 문학적이고 인간적이다. 차례 역시 기막히다. 우주와 우주의 구성요소, 세계의 '해석', 힘과, 힘이 연결하는 '관계', 그리고 '과학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법'에 대하여라니... 


다음은 프롤로그의 글이다.


  나는 이 책에서 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을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보는 물리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려고 한다. 사실 물리는 차갑다. 물리는 지구가 돈다는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이보다 경험에 어긋나는 사실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구는 돌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주의 본질을 보려면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물리는 처음부터 인간을 배제한다. 

  이 책은 물리학이 인간적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인문학의 느낌으로 물리를 이야기해보려고 했다. 나는 물리학자다. 아무리 이런 노력을 했어도 한계는 뚜렷하다. 그래도 진심은 전해지리라 믿는다. 내가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이 다른 이들에게 떨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울림은 독자의 몫이다. (7페이지)


책은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김상욱의 물리공부'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으로 쓴 것이 아니며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이 주이므로, 책 전체가 완전히 정합적이거나 자세한 기술적 논의가 있지는 않다. 멋진 차례를 갖게 된 것은 김상욱 교수도 프롤로그에서 인정하듯 편집자의 공일까. 


책의 주요 대상은 아마도 물리를 어려워했지만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이과 전공자들이나 물리 책을 많이 읽은 이들에게 새로운 내용이 많지는 않다. 프롤로그에 언급돼 있듯 기초적 물리 개념에 그의 감상--그의 '떨림'--과 생각이 추가된 것인데, 그의 예전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를 읽은 내겐 그 신선함이 좀 떨어졌다. 이과 전공생--물론 졸업한 지 한참 된 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었더니 '모든 글이 서문같다'는 감상평이 돌아왔다. 자세한 논의는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세상은 운동이다'라는 장의 일부분이다. '운동은 위치의 문제'라는 소제목 다음에 좌표를 쓰기 위한 '기준점'에 대해 얘기한다.


... 해운대는 부산역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11킬로미터, 북쪽으로 4.6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다. 광안리를 기준으로 하면 동쪽으로 2킬로미터가 된다. 기준점은 아무 곳이나 잡아도 될 거 같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태양이 돈다는 천동설은 내가 기준점이 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준점이 움직이고 있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런 경우 누가 운동의 기준점이 되어야 할까?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면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나온다.


  운동법칙


  이제 운동이 무엇인지는 알았다. 그렇다면 운동을 기술하는 법칙이 있을까? ... (231~232페이지)


이 책의 스타일 하나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특수상대성 이론 얘기를 슬며시 꺼내고 아무런 설명 없이 넘어간다. 전공자는 안다. 무슨 얘기인지. 하지만 비전공자는 모른다. 얘기를 꺼내면 설명해 주던지, 아니면 아예 얘기를 꺼내지 말든지. 신랄하게 얘기하면, 나는 알지만 이 얘기는 너무 어려우니 더 이상 안 할께,의 태도이다. 정확성을 위해서 특수상대성 이론을 언급해야 했다면 각주로 처리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감도는 이런 분위기가 내겐 좀 불편했다.


책 내용의 몇 부분을 다음에 기록해 놓는다.


  하나의 입자는 시작도 끝도 없는 절대시간 위를 움직인다. 여기에는 시간의 방향도 없다. 수많은 입자가 모이면 비로소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고, 새로운 현상들이 창발創發한다. 인간 역시 수많은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새로운 실체다.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고민하는 실체다. (117페이지)

  전하가 있으면 그 주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장이 펼쳐진다. 중력도 마찬가지다.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에는 중력장이 펼쳐진다. 전기장을 흔들면 전자기파가 생기듯, 중력장을 흔들면 중력파가 발생한다.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온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속삭임을 주고 받는다. 

  이렇게 힘은 관계가 된다. (172페이지)

  오늘날 물리학자의 [세상] 이해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텅 빈 공간이다. 빈 공간 안에서 물체가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물체와 움직임, 두 가지다. 태양, 자동차, 스마트폰, 인간과 같은 모든 것이 물체에 해당하며 이들은 아주 작은 원자들의 모임으로 되어 있다. 원자를 '레고'블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다. 그러면 세상 모든 것은 빈 공간에 놓인 레고블록의 조립물이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은 당연하지 않다. 물체가 존재하고 운동하는 배경이 되는 빈 공간, 그러니까 '진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한때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반대했다. (230페이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증거가 쌓여가자 결국 물질과 파동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파동은 물질이 운동하는 방식의 하나가 아니라 물질 그 자체의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결국 양자장론이라는 분야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서는 파동으로부터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질의 궁극을 탐구하던 현대물리학은 세상이 (상상도 할 수 없이 작은) 끈으로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을 초끈이론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작은 끈의 진동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들어진다. 당신이 기타로 '도'를 치면 코끼리가 나오고, '미'를 치면 호랑이가 나온다는 말이다. 결국 세상은 현의 진동이었던 거다.

  우주는 초끈이라는 현의 오케스트라다. 그 진동이 물질을 만들었고, 그 물질은 다시 진동하여 소리를 만든다. 힌두교에서는 신을 부를 때, 옴aum이라는 단진동의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렇게 소리의 진동은 다시 신으로, 우주로 돌아간다. 결국 우주는 떨림이다. (242~243페이지)


읽어보니 오타가 3군데 정도 있다. 오기 또는 더 좋은 표현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 222페이지: "가장 최근 에너지의 목록에 추가된 것은 '암흑물질'이다.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는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가상의 존재다." 여기서 '암흑물질'은 '암흑에너지'로 바뀌어야 한다.

- 231페이지: "운동은 공간의 선, 즉 도형이 되고, 이 도형은 숫자로 표현된다. 숫자는 수식으로 다룰 수 있으니 운동을 수학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이 때문에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우리는 '함수'라는 것을 배운다. 함수는 수식과 도형을 연결해주는 장치다." 여기서 '함수'를 '방정식'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과 비슷한 의도이지만 약간 다른 책이 마쓰바라 다카히코의 <물리학은 처음인데요>이다. 내 '개인적' 취향으론 <물리학은 처음인데요>가 더 좋은 것 같다.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마쓰바라 다카히코의 '건조함' 사이에서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에서 좋았던 것 한 가지만 고르라면 맥스웰 방정식에 대한 부분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현대 문명의 모습을 결정한 수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174페이지).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에 대한 책은 많지만 패러데이나 맥스웰에 대해 논의하는 대중 과학책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여기서 그에 대한 논의와 의의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맥스웰에 대한 김상욱 교수의 평: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은 알아도 맥스웰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뉴턴은 물리학의 토대를 세우고 아인슈타인은 그것을 뒤집었다. 맥스웰은 현대 문명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었다. (184페이지)


1903년 대서양 너머 무선통신에 성공한 마르코니는 이 업적으로 1909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고 한다(180페이지). 몰랐던, 하지만 신선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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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prey 출판사는 군사관계 책을 많이 내는 영국의 출판사이다. osprey는 물수리-물고기를 잡아 먹는 매-란 뜻이다. 여기서 출판하는 책들 중 Campaign 시리즈가 있다. Campaign이란 말은 번역하기가 까다로운데, 어렵게 번역하면 전역戰役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제 그렇게 번역하는 책도 있다. 쉽게 번역하면 작전作戰 정도가 아닐까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잘못된 번역이지만 일상적으로 쓰는 말이라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는 이 시리즈의 일부가 군사서적 전문 출판사인 플래닛미디어에서 '세계의 전쟁'이란 이름을 달고 번역되어 있다. 


Osprey 출판사의 책들은 얇지만(100페이지 이내) 사진과 그림이 풍부하여 전모를 짧게 파악하기에 좋게 편집되어 있다. 전쟁사 관련 통사를 읽고 전투의 면모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주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 페이퍼에서는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태평양 전쟁에서의 해전들에 관한 책들을 모아둔다.



















































다음은 위의 책들 중 번역되어 나온 '세계의 전쟁' 시리즈이다. 



























3권만 번역이 되어 있는데, 현재 알라딘에서 모두 품절로 나와 있다. 도서관에서 찾아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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